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고 떠난 꽃한송이

[장가계여행] 패키지여행에서 이것 많이 하면 여행을 망친다!

작성일 작성자 김작가

 

삶의 질이 거듭된 진화를 거치면서 이젠 '여행'이라는 어휘가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내가 서식하는 '이곳'으로 타인들이 달려오고 그들이 서식하는 '그곳'으로 내가 가는 세상이다.

 

일간지 스포츠 신문을 펼쳐들면 광고의 절반이 여행 프로그램이고,

지상파건 종편이건 텔레비전마다 여행을 주제로 하는 고정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어디 그 뿐인가, 의류, 신발, 가방, 모자 제품들도 아예 여행을 짊어지고 세상에 나온다.

 

물론 나도 여행을 즐기고 여행에다 일상의 일부를 끼워넣고 살고 있는 중이다.

언제 어디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고 더러 그렇게 대책없이 습관처럼 떠나기도 한다.

 

여행의 종류도 많아졌다.

제 맘대로 타고가서 제맘대로 돌아 오는 '자유여행'도 있고,

필요한 만큼의 숙소를 위탁하고 필요한 만큼의 탈 것을 이용하는 선택적 관광도 있으며,

여행사에서 통째로 기획한 제품에 몸을 싣는 단체 여행, 이른바 '패키지여행'도 있다.

제각각 장점과 단점이 많다.

 

이 번 중국 장가계 여행은 패키지 여행으로 다녀왔다.

오늘은 패키지 여행이 안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폐해를 여행담에다 감히 삽입해 보고자 한다.

현지인 가이드들의 습관 같은 횡포와 여행객들의 무지로 인해 빚어지는 자충수들...

 

패키지 여행에서는 특히 세가지의 행운이 여행의 성공여부를 결정한다.

 

첫번 째는 날씨이다. 이 점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진리이다.

두번 째는 좋은 가이드를 만나는 일이다.

정직하고 친절한 가이드를 만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여행의 반 이상이 성공이다.

세번 째로는 같이 동행하게되는 초면으로 만나는 동행들과의 궁합이다.

얼마나 상대방과 단체에 배려하는 사람들인가에 따라 여행 전체 일정의 분위기가 좌우된다.

여행의 성패를 결정하는 대단히 중요한 요인들이지만 불행히도 여행자 개개인이

인위적으로 선택할 수 없다는 게 패키지 여행의 태생적 안타까움이다.

 

일단 각설하고 오늘은 장가계 여행의 중심축이 되는 천자산(天子山)으로 간다.

 

 

천자산(天子산 1,250m)은 호남성(湖南省) 장가계시(張家界市)에 위치해 있으며,

장가계시는 2구(區) 2현(縣)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천문산(天門山)이 있는 영정구(永定區), 무릉원구(武陵源區)의 2개구와

상식현(桑植縣), 자리현(慈利縣)의 2개현이 그것인데,

천자산은 영정구의 한 복판을 차지하는 광범위한 면적으로 둘러 싸여있다.

 

 

천자산은 장가계 여행중에서 유일하게 여행객의 지문(指紋)등록을 요구하는데

거기엔 웃지 못할 이유가 있다.

원래 천자산 주변은 3~4일 정도가 요구 될 정도로 광범위한 풍광을 자랑하고

거기에 따라서 입장권의 유효기간도 3일간으로 하여 반복 출입을 하도록 하는데

여행객의 대부분이 한국인으로 그들은 여행사의 일정상 하루만 관광을 하고 입장권을 버림으로써

버린 입장권이 현지인 수중에 들어가게 되어 불법적인 재활용을 하는 바람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

 

 

이 번 장가계 여행을 시작하면서 처음 만난 가이드는 첫 날 첫 대면에서

인삿말과 함께 우리 일행들에게 대여섯 개의 선택관광 소개를 했었다.

어디가 얼마나 좋으며 가격은 얼마이고 대부분의 장가계 여행객들은

예외 없이 다 선택해서 즐기고 갔다는 의미심장한 멘트와 함께...

