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계 대협곡은 중국의 여행지 중에서도 아직 따끈따근한 그야말로 신상의 여행지이다.
개발되고 개방한지 불과 5년, 즉 2010년에야 본격적으로 여행지로 출생 신고를 했다니.
그만큼 아직은 오염이 덜 되고 태고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자연히 외부 세계에 노출이 덜 된 탓에 시각 후각 청각의 모습이 오롯이 처연하다.
외국에서 찾아오는 외래 관광객도 아직은 우리 한국인이 대부분!
역시 우리 한민족의 프론티어 정신은 세계 어느 곳을 가도 가장 두드러진다.
여기의 원래 지명은 토비동(土匪洞)이다.
장가계의 다수 원주민인 토가족(土家族)들이 숨어살며 비적(匪賊)질을 하던 곳이라하여
이런 곱지 못한 이름이 붙었다는데...
비적(匪賊)이 얼마나 무서운 어휘인가, 도둑질에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 단체인데...
필경 외부인들의 시선일 것이다.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서 정당하게 썼던 무력을
외부인의 시각으로 그렇게 상의없이 폄훼해서 이름지었을 것이다.
개명해 주고 싶다. 그들의 이름 토가동(土家洞)으로...
반갑게도 그들이 등장했다.
솔직히 진짜 반가운 것은 "그들"이기 보다는 그들 앞에 놓여 있는 "그것들"!
대협곡 내에서 만난 첫번째 쉼터에 이르자
그동안 온통 "시각"으로 집중되었던 신경이
자고있던 후각과 미각을 깨우고 있다.
한국인들이 개척한 여행지답게,
이들은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쓰고 있다.
중국어 밑에 보기좋게 병기해놓은 한글이 반갑다.
그런데...
이곳에 한국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듯!
작은돼지 소세지? 맑은 물 물고기?
우리는 전혀 쓰지 않는 저런 표현들은 일단 애교로 봐주자.
하지만...
대만오항고기마리? 대나무통 그슬인 거기밥?
한국인이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저 기괴한 한국말은 뭐냐고!!
이곳에 제대로 한국어를 아는 사람은 없어도
"구글 번역기"는 있나보다. ㅋ
세상에~
장가계에 와서 한국식 떡볶이를 만나게 될 줄이야~
붉은 빛 도는 매콤한 빛깔에 살짝 군침이 돌지만,
중국까지 와서 떡볶이를 먹겠다고 덤비고 싶지는 않다.
이건 호떡?
중국식 호떡인지, 한국식 호떡인지 애매하지만,
이것도 패스~
통닭의 아찔한 유혹도 떨쳐버리기 힘들지만,
쉼터에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론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출출하기도 하던 차라 가볍게 양꼬치구이 맛보고 가기로 결정!
"여기 양꼬치구이 3개 주세요!"
물론 한국말로!
그걸 알아듣고는 곧바로 조리를 시작하는데...
그 때까지 나는 알지 못했다.
꼬치구이가 얼마나 시간이 오래걸리는 음식인지...
양념을 바르고, 뿌리고, 굽고, 뒤집고...
가볍게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무려 20분이나 걸린다.
한개당 가격은 10위엔. (한국돈 1700원 정도)
그런데 꼬치가 조리되는 그 긴시간동안 난 보물을 찾아냈으니,
바로 매점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막! 걸! 리!
놀랍다!
장가계에서 이동막걸리를 만났다는 사실이!
아무리 "이동" 막걸리지만,
장가계까지 "이동" 했을 줄이야!! ㅎㅎ
산에 가면 당연히 막걸리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같은 사람들이,
분명 이곳 매점에 와서 (없는 줄 알면서도) 막걸리를 찾았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인이 어떤 민족이던가.
불가능이 없는 민족!
그러다보니 이런 심산유곡에다 한국막걸리를 갖다놓는 기염을...
이동막걸리 한병 가격은 50위엔! (한국돈으로는 만원 받음)
다소 비싸긴 하지만,
물건너 왔으니, 그 가치가 올라갔음을 부인할 순 없다.
양꼬치와 이동막걸리의 조합!
가히 환상이었다.
게다가 산에서 막걸리를 만났으니,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풀었던 신발끈을 다시 조여매고 갈길을 재촉한다.
얼마 안 가서 만나게 되는 좁디 좁은 동굴하나!
이름히여 더듬이 굴(막막동-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막막해서)이다.
앞에서 안내하던 이가 말한다.
이 동굴을 통과해서 나갈건데,
10초 동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겁니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대협곡의 풍경은 한시도 우리 눈을 쉬게 하지 않는다.
대협곡 안에서 내지른 감탄사는 너무 남발해서 이제 식상해지기 시작한다.
거의 다 내려오지 않았을까? 했을때
불현듯 나타난 길다란 줄!
헉~ 배다!!
남은 길이 얼마나 멀기에 배를 타고?
협곡 트레킹을 시작하는 곳의 해발고도가 무려 1,700m에 이르고
800여 계단을 걸어서 내려와
다시 600여 미터를 흡사 봅슬레이를 타듯 대리석 돌홈을 엉덩이로 미끄럼을 타고 하강해서
계곡 옆 잔도(棧道) 걷기!
게다가 이젠 래프팅 하듯 배까지 타야하니...대협곡 하나를 두고도 참 다채롭게 설계를 했다.
다리를 쉬게 하고 풍경에 집중하니,
대협곡의 참 면모가 고스란히 눈으로 흡수되는 듯 하다.
무엇보다 암벽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의 생명력에는 경외감마저 느껴졌는데...
거꾸로 자라고 있는 돌들에선 대협곡이 지나온 세월이 짐작된다.
모두의 시선이 꽂혀 있는 풍경을 과감히 가로막고 선 중국 아줌마!
등산복 차림으로 온 한국 관광객들과는 사뭇 차별화되는 패션이다.
배 앞머리에 올라가 이 포즈 저 포즈로 5분 가량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저기~!!
"풍경이 가리니까 좀 비켜주실래요?"
차마 그 말을 전하지 못했다. 중국어가 안 되서. ㅠㅠ
앞 여인이 내려오길 기다렸다는 듯이,
이번엔 다른 아주머니가 냉큼 올라서는데...
남의 시선 따윈 아랑곳 않는 저 대범함이 부럽다.
자기 사진 한장을 위하여 많은 이들의 불편함 따윈 신경쓰지 않는 저 배짱!
부럽다, 부러워~
반나절 정도는 시간을 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대협곡!
이제 여행 시작인데, 벌써부터 다리가 아파온다.
아픈 다리를 주무르면서도
대협곡을 떠나며 마지막 인사는 잊지 않았다.
"제발 오염되지 않고 이 모습 그대로 오래도록 남아주길~!!"
<이 글이 다음 베스트로 선정됐네요. ^^ (2014. 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