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돌아가는 비행기 표는 확정이 되어 있고,
여기 저기 돌아보고픈 곳은 많아 마음이 분주한데,
내 마음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은 무심하게도 비를 내린다.
장가계에 와서 묻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가 "날씨"란다.
워낙 변화 무쌍해서,
이곳에 오래 산 사람들도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다니...
비를 추적추적 맞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
날씨도 덥고 습한데 우비를 입어야 한다는 것이,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우산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도 장가계 대협곡에 도착했을 땐 비가 멎었다.
이렇게 되면 날씨 운이 좋다고 봐야하나?
장가계 대협곡은
해발 1700m 높이까지 버스를 타고 올라가,
거기서부터는 걸어 내려가며 구경하는 코스이다.
좁은 협곡 사이에 있어서인지 내리막길이 더욱 아찔해보이는데...
이 길의 이름은 <천제잔도>
"하늘로 통하는 사다리 길"이라는 의미이다.
내려가는 코스에서 이 길을 만났으니,
우리는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가고 있는건가? ㅎㅎㅎ
그런데 끝없이 펼쳐져있는 내리막이 보통 아찔한 것이 아니다.
잠시 서서 인증샷을 찍는데도 어찌나 다리가 후들거리던지...
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니 현기증이 더해져 고개를 돌렸다.
이 기암절벽 옆으로 이런 계단 길을 만들다니...
그것도 쉽게 놓을 수 있는 철제 계단이 아니라,
돌을 놓아 만든 길!
이 높은 곳까지 돌은 어찌 운반했으며,
이 아찔한 절벽 옆으로 어떻게 길을 만들었을지...
중국 사람들 참 대단해.
계단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내딛고 있는데,
앞을 보고 가기에도 정신이 혼미한데,
세상에~
표지판은 저 옆을 좀 보고 가라고 친절히 손가락을 가리키고 있다.
천년 된 등나무 덩굴?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식물들이 전혀 살 수 없을 것 같은 암벽 위로 푸르른 생명들이 자라고 있는게,
여간 신기한 게 아니다.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내가 얼마나 작아지던지...
대협곡의 카타르시스는 한마디로 두려움과 경외로움이다.
70~80도를 가늠케하는 수직 계단, 산객들의 발자국에 닳고 계절에 관계없이 흩부리는 빗줄기로
충분하고도 완벽하게 미끄러운 나그네들의 발 밑 계단...
머릿결은 자연히 하늘로 향하고 신경의 대부분은 생사를 검색한다.
시야의 앞마당에 펼쳐진 절경은 감탄을 넘어 정신줄을 당기고, 발밑의 까마득한 경사는
한여름날 임에도 온 몸에 소름을 만든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하나...
저 멀리 앞에 펼쳐진 경치를 보려니 발밑에서 저승사자가 품을 벌리고 발 밑만 보고 내려 가려니
대협곡의 온갖 신선과 선녀들의 선경을 놓쳐야 하고...
조물주는 태초에 인간을 만들 때 눈을 대략 네 개 정도 만들어서 시신경의 다각화를 하거나
그럴 수 없었다면 이런 천하의 비경을 애시당초 조각하지 않아야 했다.
그런데 사진도 찍고, 경치도 감상하는 중에도 쉽게 떨칠 수 없는 걱정 하나...
'도대체 이 아찔한 계단을 얼마나 더 내려가야 하는 걸까?, 과연 끝은 있는걸까?'
어느 쉼터에 이르렀을 때, 사람들이 내려갈 생각을 안고 가득 모여있다.
게다가 저마다 아랫도리에 허름한 누더기 같은 것을 하나씩 걸치고 있는 게 아닌가!
여기서부터는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간다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
물론 다리도 아파오고, 아찔한 내리막길에 현기증도 나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도 얼른 누더기 하나 걸치고, 장갑도 끼고,
돌격 준비 완료!!
재미있다!
이런 천혜의 풍경을 가진 대협곡에서 돌미끄럼틀을 만나다니...
그런데 사람들이 꽉 밀려 있어서 어느 세월에 내려갈지...
다행히 반대쪽은 사람이 적어 나름 속도감을 느끼며 내려갈 수 있었는데...
브레이크는 발끝으로 미끄럼틀의 가장자리에 마찰을 가하거나,
손으로 옆틀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면 되는데,
미끄럼틀의 재미는 역시 스피~드!!
앞사람과의 간격을 많이 둔 후, 출발!
슝~! 아아악~!!
놀이동산의 그 어떤 놀이기구 부럽지 않은 재미가 있다.
이건 누가 작동해주는 게 아니라,
순수 나의 자력으로 돌진해 내려가는 것이니 더더욱~!
대협곡에 놓여있는 돌미끄럼틀의 총길이는 602m라고 한다.
해발고도로는 250m 정도를 미끄럼틀로 내려온 셈!!
저 미끄럼틀 없었으면 어쩔뻔~!
가파른 내리막을 돌계단으로 계속 내려왔다고 생각하면 아찔~!
그런데 도대체 저 돌미끄럼틀은 어떻게 놓은 거야!
암튼 중국인들 대단해!!
아찔한 내리막길을 다 내려온 기념으로 이번에는 여유있는 표정의 인증샷~!
그런데...
머지? 내 뒤에서 용맹하게 낙하하며 멋있는 풍경을 연출하던 저 폭포!
인공폭포 같애~
이제부터는 천국같은 평지길이 이어진다.
하지만 길이 평평하다고 풍경까지 밋밋한 건 아니었다.
제대로 대협곡을 걷고 있는 기분을 이 길 끝까지 제대로 실감했으니...
마치 아마존 같은 울창함에,
적당히 안개가 서려 있으니 몽환적 분위기까지!!
게다가 옥색의 물빛깔은 가히 환상적이다.
물 속을 들여다보니 1급수에서만 사는 물고기와 수초들이 가득~
내가 땅 위를 걷고 있는지 하늘을 걷고 있는지...
하늘색 물감을 풀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빛깔을?
물이 너무나 투명해서 하늘을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는건 아닐까 싶은 착각마저 든다.
비가 오지 않는데도 우산을 쓰고 통과해야 하는 코스도 있다.
절벽 위에 스프링 쿨러를 틀어놓은 듯,
피부를 간지럽히며 떨어지는 물방울들!
이 물은 일부러라도 맞아야 한다며 우산 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장가계 대협곡!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오는 과정도 스펙터클했지만,
저 모퉁이 너머에서 정말 재미있는 경험을 했으니,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