 

닷새를 같이 동행할 우리의 일행 중에서 어느 한 분이 망설임도 없이 하시는 말씀,

그 선택관광 다섯 군데를 다 할테니 50$만 깎아달라고.

나중에 알았지만 그 분은 양가 어른들을 모시고 온 며느님이셨고

동행하신 양가의 어르신들은 일흔도 훌쩍 넘기신 노인분들이었다.

 

점심 시간을 통해 우리는 선택관광을 위한 토론을 하게되고,

한 두개를 제외한 나머지 선택관광은 '선택'하지 않겠다는 친구와 나의 의견은 

그야말로 이상한 경제 논리의 다수결에 묻혀서 강제 구인이 되고 말았으니...

즉, 장가계의 대부분의 선택관광은 움직이는 동선상 '모두같이' 아니면 "모두 안함"이라는 거다.

 

어르신들의 효도 관광지로, 평탄하고 쉬운 여행지로 잘 못 알려진 장가계는...

 결코 그렇게 본 프로그램에다 엄청난 추가 프로그램을 더해도 되는 곳이 아니라고 했지만.

 

추가 선택 품목이 많으면 금쪽 같은 기본 프로그램이 다친다고 했지만,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기본 프로그램만 소화해도 많이 힘드실 것이라고 했지만,

잘 못하면 걸어도 될 일을 죽으라고 달려야 할 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여행지의 선택 품목은 재래시장의 할머니가 집어주는 덤같은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결국...가이드가 권유한 선택 관광은 하나도 열외없이 나그네의 과업으로 낙찰이 되고

전혀 나와 친구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다수결이라는 일행속의 동선에 합류하는 것으로 결정,

그렇게 악몽의 예지몽은 시작 되었고 그 후유증은 주로 오늘 발생하게 되는데...

 

 

여행은 원래 좋은 기억만 골라서 배낭에 담아 오는 것이다.

나 역시 선천적으로 긍정주의에 낙천을 온 몸에 감고서 사는 사람이기에...

그래,이렇듯 아름다운 천하의 절경을 어디서 살아 생전에 또 본다는 말인가.

천자산 케이블카는 전장이 2,084m에 이르고,

홍콩의 대표 명물인 해양공원 케이블카 회사와 같은 회사에서 투자하여

같은 공법으로 건설하여 시간당 최대 1,000여명을 수송한다고 하니...

편도 7분 정도 걸리는 거리감은 결코 짧지 않다는 것.

 

인간도 원래 꼬리가 있었다는 그 자리,

7분 내내 오금의 흔적을 만끽할 수 있는 먼 거리이기도.

 

 

천자산은 원래 청암산(靑岩山)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명태조 홍무제(洪武帝, 朱元璋)시절 토가족(土家族)의 왕인 향왕천자(向王天子)가

이 곳에서 800군사로 십만 명군을 맞아 칠일 밤낮으로 싸운 끝에 결국 패배하고

향왕천자는 절벽에서 뛰어내려 명을 다하고 말았는데 그 이후로 향왕 천자를 기리는 의미에서

산 이름을 천자산이라고 부르게 되었으며,

천자산의 봉우리마다 계곡마다 토가족 향왕천자의 전설이 깃들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이다.

 

어필봉, 선녀헌화등의 명칭 뿐만 아니라 강팔백 봉삼천(江八百 峰三千)이라는

천자산의 별칭에는 모두 토가족 현왕 천자의 전설이 아로새겨져 있다.

 

 

불과 편도 7분, 아니었다 체감 시간은 한 시간도 더 되는 듯.

천자산 케이블카는 출발점과 도착점 간의 표고차이가 700m에 이른다.

가만히 앉아 엉덩이 오금 저려 가면서 7분 만에 승천을 해버린 것이다.

 

 

우리는 지상에서 하늘 끝으로 올라왔는데 여기 이 분들은

바야흐로 하늘 체험을 마치고 지상으로 강림하고자 하는 분들이시다.

에고~어느 천년에 내려 갈꼬~?

 

키이블카에서 내리자 마자 빛의 속도로 화장실을 다녀온 것 외에는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다시 특수한 차량(여기서는 빵차라고 부른다)에  몸을 구겨넣고 다시 한 참을 간다.

