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이르기를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고
길이 끝나는 곳에 비로소 산이 시작 된다고 했는데...
세상의 산과 길에 한결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산이 끝나는 곳엔 그저 산이 끝나고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도 황망하게 끝나는 곳.
그러다 분명히 다른 산 임에도 같은 모습으로 또 하나의 산이
흡사 3-D로 복사라도 한 듯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곳.
원가계(袁家界)를 간다.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고 있다.
심지어 그 곳을 몸소 여행을 하고 온 사람조차도...
장가계, 원가계, 그리고 양가계의 차이를...
장가계(張家界)는...
일단 현재의 호남성 장가계시의 시명(市名)이다.
기원전 200여년 전, 중국대륙을 통일한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이
한신(韓信)등을 포함한 건국 공신들을 토사구팽으로 차례로 제거하기 시작하자
목숨의 위협을 느낀 당대의 일등 공신인 책사 장자방 장량(張良)이
친족들을 이끌고 몸을 숨겼다는 곳이 이 곳 청암산(靑岩山-훗날 명나라 시절 천자산으로 바뀜)의
험산 오지로, 이후 장량의 후손들이 마을을 이루었기로 인근 골짜기를 장가계로 불러 왔는데,
2000여년이 지난 후 호남성 대용시(大庸市)였던 이 곳 도시의 원래 이름을
여행객들에게 보다 역사적 지명도가 있는 장가계라는 극히 작은 마을 이름을
도시의 공식 이름으로 차용하여 개명(1994년)하게 된데서 비롯 된다.
따라서 장가계라는 이름은 어느 특정 여행지를 지정하는 이름은 아닌 것이다.
장가계는 인구의 절반 이상인 토가족(65%)과 더불어 20여 소수 민족이
서로 살을 부비며 오랜 세월을 살콩달콩 살아가는 총인구 160만 명의 도시 이름.
반면 원가계는...
후당(後唐)무렵, 대륙을 들끓게 했던 황소(黃巢)의 난(亂)이 실패로 끝 난 후,
조정에서 황소의 잔당들을 토벌 색출하게 되는데,
그 중에 원(袁)씨 성을 가진 장수가 일족을 이끌고 이 곳으로 숨어들어
마을을 이루었기로 원가계라는 지명을 얻게 되었다고.
양가계(楊家界)는 앞서 천자산에서 언급했듯이 양씨라는 장수의
일족이 마을을 이루면서 생긴 지명이고.
따라서 장가계 시의 원가계라는 작은 지역과
역시 작은 지명에 속하는 양가계라는 골짜기의 이름으로 구분된다.
원가계는 이 번 장가계 여행의 백미라고 해도 좋다.
사실 수많은 여행객들이 이 곳의 풍경을 담은 사진 들을 보고 여행 계획을 세우고 지갑을 연다.
단언컨대 원가계는 나그네들의 상상하는 그 이상의 여행지라고 정의하고 싶다.
하지만...
사전 지식 전혀 갖추지 못한 나그네의 무지와 욕심만 앞세운 지나친 효심,
거기다 탐욕에 눈이 먼 현지인 조선족 가이드의 농간에 의해 불쌍한 나그네들은
비싼 돈 들여가며 볼 것은 못보고 복에 없는 마라톤까지 더하게 되는데...
우리 일행이 이 곳 원가계 들머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있는 상태,
이 곳의 동선을 전혀 모르는 나그네들은 그저 가이드의 명령만 기다린다.
이윽고 우리의 지도자 가이드로부터 하달된 원가계 여행의 보석 같은 지침서.
"지금부터 대단하고 굉장한 원가계를 보시게 되는데...
이 길로 걸어가시면 곳곳에 두 갈래길이 나타납니다."
"그때마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좌측 길만 선택하셔야 합니다."
"명심하셔야 합니다~!"
"반드시 좌측 길 입니다."
"좌측길"
그래서 수없이 나타나는 두갈래 길에서 가이드가 시키는 대로
성실하고도 우직하게 좌측길만 선택해서 걸었다.
이역만리 타향 땅에서 길을 잃는 불상사는 막아야 하기에...
