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술관 관람을 즐기는 편이다.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는 화랑은
극장이나 공연장보다 적극적인 관람을 요구한다.
스토리가 있다거나
다양한 캐릭터가 녹아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한걸음 다가가는 적극성이 없다면
아무것도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중국 장가계에 여행 가서 뜻밖에 근사한 화랑을 만났다.
그런데 이곳 작품들의 작가는 "자연님" 이시란다.
자연이 빚어놓은 조각품들이 있는 전시장은 여간 넓은 게 아니라
모노레일을 타고 가며 봐야할 정도라 하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무려 10리가 넘게 펼쳐져 있는 화랑이라 하여 (5.8km)
십리화랑이라 불리는 곳!
그곳으로 간다.
장가계 무릉원 입구!
십리화랑도, 천자산도, 또 원가계도
모두 이 무릉원 안에 있다.
그곳으로 가는 관문은 으리으리한 9층탑이다.
꽤 넓은 매표소의 규모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는 티켓을 체크하는 방식이 특이하다.
245위안이라는 꽤 거금을 들여 구입한 티켓!
(한화로는 40,000원 정도)
이 티켓 하나만 있으면 무릉원 안 어디든 다닐 수 있는데...
그 티켓에 지문을 입력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비싼 티켓이다 보니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거나 티켓 없이 들어가는 얌체 관광객을 막기 위한 수단인 것 같은데,
관광지에 가서 발자국은 찍어봤어도, 지문 찍긴 처음이다.
무릉원 입구에서 십리화랑까지는 4km 정도 떨어져 있다.
그래서 십리화랑까지는 일단 버스를 타고 이동!!
십리화랑 입구!
버스는 여기서 더 들어가진 못한다.
여기서는 모노레일로 갈아타야 하는데...
모노레일을 타기 위한 줄이 끝이 없어보인다.
장가계 여행 내내 신통했던 건,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에겐 눈에 띄는 특혜가 있다는 점!
저 긴 줄을 통과해 맨 앞으로 와서 우선 탈 수 있는 권한을 준다.
도대체 그 권한은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모르겠으나,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중국인 조차도 몰랐던 장가계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든 건 한국관광객들이었기에,
여기서는 한국 관광객의 권한이 꽤 크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ㅋ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는 길~
옆으로 산책로도 잘 되어 있어,
시간이 넉넉하거나,
날씨가 너무 덥지만 않으면,
산책길 따라 유유자적 걸어도 좋은 길~
저렇게 계곡물에 발담그고 놀아도 좋은 길,
하지만 저렇게 여유를 부렸다가는 십리는 커녕 오리도 보기 힘들 것 같다.
바야흐로 십리화랑의 시작됐다.
길 옆으로 병풍처럼 둘러 있는 기암 절벽들에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같은 "산"이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조금 주저될 만큼,
이곳 산들은 독특하다.
저 바위산에 푸른 옷을 입히고 있는 나무들도 대단~!
저 생명력에 경외감마저 든다.
이 수많은 바위산들도 어쩌면 저마다 이름이 있을 터~
하지만 정형화되어 있는 그 이름이 우리에겐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내 눈에 보이는대로 이름을 붙여주면 그 때부터 그건 내게 그 의미로 다가오는 것을.
앞에 보이는 봉우리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원숭이처럼 생겼으니
원숭이봉!
우측에 우뚝솟은 저 봉우리는 하늘을 향해 짖고 있는 개처럼 생겼으니,
바둑이봉!
저기 원숭이봉 좀 보세요~
여기 바둑이봉도 있어요~
하고 일행들에게 얘기하면
아~저 봉우리~ 하고 바로 찾는다.
그만큼 이름이 그럴 듯 했다는 의미!
모노레일의 종점에 다다르면,
십리화랑에서 가장 유명한 세자매봉을 만난다.
생김새도 비슷하고 높이도 비슷한 걸 보니
세자매봉이라 불릴만 하다.
세자매봉은 좀 더 디테일한 스토리를 갖고 있는데
제일 왼쪽의 큰언니는 아기를 안고 있고,
가운데 둘째언니는 아기를 업고 있고,
오른쪽에 있는 막내는 임신중~ ㅎㅎㅎ
얘기를 듣고 보니 정말 그럴 듯하다.
네 자매 인증샷~ ^^
이곳에는 먹거리도 많은데
여유있게 즐기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가이드가 이곳에서 허락한 시간은 불과 20분!!
이럴 때는 패키지 여행의 한계를 느낀다.
말랑한 떡을 써는데 너무 큰 칼로 쓰는게 아닌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봤더니,
떡이 아니라 강정같은 과자!
방금 쪄낸 거라 맛있을 것 같긴한데,
너무 달아보인다.
떡은 저기 있었네~ 하고 가까이 가서 봤더니,
역시나 떡이 아님!!
이건 엿인 것 같았는데,
가게 주인에게 "이거 뭐예요?" 하고 한국말로 당당하게 물었더니,
그 아저씨,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킨다.
그 손 끝을 따라가봤더니,
흐미~ 저건 무슨 말이래?
한국 관광객이 워낙 많이 오니,
한국말로 표기해놓는 건 좋은데,
그 한국말들이 한국사람들조차 갸우뚱하게 하는 표현을 쓰니...
제발 한번에 알아듣게 좀 해주세요!!!
암튼 저 "돌아보다 돌아보다 사탕" 때문에 그 자리에서 한참을 웃었다.
여유있게 이곳에서 군건질을 하는 사람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오후 일정이 빡빡한 관계로
우린 서둘러 귀환해야 했다.
날씨가 무척이나 더웠던 탓에,
사실 이 모노레일이 여간 고마운 게 아니었다.
아무리 좋은 풍경이라도 10리가 넘는 길을 걸아가라고 했다면...
과연 그 풍경이 아름다워 보였을까 싶기도 하고..ㅎㅎㅎ
하지만 걸어서 구경하는 사람도 꽤 많다.
어쩌면 모노레일 타는 곳에 줄이 너무 길어서,
어쩌면 모노레일 타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어쩌면 지극히 순수한 의도록 걷는게 좋아서,
모노레일 대신 산책로를 선택한 사람들!
하지만 나는 보고야 말았다.
그들의 시선엔 십리화랑 풍경을 향한 감탄보다
모노레일 타고 가는 이들을 향한 부러움이 담겨 있었음을... ㅎㅎㅎ
10리가 넘는 세상에서 제일 큰 화랑은
그렇게 모노레일 덕분에 가뿐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덥다~ 다리 아프다~ 하는 고통의 감정을 내려놓고
오롯이 작품감상에만 몰두하게 해주었던 모노레일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그나저나 십리화랑을 떠나면서 품은 걱정 하나!
이렇게 스케일 큰 화랑을 보고말았으니,
앞으로 실내 전시관 감상은 싱겁게 느껴질텐데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