이때까지도 우리는 천진하옵게도 새카맣게 몰랐다.

 

우리가 알토란 같은 외화를 주고 모국에서부터 구매한 우리의 기본 여행 프로그램이

두 눈 시퍼렇게 뜬 상태에서 코빼기도 보지 못한 채 무려 세 곳 이상이 증발하고 있다는 것을...

 

100여시간 동안만큼은 우리의 절대적인 지도자이시며 우리의 보호자 이시고

우리를 이끌어 주실 우리의 가이드님은 단 한마디의 양해 말씀도 없으셨고.

 

 

케이블카가 우리를 내려 놓은 곳은 숲이 우거지고 뜻 밖의 아스팔트가 놓여 있지만

산의 정상 부근이고 해발고도가 상상 이상으로 높은  산등성이다.

 

이미 시간은 오후 세시를 넘어  달려가고 어디서든 산속의 해는 노루꼬리 만큼 짧다.

대륙의 태양이라고해서 천하 절경인 장가계의 위대한 햇님이라고해서 에외일 리 없다.

이 때 까지도 이 엉성해 보이는 차들이 왜 이렇게 광속으로 달리는지 

우리는 여전히 모르고 있을 뿐 아니라 불과 서너 시간 이내에

닥쳐올 절박한 사태를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우리를 담은 차량은 어느덧 비포장 산길을 비틀거리며 달리고

시야가 트인 능선으로 산허리를 감아돌면 어김없이 되살아나는 감탄사들,

뉘엿뉘엿 넘어가는 태양이 내뿜는 오늘하루의 마지막 기염이

대륙의 산하를 사각(斜角)으로 조명하는 기묘한 산세들...

나그네들에게 어울리는 한마디는 딱 하나~

 

우와~!

 

 

 

 

산 능선에서 만난 작은 토가족 마을, 그리고 삼각지 로터리.

우리 일행이 탄 차량들은 좌회전을 하고 몇몇 다른 차들은 우회전을 한다.

우리야 어디로 데리고 가건 무조건 믿고 갈 일이고 어떤 길이 빠르고 좋은 길인지 당연히 모른다.

 

우리는 여기가 처음이고 당연히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이다.

나그네들 가슴속에 들어 있는 유일한 상념은 너무나도 단순하다.

앞으로 닥쳐올 절묘한 풍경과 맛있는 먹거리...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이 길에서 이 늦은 시간에 굳이 비포장 도로로 좌회전을 했다는 것.

이 역시 비극을 부르는 거대한 원인으로 다가 왔으니...

 

 

비포장길을 그렇게 또 한동안 간다.

나는 이때까지도 우리가 지금 가는 곳이 출국전에 한국에서 결정한 우리네

기본 프로그램 여행지 중의 한 곳인 줄 알고 있었다.

우리의 가이드님께서 너무나 과묵하셔서 우리의 동선을 일일이 말 해주지 않은 탓에...

 

 

오후의 산등성이에서 조망하는 천자산 주변은 황홀했다.

이런 곳에 단칸 초옥(草屋)이라도 있으면 하룻밤 자고 가고싶다는 친구의 소망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비틀거리면서 흔들리면서 달리고 달려서 이윽고 도착한 곳.

차량 두 대가 겨우 비껴갈까할 정도의 너비로 여전히 확장중인 산악길.

그 길섶에 차는 멈추고 화물같은 나그네는 하차를 강요받는다.

 

 

산골짜기 건너편에 차려진 손바닥 같은 계단 논과 성냥갑 같은 가옥 몇 채...

그때서야 대충의 감을 잡았다, 여기가 어쩌면 양가계(楊家界)일 거라고.

 

 

좁은 비포장 도로변의 짜투리 땅을 비집고 이미 상혼이 먼저 나그네를 반긴다.

온갖 단 맛을 함유하고 있는 대륙제 음료수도 지갑을 부르고 몇몇 씹을 거리도 동참횄다.