그 와중에도 가이드는 앞서거니 뒷서가니 우리 일행을 끊임없이 재촉한다.
"지금 시간이 없으니 빨리빨리 걸어야 합니다."
"빨리빨리~!"
이미 낙조마저 물러가고 군데군데 땅거미가 깔리는 원가계,
가이드가 밀어 부치는 재촉의 채찍으로 나그네들은 이미 달리듯 걷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사랑의 자물쇠는 어김없이 나타나고.
그 뒷 편으로는 절대 이승의 공간으로는 느껴지지않는 절경도 주마간산으로 지나가고.
그랬다.
주마간산(走馬看山)이란 어휘는
훗 날 여기 원가계에 오거든 그때 쓰라고 만든 말이었다.
그러나...
여행객의 참을 수 없는 본능이 무엇이던가?
바로 지칠 수 없이 되살아나고 나타나는 호기심이 아니던가...
그래서 슬며시 가이드의 시선이 닿지 않는 후미로 빠져서
가서는 안될, 넘어서는 결코 안될 이른바 금단의 방향 "오른쪽 길"을 밟아보았다.
약간의 설렘과 두려움까지 안고서...
그런데...
가게되면 길을 잃을 수 있다고 하는 오른쪽 길의 끝은
원가계를 곳곳에서 조망하라고 절묘한 곳에 나그네를 배려해서 힘들게 만들어 둔
"전망대~!"
모든 길이 그랬다.
가서는 안될 금단의 길 오른 쪽 길에는 죄다 원가계 여행에서는 결코 놓쳐서는 안될
전망대가 있었던 것이었다.
가이드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길을 잃는 게 아니라 떨어지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길이었으니...
천하 제일교(天下第一橋),
원가계의 명물이고 여행자들은 반드시 건너야 할 다리이며 필수 코스에 해당하는 곳.
그러나 우리 일행 모두는 가지도 건너지도 못했다.
왜냐고?
천하 제일교를 건너려면 오른 쪽으로 우회전을 해야 했기에...
가이드가 입구에 서서 좌회전만을 진두 지휘했기에...
그래서 이렇듯 멀리서 사진으로만 담고 말았다.
하필이면 천하 제일교 부근에 왜 유독 열쇠가 많은지 그 열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이유를 깨닫게 된 것은 꽤 많은 시간과 세월이 지난 후였다.
그리고 여기에서 우회전을 하지 않음으로써
우리의 금쪽같은 기본 여행 프로그램 하나가 또 허무하게
날아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그 이후 였으니...
우리의 기본 프로그램,
여행사에서 강조하고 광고했고 그것을 보고자 달려왔던
그 프로그램이 벌써 4개째 날아갔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실감을 못했으니...
천하 제일교의 건너편 산봉우리의 이름이 열쇠산(鎖山)이고
다리 앞에 열쇠 조형물이 있어서 사랑의 열쇠가 걸린다는데
전혀 본 적이 없어서 이렇게 글로만...
선택의 여지없이 해발 1200m의 산정에 존재하는 우리의 하나밖에 없는 지도자인
중국 국적인 조선족 가이드는 무모한 선택 관광으로 인해 소비된 시간 부족을
무자비한 기본 여행지 생략과 걸음 독촉으로 위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런 사전 양해도 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여행객들을 마냥 기만하면서.
우리 일행의 절반 이상은 70대 고령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그네들의 대부분은
아무 것도 모르고 숨을 헐떡이며 앞만 보고 걷고 있을 뿐이고.
가이드의 말 한마디가 마치 법인듯 존중하면서...
나와 친구는 틈틈이 일탈(逸脫)이 아닌 이탈(離脫)에 해당하는 우회전을 감행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데...
이런 비경을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텐데...
이런 생각은 어쩔 수 없는 나그네의 반항이고 호기심이다.
그럴수록 우리의 금단의 걸음은 걷기가 아니라 달리기로 바뀌고.
마지막 숨을 넘기는 오늘의 햇살이 만드는 원가계의 비경은
나그네들의 절박함은 까마득히 모르는 채 매양 환상같은 조명을 받고 있을 뿐.
전쟁과 같은 와중에도 친구의 한마디는 주변을 웃게 한다.
