아직도 잊지 못한다.
10년전 이탈리아 베니스에 갔을 때 받았던 짜릿한 충격!
수로를 사이에 두고 물 위에 지어져 있는 집들.
그 모습이 불편해 보이기 보다는 아름다워 보였던 그때의 감흥!
지금도 가끔 그 베니스의 풍경을 눈앞에 아른거리곤 한다.
그런데...
우리 이웃나라 "중국"에 동양의 베니스라 불리는 곳이 있다는 사실!
그것도 대도시인 상해에.
그곳이 궁금하다면 아래 손가락을 꾸욱 누르고 따라오세요~^^
상해 시내에서 한 시간쯤 달리니
한눈에도 옛정취가 물씬 풍기는 "주가각" 이 나왔다.
주가각 옛거리를 둘러보기 위해서는 표를 끊고 들어가야 한다.
표를 손에 들고 그림지도를 들여다보니,
지도만으로는 도저히 느낌이 오지 않는다.
그런데,
표를 내고 들어가니 별천지가 펼쳐져 있는데...
정말 동양의 베니스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만한 곳.
국내 여행객들에겐 요즘에야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주가각.
하지만 이곳 주가각은 무려 1700여년 전에 촌락이 형성된 곳이라고 한다.
상해에서 가장 오래된 수향(水鄕).
마침 수로를 오가는 배들이 보인다.
이곳까지 와서 뱃놀이를 안 한다는 건
잔칫집에 가서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과 같은 일!
배는 이곳 주가각 옛거리의 가장 주된 교통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박장엔 마치 택시들이 손님을 기다리듯, 배들이 줄 지어 서 있다.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는 뱃사공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여유로운 아저씨들.
손님을 맞으려는 호객행위도 하지 않고,
그저 미소만 짓고 계신 아저씨들의 표정이
이 곳 주가각이라는 마을의 여유로움을 대변하고 있는 듯 하다.
승선비는 배 한척 당
단거리 65위안,
장거리 130위안,
배 한 척엔 6명까지 탈 수 있다.
그렇게 따지면 장거리의 경우 한 사람당 20~30 위안(4000~5000원)로 보면 될 듯.
장거리라 하더라도 타는 시간은 한시간이 안 된다.
내가 탄 배의 뱃사공 아저씨.
넓은 이마에 가죽 점퍼, 게다가 허리춤에 달린 열쇠꾸러미는
홍콩영화에 나오는 조연급 연기자 같은 포스~ ㅋ
아...주가각.
물속에 평화롭게 잠긴 마을 풍경에 머릿속 잡념이 싹~ 씻겨나가는 듯 하다.
먼발치에서 바라본 이곳 마을 풍경은
고요함과 평화로움 그 자체!
그런데, 한발짝 다가서니 조금 다른 느낌.
좋게 말하면 고풍스럽고, 달리 말하면 많이 낡은 집들.
이곳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삶이 엿보인다.
별로 깨끗해보이지 않는 물을 비닐에 길어가고 있는 할머니.
저 물의 용도가 무엇일지 무척 궁금해진다.
한 쪽에선 이 물로 빨래하고 있는 아낙네.
설마 이 물이 상수도이면서 하수도인 건 아니겠지?
저 팬은 원래 검은 색이었을 리는 없고,
저 빛깔을 내기 위해 얼마나 오랜 세월, 먼지를 입히고 덮었을까!
길거리 나무엔 꽃과 열매 대신
민망하게도 속옷이 주렁주렁~
배를 탄 여행객들은 이곳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눈이 가는데,
어찌 보면 이곳 사람들이 우리를 구경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나무아미타불이라 담장에 적어놓은 이곳은
주가각의 중심에 있는 "원진선원".
그리고 저 다리는 "방생교"!
마을을 둘러 싸고 있는 36개의 다리 중 가장 유명한 다리이다.
700 여년 전, 명나라 때,
이 다리를 건설한 성조스님이
이 다리 아래에서는 방생만 하고 절대 물고기를 잡아서는 안된다 하며 붙인 이름.
중국 전통 방식이 아닌 아치형 다리라 이색적이다.
연인들에겐 사랑 고백 장소로도 널리 애용되고 있다고.
다리 아래에서는 그 이름처럼
1년 365일, 물고기를 방생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이러한 풍경은 주가각을 동양이 베니스라고 하는 것에 대해
진정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여행객들에겐 이색적인 풍경이지만,
이곳에 사는 이들에겐 치열한 삶의 공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상해의 중심가와 비교하면,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
띄엄띄엄 어울리지 않게 자리 잡고 있는 이런 현대식 점포가
이곳 또한 21세기 공간임을 확인시키고 있다.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인 듯한 동상도,
신발 말리는 건조대로 오히려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곳.
좁은 골목엔 한뼘이라도 더 햇빛을 받기 위해
지나다니는 이들의 머리 위로 뻗어 있는 빨래들.
조금 어색해보여도 평화로움이 느껴져 좋다.
그래서인지 골몰을 돌 때마다 마주치는 공안들의 모습에는 조금 불편해진다.
잘못한게 없음에도 경찰을 보면 괜히 긴장되는 마음은
중국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배를 타고 주가각을 유람해보는 것도 좋았지만,
배에서 내려 이런 뒷골목을 걸어보는 것도 꽤 운치있었다.
그들의 속살을 좀 더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훨씬 재미있기도.
곳곳에 커피를 파는 작은 까페들도 눈에 많이 띄는데...
이곳에도 와이파이가 터진다는 것에 놀라고 있는 나를 보면,
이곳이 문명의 발달로부터는 소외되어 있는 곳이라고 스스로 착각에 빠져 있었나 보다.
겉보기와는 달리 까페의 내부는 절대 허름하지 않고
오히려 세련미가 물씬 풍긴다.
2~3평 되는 듯한 작은 악세사리 가게도 기웃거려 보고...
중국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소품 가게 앞에서도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데...
주가각 상점 거리를 보다 여유롭게 즐기려면
충분히 시간을 갖고 오는게 좋을 것 같다.
이렇게 민박집도 있으니,
하루쯤은 묵으면서 주가각을 제대로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
5년전에 드라마 <카인과 아벨>의 촬영지이기도 했던 주가각.
하지만 많이 알려진 여행지가 아니다보니 관광객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래서 그들의 삶의 모습을 원형질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다.
머지 않아 이곳도 관광객들이 몰려오면,
상업적으로 변질되고, 삶이 모습도 많이 변할 듯.
그래서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더 많은 것들을 눈과 마음에 담아두고 싶어진다.
고스란히 남아있는 옛것들 중
주가각에 오면 꼭 한 번 들러야 한다는
100년 넘은 우체국을 찾아 발길을 재촉해본다.
(주가각 2부로 이어집니다)
*이 글이 다음 메인창에 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