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조금은 더 숙연해야하고 조금은 더 무거워져야하는 가을이다.
가을이면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는 이 계절의 대표 자양식을 찾아간다.
오랜만에 만난 옛친구들은 말한다.
이제부터는 우리도 몸을 생각해서 먹거리를 선택해야 한다고.
그리하여 선택한 음식이...
다크서클을 예방한다면...
거기다 잔 주름을 방지한다면...
아울러 골다공증, 노안까지 예방한다면...
그래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10대 슈퍼푸드에 속하는 음식이라면...
꽤 힘들여 찾아 갔다.
누군가의 시의적절한 정보를 받아들고 힘들여 찾은 곳,
곱을락?
곱창집 이름같은데...
곱창과 낙지를 하는 집인가?
얼래~?
열려진 실내를 살짝 정탐해본 결과 내부는 그야말로 형편 없이 좁았다.
테이블이 겨우 세개...
실내 장식은 너무다 소박하다 못해 가난끼마저...
흡사 복도에 나 앉은 대기석 같은 구조...
여느 연어 전문점과는 생태적으로 완연히 다르다.
게다가 빈 좌석도 없다.
하긴 전화로 좌석 예약을 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주인장이 전화상으로 그랬다.
오늘은 여자 손님이 많아서(?) 언제 좌석이 나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하기야 여인네들의 수다가 끝나는 시간을 미리 안다면
극장 앞이나 육교 위에서 가마니를 깔 일이다.
어쩌겠는가...
밖에서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손님 몇사람이 더 왔지만 사장인 듯한 젊은 청년은
공손하게 다 돌려 보냈다.
오늘은 식재료가 모두 소진 되었기애 더 이상의 손님은 받을 수가 없다는
의미심장한 멘트와 함께...
결국은 대기중인 우리 일행이 오늘 마지막 손님이라는 얘기.
지금 시간은 저녁 8시...
그리하여 은근과 끈기로 버틴 끝에 받아든 메뉴판,
하지만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았다.
남은 식재료 범위 내에서 한정판으로 주문을 해야 하는 묘한 상황.
우리 일행은 세사람,
생연어회 두 판,
생연어 초밥 한 판,
바지락 챱스테이크 한 접시.
술은 부산 거시기로~!
곁접시 안주로는 달랑 요 것 하나.
소꿉살이 수준이다.
하지만 무한 리필은 언제든 가능하고.
생연어회 첫 판 입장!
깔끔한 것들 같으니라고...
연홍색 살색으로 살며시 홍조를 띠고 미소까지 머금었다.
머리맡에는 감질나는 자태로 절임 채소와 무순들을 잔뜩이고서...
이어서 두번 째 판도 다소곳이 들어와서 취객들 곁에 앉았다.
가을은 연어의 계절이라더니...
가을은 주당들의 계절이라더니...
비린 맛이 없는 몇 안되는 바닷고기...
특히 일본인들과 유럽인들이 환장을 한다는...
연어...
그래, 한국산이 아닌 노르웨이 산이면 어때...
속속 입장하는 연어와 그의 가족들...
이번에는 그 모양도 맛깔스러운 연어 초밥이다.
조신하게 한 입에 사알짝 들이밀 수 있는 크기와 모양새로...
연어는 없어서 못 먹지 있기만 하다면 어떻게 먹어도 좋다.
식재료가 훌륭할수록 첨가하는 양념이나 소스가 간략해야
원재료 원래의 미각을 살려낸다.
소금, 후추 살짝 곁들여 구워도 좋고,
갖은 조리법으로 재탄생시켜
타르타르 소스나 하니머스타드 소스를 가미하여 먹어도 좋다.
연어구이, 연어스테이크, 연어샐러드, 연어비빔밥...
하지만,
연어회는 레몬 향 살짝 올려서
생와사비로 마감하는게 가장 어울릴 듯...
마지막으로 메인을 매조지하는 것은
바지락 챱스테이크...
바지락 껍질로 떠 마시는 국물 맛이
감질나긴해도 그 맛은 끝내줘요~
옥의 티라면...
면발이 조금 덜 퍼졌다는 것...
우리 일행 세사람의 공통된 의견이었으니...
모든 음식들이 다 그렇지만...
음식은 개인의 취향이 우선이다.
자신의 입속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무조건 개인의 선호도를 인정해야 마땅하다.
머스타드 소스에 찍어 먹는 사람도 훌륭하고
양파를 얹어도, 묵은지를 얹어 먹어도, 날치알을 포개 먹어도,
올리브를 혹은 생강지만을 고집해도 다 같이 훌륭한 방법이다.
이 날 우리는...
식재료가 다한 탓에
많이 아쉽게도 위장의 여백을 둔 채 마감을 해야 했으니...
물었다.
못 생기고 무식한 것은 참아도 배고픈 것과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친구가.
"곱을락"이 머에요?
제주도 방언으로 '숨바꼭질'이라는 뜻인데요~
그래서 찾아내기가 쉽지가 않았구나~
실내가 너무 좁은데 도대체 몇평이나 되나요?
한 열 평이나 될까나~
가게 오픈한지는 얼마나 됐나여?
4개월요~
왜 이렇게 좁게 시작 했는지는 끝내 묻지 않았다.
사장님은 올 해 꽃다운 서른 다섯이란다.
서양 예법에 따라 옆지기의 존재 여부는 안 물어 봤다.
연어에는...
불포화 지방산도 오메가 3도 많단다.
특히나 연어알에는 회춘 비타만인 비타민 E<토코페롤>가 많아서
일본에서는 남편도 안준단다.
곧 우리나라에서도 개봉을 예정하고 있는
「사막에서 연어 낚시 」라는 영화는 어느 돈 많은 석유 재벌이 꿈꾸는,
즉, 그의 나라(예멘) 사막에서 연어 낚시를 하고 싶다는 허무맹랑한 꿈을 실현하기위해
스코틀랜드의 연어를 예멘으로 옮기며 좌충우돌하는 서양 어류 학자의 이야기를 다룬
동명의 아마존 베스트 셀러 소설(영국 작가, 폴 토데이 著)이 원작이다.
소설은 결코 연어의 숙명이나 생태를 다루는 영양가 있는 연어의 이야기가 아니라
순전히 국가간에 걸린 모략과 정략을 다룬 정치 코미디의 내용이다.
단언컨대 이 영화의 소설을 쓴 초보 작가는 절대 연어 맛을 모른다.
그리고 또한 연어에 대해서도 모른다.
왜냐하면 연어의 일생은 결코 코미디의 소재가 될 수 없기에.
이 가을...
연어는 유년의 기억을 찾아 자신의 생명을 걸고 또 다른 생명을 잇기 위해 귀향을 한다.
일생의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알고 떠나는 그들의 마지막 여행,
그래서 그들의 가을은 절대 코미디가 될 수 없는
차라리 아리도록 슬픈 계절이다.
그 곳으로의 그리움을 삭이다가 결국은 그 곳을 찾아서
그리움의 고향으로 회귀하는 추억의 계절.
이 가을...
그들이 마지막으로 남기고 떠난
연어의 맛은 그래서 더욱 애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