"저어기~ 보이는 넓은 반석 위에서 한 이틀 정도,
파전에 막걸리 한 잔 하면 참 좋겠다~!"
여기 저기서 그 막걸리 맛에 동참하고 동경하는 리액션의 우리 말 소리,
"캬아~!"
원가계를 이루는 지질은 대부분 석영사암이다.
따라서 암석이 잘게 부서지지 않고 설사 잘려 나가도 길게 잘려지기 때문에
이러한 형태의 절묘한 산세를 이루게 된다고.
그 시절을 살아 보지 않아서 장담할 수는 없지만,
4억년 전 이 곳은 아득한 바다 밑이었는데, 서서히 융기하고
오랜 시절을 거쳐 침식을 거듭함으로서 지층이 약한 곳은 깎이고
강인한 곳은 남아서 이러한 절묘한 골짜기를 형성했다고...
그래서 봉우리의 높이가 대체로 일정하단다.
현재 해발 1000m가 넘는 이곳이 까마득한 시절엔 바다 밑이었다니
아무튼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인생부도 장가계(人生不到 張家界)
사람이 태어나서 장가계에 가보지 못했다면
백세기능 칭노옹(百歲豈能 稱老翁)
100세를 먹어도 어찌 어르신이라고 하겠는가?
장가계를 가보지 않으면 아무리 늙어도 어르신 대접을 못 받는단다.
글에서 말하는 장가계는 필경 여기를 말함일 것이다.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과장과 포장이 심하다.
언젠가 북경 인근의 만리장성에 갔더니 거기도 비슷한 글귀가 새겨져 있었는데...
부도장성 비호한(不到長城 非好漢)
만리장성에 가보지 못했다면 대장부라고 할 수 없다.
만리 장성에서는 흡사 성차별적인 그 싯귀에 수긍을 할 수 없었지만
여기서는 십분 수긍이 간다.
아니, 그 이상의 절경이라고 감히 단언해도 좋다.
흔히들 중국 여행을 일러 "빠지는" 여행이라고 하던데.
북경이나 운남성을 여행하면 주구장창 걸어야만 하기에 "발"이 빠지고,
서안이나 낙양을 여행하면 온종일 중국 역사 이야기를 들어야 하기에 "귀"가 빠지고,
상해나 심천등을 여행하면 고층빌딩 쳐다 보느라 "목"이 빠진다고 했는데,
여기 장가계 여행은 여행내내 감탄을 하다가 "턱"이 빠진다는 말도
충분히 수긍이 가고도 남는다.
그리고 확언하는데 장가계 여행도 미끄러운 길을 발이 빠져라 걸어야하고
거듭되는 계단길을 끊임없이 오르내려야 하며
가이드를 잘 못 만나면 걷는 것도 부족해 부단히 뛰어야할 수도 있다.
걷다가 뛰다가 나타나는 원가계의 끊임없는 절경과 불가사의는
가쁜 호흡을 추스리는 와중에도 나의 턱을 점점 지표면으로 빠지게 하고 있었으니.
사람 발길 하나 닿지 않았을 저 심연의 골짜기 속에는 어떤 이물체가 존재 할까?
저렇게 대단한 곳을 시선 밖으로 던져두고 걸음을 재촉해야 하다니...
언제나 이런 현지인의 간이 매장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는데 오늘은 통과!
주전부리도, 판매하는 상품 구경도, 사람 구경도, 여행의 여백을 채우는
좋은 소재이고 별미의 먹거리이기도 한데
우리는 그저 걷고 때론 달린다.
일흔 드신 할머니도 마흔 먹은 며느리도 숨을 헐떡이며...
우리는 누구이며 여기 뭐하러 왔을까...
왜 이렇게 이런 절경을 무시하고 바쁘게 가야만 하는 것일까...
오늘은 저기서 우리를 목놓아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원가계는 영화 아바타(Avatar)를 계기로 세상에 급속하게 입소문을 탔다.
영화의 배경 소재가 여기 원가계라고 알려짐으로 해서.