우리 땅 모국에서 건너온 세계인들이 존경하고 사랑해마지 않는 우리네 대단한 발명품,

모국산 커피믹스도 이 첩첩 오지에 자랑스런 포즈로 앉아있다.

 

 

 

대륙 어디를 가나 디자인과 색상이 똑 같은 중국의 여름용 피혁 유니폼,

세탁과 탈부착이 용이하고 가격이 저렴한 대신 모기나 해충에 다소 취약하다는 소문이...

지난 북경 올림픽 때 대대적으로 단속을 했다는데 아직 여기 토가족 까지는...

 

 

 

토가족 마을의 꾸미지 않은 삶 그대로 햇살에 말리고 있다.

어쩌면 씻어낼 오염도 없을 성 싶다.

어차피 씻겨나간 흙먼지도 자연이고 그들이 벗어던진 세속도 자연인 것을.

단지 나그네의 지갑속에서 은밀히 거래되는 탐욕의 금전 몇닢만이

그들의 시야를 어지럽히는 오염 물질일 터.

 

 

그들에게 빨랫줄 건넛편의 절묘한 풍경은 이미 일상일 뿐이다.

그들은 매일같이 찾아오는 나그네에게 매일같이  정색을 하고 묻고 또 묻는다.

도대체 뭐 볼 게 있어서 비싼 돈들여 여기까지 왔냐고...

내게도 그렇게 측은하게 물었다.

 

그러게요...뭐 볼 게 있다고...

 

 

천자산에서 오늘처럼 시야가 확 트인 날은 귀한 날이다.

물기까지 아낌없이 털어내고 청명한 바람까지 뽀송뽀송하게 보내주는 날은 그야말로 축복이다.

이런 날은 집안의 모든 것을 끄집어내어 빨고 털어내고 결사적으로 말려야 한다.

식구 수 만큼의 옷과 신발이 죄다 속살을 드러내고 일광욕 중이시다.

 

 

여기가 토가족들의 거주 공간은 아니다.

영업행위를 위해 햇빛과 비를 가리기 위한 임시 거처일 뿐이다.

손 대면 툭하고 내려 앉을 것만 같은 가소로운 구조물들, 그들의 표정만큼이나 꾸밈이 없다.

애써 가꿀 필요도 이유도 없는 그들의 속내를 애써 배워야하는데...

 

 

공중 전원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묘하고 절묘한 공간에 당연히 있어서는 안될 공간에 떡하니 있는 인공 구조물.

나그네에겐 그저 신비롭고 대단하다는 추상적인 어휘로 재단되지만

이 공간을 만든 이에게는 한(恨)과 살아야 한다는 숙명의 공간이다.

 

 

여기 공중 전원은 양가계라는 지명속에 존재한다.

향왕천자를 토벌할 때 여기에 주둔했던 양가장(楊家將)의 후손들이

마을을 이루고 연명(延命)했다고 하여 양가계라는 지명을 얻었다고 하는데

공중전원은 토가족과 양씨의 후손들에 의하여 조성된

그야말로 하늘 위에 새집처럼 매달린 천수답 논이고 밭이다.

귀한 진흙을 한 줌 한 줌 천길 계곡 밑에서 퍼 올려 물새는 것을

막아가며 만든 피와 땀과 뼈로 만든 논이란다.

우리네 삿갓논(강원도), 구들장논(청산도),다랭이논(남해) 보다도 더 눈물겨운 곳이다.

 

 

이런 논과 밭에서 경작하고 추수한 곡물로 만든 음식은 어떤 맛일까?

여기서도 "과식"이라는 어휘가 있을까?

이 사람들에게도 "음식 쓰레기"라는 희귀한 야만어가 있을까?

이 동네에서도 "이앙기"며 "경운기"라는 신통방통한 기계를 알고 있을까?

 

 

곡식의 재발견을 하기 위해서라면 이 곳이 제격이다.

음식의 소중함을 알고자 한다면 역시 이 곳이다.

포식을 주로하는 미식가들에게 회초리를 들고자 한다면 여기에서 할 일이다.

 

하지만 가게 주인 아저씨의 과체중인 듯한 실상은

과연 어떤 게 본모습인지 멀리 집 나온 나그네는 딜레마에 빠진다.

