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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랜드마크만 찾아가서 보지 말고
내키면 동네 까페에서 동네 사람들과 사는 이야기도 하고
벼룩시장에 가서 구경도 하면서 거기 사는 사람처럼 여행하는 거야.
그게 더 멋져.
그리고 생활은 여행처럼 해.
이 도시를 네가 3일만 있다가 떠날 곳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갔다가 다시 안 돌아온다고 생각해봐.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거기에서 3일 밖에 못 머물기 때문이야.
마음의 문제야. 그러니까 생활할 때 여행처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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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었던 책 <여덟단어 (박웅현 저)>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고개를 계속 주억거렸다.
어찌나 깊이 공감이 되던지...
내가 그곳에 살때는 좋은지 몰랐던 부산이
막상 떠나 있으니 늘 그리운 곳이 되었다.
부산의 풍경 하나하나가 다 아름답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역시 나의 한정된 "체류시간" 덕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나의 주관적인 감정을 넘어
객관적으로 봐도 정말 괜찮은 곳을 찾아내었다.
누구나 아는 부산의 랜드마크가 아닌,
골목 구석구석을 누벼봐야 비로소 찾을 수 있는 곳!
난 꼼장어를 많이 좋아한다.
그래서 부전역앞 꼼장어 골목을 서성이는 것도 좋고,
자갈치 꼼장어 골목에서 호객을 당하는 것도 즐긴다.
그런데...
요즘 자갈치 꼼장어골목의 판도가 살짝 바뀌어 가고 있다.
바닷가 쪽에 진을 치고 있는 포장마차에서 주로 꼼장어를 담당했는데,
요즘은 그 맞은편 횟집, 생선구이집에서도 활발한 꼼장어 판촉전쟁을 펼치고 있다.
그들이 포장마차 꼼장어와 차별화를 외치는 부분은
바로 생선구이를 서~비스로 준다는 것!
사실 자갈치에 가면 생선구이를 먹을 것이냐, 꼼장어를 먹을 것이냐를 두고 늘 갈등했었다.
그런데 그 두가지를 한번에 먹을 수 있다면?
그야 말로 금상첨화!
생선구이 서비스~ 라는 말에 혹해,
안으로 들어가 꼼장어구이를 주문하고 기다려본다.
꼼장어엔 반찬이 크게 필요없지만,
해장국, 고추무침, 깍두기, 물김치가 놓인다.
해장국은 밥 한공기 말아먹어도 좋을만큼 담백하게 맛있고,
물김치와 깍두기는 시원.
고추무침은 약간 짜다.
잠시 후 노릇노릇 맛있게 구운 생.선.구.이.가 왔는데,
서비스라고 해서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기대 이상이다.
큼지막한 갈치~
열기도 통째로 한마리~!
게다가 살은 어찌나 두툼하던지~
일반적으로 생선구이백반을 시켰을 때 나오는 생선구이 못지 않다.
함께 간 친구의 농담~
"이 생선구이 만으로도 충분히 술안주가 될 것 같으니 꼼장어 주문한 건 취소할까? ㅋㅋㅋ"
꼼짱어가 나올때까지 생선구이를 야무지게 다 발라먹었는데...
역시 이곳 자갈치의 생선구이는 전국적으로 알아주는 최고의 맛이다.
꼼장어구이를 가져온 아주머니께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생선구이를 보시고 흠칫 놀라신다.
생선구이 마니아로 봐주셨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엄청 배고픈 중생으로 보신 것 같다.
꼼장어구이의 양은 확실히 부전역 앞이 더 푸짐한 것 같다.
거긴 1인분에 8천원.
2인이 갔을 때 기본 주문이 3인분이니 24000원.
여긴 꼼장어 "소"자에 30000원.
푸짐하고 저렴한 건 역시 부전역이다.
하지만 생선구이 서비스를 생각하면
가격대비 만족도는 오히려 이곳 자갈치가 좀 더 높은 듯.
소주 한병 곁들이니 꼼장어구이는 마파람에 게눈감추듯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어디 분위기 좋은 데 가서 커피나 한잔 할까 하고 일어나 자갈치시장 골목을 돌아봤는데,
자갈치 시장 안에서 괜찮은 까페를 찾는다는 건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그 때 회센터 안내판에 7층에 "전망대" 가 있다고 적혀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배도 부르고 하니, 전망대에 올라가서 부산의 야경이나 좀 감상할까?
하고 7층으로 올라갔는데...
거기엔 뜻밖에도 "게스트 하우스"가 있었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겐 안성맞춤일 것 같은 게스트 하우스가!
자갈치 시장 한복판에 있다니!!!
게스트 하우스 테라스가
우리가 아래에서 보고 올라온 바로 그 "전망대"였다.
테라스가 어찌나 예쁘게 꾸며져 있던지...
스피커에서는 잔잔한 팝송이 흘러나오고 있고,
분위기도 이국적이어서인지,
마치 외국에 나온 듯한 기분!!
저 멀리 영도대교를 포함한 부산 내항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게스트하우스의 휴게실인 듯한 곳에서는 커피와 맥주를 팔고 있다.
이곳에 묵는 사람이 아니어도 먹을 수 있냐고 했더니 흔쾌히 OK~~
음료를 주문해놓고 게스트하우스를 살짝 둘러봤는데,
문을 연지 얼마 안 된듯 깨끗하고 시설도 꽤 괜찮았다.
화분 위에 예쁜 고양이 인형이 놓여있기에 슬쩍 만졌다가 깜놀!!
인형이 아니라 진짜 고양이였다.
그런데 어찌 화초를 다 뭉게며 화분 위에 올라가 있는지...
이 게스트 하우스 안내문에 고양이 사진이 있던데,
아무래도 이 집의 마스코트 역할을 하고 있는듯...
먹을 거리도 꽤 다양했는데...
이런곳에서는 맥주를 마셔줘야 한다고 마음을 바꾼 친구는 4000원짜리 바드와이저를
이런 분위기에선 커피를 마셔줘야 한다고 우긴 나는 3500원짜리 아메리카노 커피를...
맥주를 주문하니 간단한 과자 안주는 서비스로 내어준다.
정말 맥주를 한없이 마시게 될 것 같은 황홀한 풍경을 앞에 두고 있으니,
드는 생각은 딱 하나!
"여기가 진짜 부산 맞아??"
제법 선선한 가을바람이 상쾌함으로 와 닿는다.
BGM으로 깔리는 팝송과 가요가 이 분위기에 액센트를 찍어주고 있다.
가만히 보니 이곳 게스트하우스엔 외국인 배낭여행족들도 꽤 보인다.
맞은편에 앉아있는 두 청년 또한 배낭족인지
"Lonely Planet <Korea>"를 보고 있다.
오지랖 발동!
내가 갖고 있던 부산 관광지도를 들고 다가가,
"Excuse me~!!"
부산에 둘러볼만한 곳을 추천해주겠다고 말한 후,
갈만한 곳을 지도에 표시해 주고
마지막에
"This is my present for you."
라고 말한 후 당당히 돌아섰다.
그들이 보인 다서 당황한듯한 모습은 "불쾌함"이 아니었길!! ^^
앞으로 자갈치에 오게 되면 저녁엔 꼭 이곳에 들르리~!
굳이 비행기 타고 나가지 않아도
이국적인 멋을 물씬 느낄 수 있는데다가 외국인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으니,
돈 안들이고 외국에 나온 듯한 기분 맛보기!
괜찮다~!
이상 대한민국 부산에 있는 자.갈.치. 한복판에서
김작가가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