<사진 출처 : Daum 이미지>
<사진 출처 : Daum 이미지>
트럭 운전사 출신의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룬은 젊은 시절,
그가 보았던 영화 "스타워즈"에서 얻은 충격의 잔상과
여기 원가계의 비지구적인 실상을 버무려 아바타라는 극히 비현실적인 허상을 창조했다.
원가계의 몇몇 봉우리는 그의 영화 속에서 "판도라"라는 혹성의 배경으로 살려내고.
이상적인 혹성 "판도라"에서는 언옵타늄이라는 자성적(磁性的)인 물질에 의해서
이런 산 봉우리(할렐루야 산)가 허공을 풍선처럼 이리저리 떠다닌다.
실제로 이 곳의 실물 사진이 영화에 그대로 재현 되기도 한다.
영화 아바타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떠다니는 할렐루야산인
중국 이름, 건곤주(乾坤柱-하늘과 땅을 떠 받치는 기둥이라는 의미).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무너질 원가계의 상징,
이르면 우리가 이 곳을 떠난 내일 건곤주가 무너질지도 모르는 일.
까마득한 높이로 깎여진 하늘 기둥,
이런 기적을, 무너지기 전에 볼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일까~?
영화 속에서...
허상같은 혹성에서 잃어버린 하반신을 다시 부여받은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샘 워딩턴 분)와
네이티리(조 셀다나 분)의 역시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이어지고
비현실을 꿈꾸는 대부분의 지구인은 영화에 몰입하고
급기야 현실속의 자신을 비현실의 그곳에 대입하여 대리만족의 화신이되어
영화는 이른바 대박을 이룬다.
아바타는 그래서 분신(分身)이고 화신(化身)이라는 뜻이다.
<사진 출처 : Daum 이미지>
본의 아니게 시간이 없다.
하지만 앞에 펼쳐진 할렐루야 산들을 누비며 하늘을 날고 싶다.
토루크(Toruk-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시조새 닮은 새)를 타고 인간 미답의 저곳으로 갔으면...
이 곳을 보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이런 상상을 할 것이다.
그 것을 상상으로만 그치지 않고 세상 밖으로 꺼집어 내는 사람은
발칙한 또 다른 상상을 섞어 이른바 요즘 대 유행어인 창조경제의 대박을 터뜨리고
나같은 속인들은 그저 상상이라는 지하실 드럼통 속에 넣어서 부패하기만 기다리고.
다시 길에서 조우한 우리의 발칙한 가이드가 우리 일행 두 서넛을 불러세운다.
말씀을 매우 아끼시는 우리의 가이드께서 한마디 하신다.
"여기가 바로 미혼대라는 곳입니다.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아름다운 조망이 펼쳐진다고 하여 붙여진 전망대 이름이랍니다."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
몇몇의 블로그 포스팅과 카페 포스팅을 통해서...
그런데 생소했다.
사진속의 모습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가이드에게 물었다.
"여기가 미혼대라면 어떤 조형물이 있어야 할텐데요..."
가이드는 더욱 힘주어 강조했다.
"여기가 미혼대 맞아요!!!"
"이제 원가계 다 봤으니 오로지 빨리 셔틀버스 타는 곳으로 가야됩니다!!!"
가이드는 단호했다.
안내 지도를 아래위로 뒤집어가며 아무리 재구성을 해도 이상했다.
아무리 병역 미필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독도법(讀圖法)으로는 거기가
미혼대가 될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숱한 여행으로 쌓은 역마살 촉(觸)을 총동원하여 오리지널 미혼대를 찾아 보기로.
그래서 결국은 우리의 가이드께서 애써 숨겨두신
진짜 미혼대를 끝내 찾아냈다.
가이드가 우리를 작정하고 속이기 위해서 미혼대라고 새로 작명한 그 곳에서
무려 600m나 떨어진 곳에서,그것도 가이드가 절대로 가서는 안된다고 했던 우회전 방향에서.
.사진에서 보았던 그 풍광과 그 조형물을 앞세운 채...
진짜 미혼대가 어리석은 나그네를 비웃듯이 서 있었다.
이렇게 자신의 본명 이름표 까지 버젓이 달고서...
미혼대(迷魂臺).