 

 

한 때 명줄을 이어 주었을 옥답(沃畓)과 옥전(玉田)도 이젠 시효가 끝났는가...

뭐가 그렇게 볼 게 있다고 기를쓰고 찾아오는 나그네들을 위해 물길은 잡았고

약간의 푸성귀는 파종이 되어 있지만 악착같이 한 포기라도 더 수확하고자 하는 흔적은 없다.

믹스 커피 한 봉지 녹여내면 무려 2,000원의 손 쉬운 현금이 떡하니 들어오는데...

 

쉽게 살기에 얼마나 좋은 세상인데 굳이...

 

 

너무나 과묵하신 우리의 가이드님께서 한 말씀 하신다.

"공중 전원은 먼 발치에서 다 보셨고 굳이 이 곳의 풍경을 더 보시려면

저어기~ 아래에 내려 가시면 전망대라는 곳이 있으니 보실 분은 가서 보고 오세요~"

"하지만 저는 안내려 갑니다"

그러면서 또 한 말씀 보태신다.

 

"오르막이 길어 힘은 좀 드실겁니다.

굳이 안내려가도....."

 

어디 그런가,

여행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걸 안보고, 그걸 안하고 갈 수 야 없지~"

 

하지만 전망대를 찾기 위해 나중의 오르막을 각오하고 내려가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왔는데"를 외치며 내리막을 선택한 사람은

내 친구를 포함한 불과 두 세명...

에상대로 과부하에 걸리신 어르신들은 모두같이 포기를 선택했다.

 

여기는 기본 프로그램에는 없었던 선택 관광지였다.

 

한국에서 선불주고 구매한 기본 프로그램은 생략하면 한국 여행사가 욕 먹지만

 현지에서 미국돈 받고 판매한 선택 프로그램은 절대로 포기 할 수 없다는

현지 조선족 가이드의 두둑하신 배짱이 결국 기본 프로그램 세 개를 몽땅 생략한 채

광속의 속도로 우리를 여기까지 이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제법 시간이 지난 이후였으니...

 

 

 

포기한 분들을 위한 달콤하고 시원한 수박 파티...

대륙의 수박 당도는 일찌기 그 맛을 알고 있으니...

전망대를 굳이 갔다가 온 몸이 젖은 채 올라와서 먹은 수박은

한마디로 생명수였다.

 

저 아래 쪽의 전망대를 체력 관계상 포기하고 수박을 먹고 있는 와중에

우리 일행이 아닌 또 한 팀의 한국 관광객이 당도하고

그들의 일부와 말을 섞고 있는데...

우리의 가이드가 그들에게 친절하게 하시는 말씀,

 

"저 아래 쪽에 내려가도 볼 거 없어요~!"

"나중에 보게 되는 원가계에서 보는 풍경과 똑 같아요~!"

 

그럼 힘들여 내려간 우리 일행은?

그런 곳을 선택 관광지로 권한 까닭은?

 

 

천자산 허리를 감싸고 있는 마을들과 수림의 전경들...

나무는 대부분 가문비 나무와 전나무 그리고 아열대 교목 활엽수들이다.

여기 초록은 일년 사시사철 쉬임없이 볼 수 있다.

 

 

예로부터 대륙의 시인묵객들은 천자산의 4대 명관(名觀)을 노래했다.

그 첫번 째가 운무(雲霧)가 많은 이 곳의 풍경을 일러 운도(雲濤-구름 물결)라 했고,

두번 째가 월휘(月輝-천자산에 내리는 고고한 달빛),

동설(冬雪-눈을 이고 있는 겨울 풍경), 그리고 하일(霞日-해질 무렵의 노을)을 노래했다.

 

조금 있으면 4대 명관 중에서 노을 풍경은 볼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런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도 불과 몇시간 이후의 일이니...

 

 

서서히 양가계의 풍경이 드러난다.

장가계 여행에서 양가계가 관광 상품으로 오른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만큼 따끈따끈 한 신상이라는 말이다.