풍광이 너무도 아름다와서 넋을 잃는다는 곳.
까딱했으면 너를 못 보고 갈 뻔 했구나...
내 너를, 나비족(Na'vi族-영화 아바타의 판도라 혹성에 거주하는 종족)의 조형물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정녕 이 곳을 찾아낼 수 있었으니...
역시 진짜 미혼대에서 보는 원가계의 모습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원래 훔쳐 먹는 과일이 더 달고 빼앗아 먹는 과자가 더 맛있듯이
가이드가 보여주지 않으려 애쓰는 곳을 힘써 찾아내고 비로소 보는
미혼대의 풍경,
이런 곳은 절대로 서둘러서는 안된다.
원가계라는 곳, 아니 장가계 여행의 모든 곳은 서둘러 갈 곳이 아니다.
충분히 눈으로 가슴으로 눌러 담고 그 자리에서 침잠시켜
자양분 가득한 추억 분말로 그 자리에서 농축 시켜야 하는 곳이다.
번갯불에 콩을 볶았던가...
살짝 스치듯 꾸었던 어느 봄 날의 꿈이었던가...
눈을 뜨고 비로소 고개를 드니 이미 해는 져버리고 연극 무대는 막을 내리고 말았다.
허무했다.
잔상(殘像)속에 아스라한 촛불처럼 아른거리는 원가계의 환영이,
하늘을 나는 무수한 토루크들이, 나비족들의 파란 웅성거림이,
그리고 아련히 스멀거리는 두 다리의 피곤함이,
오늘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담았던가...
오늘은 왜 그렇게 바삐 살았던가...
백룡천제(百龍天梯-백마리의 용이 끄는 하늘로 가는 사다리)
중국의 엘리베이트 공식 명칭은 전제(電梯-전기 사다리).
이 것을 타기 위해서 였다.
정해진 시간표에 의해 마지막으로 출발하는 이 지상 최대의 엘리베이트를 타기 위해서 였다.
이 것을 놓치면 가이드는 많은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에...
나그네에게는 최대의 목적이지만 가이드에게는 여행 프로그램은 가소롭지만
이 것만은 태워야 산 아래로 내려 갈 수 있기에...
그리고 하루를 마감할 수가 있기에...
운행 높이 무려 350m에 달한다.
편도 운행에 2분이 소요된다.
상식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고 난 자리에 우뚝 선 대륙의 엘리베이트...
이용료만 해도 편도 12,000원(한화).
가격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휴일이면 장사진의 줄을 서야 한다.
우리나라의 설악산 쯤에다 저런 굉장한 엘리베이트를 만든다고 하면
우리의 여론은 어떻게 양분될까...?
나그네의 입장과 주인의 입장은 이럴 때 불현듯 간사해진다.
무사히 하산 했다.
여행의 최종 목표는 무사고(無事故) 귀향이다.
여정중의 귀향은 매일 그 날의 숙소로 무사히 향하는 귀향이며
승차의 귀향은 무사 하차이고 등정의 귀향은 무사 하산일 것이다.
생각도 많았고 아쉬움도 많았지만 세상에 완벽이란 없다는 자위속에
오늘 일정을 접어야 할 때이다.
사실 백룡 엘리베이트를 타고 내려 와서 두어 시간 동안 또 다른 절경을 자랑하는
금편 계곡을 완보(緩步)하며 토산품 쇼핑도 하고 계곡물에 발도 담그는
그런 기본 여행 프로그램이 일찌기 예정 되어 있었으나
역시 가이드의 계략에 쓸려서 떠 내려가고 말았다.
뒤늦게 가이드의 모든 속내를 알았지만 전체 분위기를 고려해서
가이드의 기분을 상하게하는 것은 모두에게 유리할 게 없다는 것을 알기에.
여행이 끝나는 날까지 참았다가 마지막 날 가이드에게 따졌다.
여정 중에 따져본들 어차피 되돌리기에는 일정상 불가능 하기에...
그렇게 "선택관광"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일정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오랜 경험이 있는 가이드로서는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게 아니었냐고 물었을 때,
가이드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명쾌했다.
"모든 예정된 프로그램은 완벽히 다 소화했다"였다.