 

 또한 아직은 대부분 선택 여행지로 되어 있다는 것은

다수인들에게 아직도 접근성이나 편리성에서 많이 미흡하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많은 여행 프로그램에서 정식 코스에 편입되지 못한 이유이기도.

 

 

이 여행기에 이어서 소개하겠지만 양가계와 원가계(袁家界)는 실로 엄청난 광경이다.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지구상의 별천지이다.

미국의 그랜드 캐년도 장엄하지만 그것과는 엄연히 차별해야 한다.

그랜드 캐년은 획일적이며 인간을 거부하는 죽어있는 협곡이라면

여기 양가계 원가계는 다채롭게 살아 숨쉬는 공간이며 인간을 수용하는 공간이다.

 

 

인간의 수치로는 감히 언급해서는 안되는 머리아픈 세월이지만

4억년 전 온 통 바다속 깊은 해저면이었던 곳, 지각변동으로 무럭무럭 올라와(융기해서)

다시 침식과 풍화를 통해 남을 곳은 남고 깎일 곳은 깎여서 지금 처럼 온통 같은 높이의

이해할 수 없이 깎아지른 기둥산이 되었단다.

지금도 송곳 같은 봉우리 위에서는 바다의 흔적들이 무수히 발견되고 있다고.

 

 

알려진대로 원가계에서는 영화 아바타의 모티브를 얻고 로케이션을 했으며

들리는 바로는 여기 양가계에서는 아바타 후속작을 검토한다고...

 

 

나중에 되돌아 갈 때 힘들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내려가서 담은 전망대에서의 풍경,

사실 여러 수십장의 사진을 담았지만 게재하는 사진은 극도로 줄이기로 했다.

그토록 굉장하게 굉장하고 대단하게 대단한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장관을

어떻게 예각의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말인가.

 

아울러 다음 편에 묘사될 원가계의 풍경과 이미지상 중첩되는 부분도 있으니.

자칫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고...

 

여기서는 대단히 애석하고도 송구하지만 여기 양가계라는 절묘한 곳이 그렇게 있고

그저 이렇게 생겼다라는 존재의 흔적만 남기는 것으로 무릎을 꿇기로 했다.

나의 표현력과 묘사 능력으로는 그 어떤 미사여구를 채택해도 실상에 대한

죄악과 결례라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깨달았기 때문에...

 

양가계의 실체와 적절한 비유가 더욱 필요하신 분들은 제발 직접 배알하시고

그 체험적 메타포를 전수해 주시기를 간곡히 바라옵고.

 

 

 

전망대 건너편에는 불과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타야할 백룡열차(百龍列車),

백마리의 용이 끄는 하늘로 가는 열차(사다리-앨리베이트)라는 말이다.

운행 높이가 무려 350m가 넘는다.

중국인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인공 구조물의 대반전.

 

이미 해가 천자산 능선 줄에 걸렸다.

해가 질 때까지 우리가 여전히 여기 있다는 것이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아직까지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공부는 학교에서 학생만이 하는 게 아니다.

많은 곳에서 많은 필요에 의해 공부를 하고들 있지만 여행도 별개가 아니다.

여행의 고수들은 어김없이 말한다.

여행은 배우고 간 만큼 딱 그만큼 담아온다고.

 

또한 많은 사람들이 세월이 지난 후에 말한다.

똑 같은 곳을 비슷한 여정으로 같은 돈 주고 다녀왔는데,

 

"도대체 나는 뭘 보고 뭘 느끼고 온게야~?"

 

아직도 주변에는 인증샷 찍으러 여행가는 사람들이 많다.

모처럼 큰 마음 먹고 떠나는 여행길, 정말 공부 많이 하고 가야한다.

그래야 더 실속있고 더 값어치있게 추억으로 만들 수 있다.

또한 그래야만 여행지의 "그들"에게 당하지 않는다.

 

아무튼 우리는 그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공중전원"을 옵션에 넣음으로써

원가계의 대표명소로 손 꼽히는 <하룡공원> <어필봉> <선녀헌화>를

우리가 못보고 지나쳤다는 사실을...

 



맨위로
통합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