다시 물었다.
"중국 최대 석탑이 있는 하룡 공원을 갔었나요?"
"하룡공원이 천자산 케이블카가 내리는 곳 근처에 있으니 간 거나 다름 없다."
남산도 서울에 있으니 서울만 가면 남산에 간 거나 다름이 없다는 논리.
"우리들 중에서 선녀 산화와 어필봉을 본 사람이 있나요?"
더욱 기막힌 답변이 되돌아 온다.
"케이블카가 그 근처로 지나갔으니 본 거나 다름이 없다"
"미혼대"아닌 곳을 왜 미혼대라고 거짓말을 했나요?"
"거기서 보나 미혼대에 가서 보나 비슷하기에 거짓말이 아니다."
"금편계곡에 가서 쇼핑도 하고 두어 시간 물놀이도 한다고 가이드가 약속 했는데
것은 어떻게 됐나요?"
"그 옆을 버스를 타고 지나갔으니 금편 계곡도 간 것이다."
우리가 금편 계곡을 버스를 타고 지나간 시간은 캄캄한 밤중이었고,
그토록 아름답다는 금편 계곡의 옥류수는 본 적도 없었으며,
일행중 아무도 우리가 금편 계곡 주변을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다.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 가이드라면...
장가계를 떠나는 시간까지 단 한마디의 사과라도 있을 줄 알았다.
하도 뻔뻔하게 거짓말을 늘어 놓기에 조금 심하게 따졌더니,
가이드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엄청난 말과 함께 일어난 놀라운 행동,
"나는 이 가이드 집어치우겠어~!"
그리고 그는 차를 내려 아예 행방을 감추고 말았으니....
우리 일행은 중국 대륙의 이름 모를 도로변 뙤약볕 아래의 버스 속에서 한 시간을
그렇게 내팽개쳐졌다가 일단 무사히 귀국하는데 목적을 두자는
일행중의 어느 한 분이 전화로 설득해 가이드는 당당하게 돌아왔고
서로의 할 말을 참은 채 여정을 마치게 되었다.
여행지에서 '선택관광'은 가이드에게는 욕망의 대상이고
나그네에게는 그야말로 선택의 대상이지만
서로가 배려를 바탕으로 하는 타협을 잘해야 한다.
우리는 결국 다섯개의 과도한 선택관광을 욕심냈고
가이드는 돈에 눈이 멀었으며 그 결과는 기본 여행 프로그램 여섯개를 잃었다.
하지만 잃어버린 여섯 개의 여행지보다 더 아쉬운 것은
여행을 마친 후의 조선족 가이드에게 느낀 배신감이었다.
장가계 여행은 절대 효도 관광지로서 편한 관광지가 아니다.
많아야 한 두개 그 이상의 선택관광은 돈 잃고 골병 든다.
기본 프로그램 자체가 많이 걷고 많이 오르내리는 길 위에서 진행된다.
사실 같이 동행하신 어르신들은 어디를 가고
어느 곳을 안갔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으셨다.
단지 빨리 어느 안락한 곳에 가서 두다리 뻗고 쉬고 싶다는 생각만이 절실한 표정들,
아울러 생전 처음 떠나온 해외 여행이라는 것은 당연히 이래도 된다는,
그래서 그 분들에겐 첫경험이기에 무조건 참고 이겨내야 한다는
강인한 의지만 불타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살아 생전에 자식들 덕분에 외국 여행 하고 있다는 포만감이 가득,
현지 가이드들이 노리는 것도 바로 어르신들의 이런 단순한 분위기이고.
행여 아들, 며느리에게 티끌만큼의 짐이 될까 걱정을 앞세우는...
그리고 모든 여행이 그렇겠지만
분명히 명심해야 할 일은,출발 전에 많은 사전 지식을 담고 가야
보다 아름답고 실속있는 추억들을 담아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현지의 우리말 하는 "그들"에게 당하지 않는 비결이기도.
특히 장가계를 도모하시는 분들은...
하지만 장가계의 원가계는...
충분한 시간과 충분한 체력 그리고 보다 알찬 예비지식을 담고 간다면
더없이 아름답고 황홀한 곳이라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