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긴 가을을 보낼 모양이다.
북반구에 둥지를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인류들이 갈망하는
긴 봄과 긴 가을,
하지만 점차 극단적 여름과 겨울로 양분화 되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수치적 계절로 끝날 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가을은 길게 느껴질 듯하다.
2014년 10월 24일은 윤구월이 시작되는 날이다.
윤달이 든다는 것은 똑 같은 한 달이 덤으로 더 생긴다는 말이다.
즉 가을달인 9월이 한 달 더 있다는 말이다.
장구하게 태음력을 지켜온 우리 민족,
조선조 말엽에 태양력을 국가의 달력으로 바꾼 이래로
국민 대부분은 양력에 길들여지고 음력은 점차 잊혀져가고 있지만
아직도 음력의 흔적은 우리 몸 곳곳에 원형질로 남아 있다.
윤(閏) 9월을 들여다 보자.
주변에 윤달 윤(閏)이라는 글자가 개인의 이름자에 들어간 경우가 더러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이 분들은 윤달에 생일을 두고 있는 분들이다.
음력으로는 실제 생일상 받기가 매우 어려운 분들!
"윤년은 몇 년에 한 번 씩 찾아올까요?" 하는 퀴즈를 내면,
대부분 "4년에 한 번!"이라고 자신있게 답을 맞힌다.
그럼 이렇게 물어보면?
"윤년은 뭐고 윤달은 뭘까요?"
"윤년은 2월달에 28일이 아닌 29일이 드는 해를 말하고 윤달은 음..."
많이들 헷갈려 한다.
정답은 이렇다.
윤년은 태양력을 바탕으로 4년마다 2월달에 하루를 더하는 해이고,
윤달은 음력을 바탕으로 2년 혹은 3년, 때에 따라서는 4년에 한 번 씩
불규칙적으로 하루가 아닌 한달을 더한 달이다.
윤년은 태양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규정된다.
태양력에서 1년의 기간(365.2422일)에서 자투리로 남는 0.2422일을 모아
하루를 만들고 그 하루를 4년마다 제일 불쌍한 달 2월에다 보태주는 해를 말한다.
대체로 4년에 한 번 씩 규칙적으로 찾아온다.
원래 2월도 30일이었는데
율리우스 시저(시저가 자신이 태어난 7월을 큰 달로 만들기 위해)에게 하루를 빼앗기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우구스투스 황제(황제가 태어난 8월이 시저의 달보다 작아서는 안된다고 우겨서)에게
또 하루를 빼앗겨서 결국 28일이 된 가련한 달이다.
반면 윤달은,
달의 주기를 바탕으로하는 태음력과 태양력의 격차를 해소해서
사람들의 생활을 규칙적으로 할 수 있도록 추가로 더하는 임의의 달을 의미한다.
달이 지구를 한바퀴 도는 데(삭망월-朔望月)는 29.53일이 걸리고
1년이면 대략 354일이 걸려 태양력과는 11일의 격차가 발생한다.
즉 19년에 7개월 정도의 차이가 벌어진다는 말이다.
<그래서 19년 7윤법(閏法)으로 규정하고 19년에 일곱 번의 윤달을 둔다.>
이런 격차를 무시한 채 윤달을 두지 않고 그대로 두면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 문제가 발생한다.
즉, 16년 쯤 지나면 1월에 깨벗고 해수욕을 해야하고
7월에 눈사람을 만드는 흥미로운 일이 생긴다는 말이다.
하긴 무료한 삶엔 그것도 재미 있겠다싶다.
그러나...
농사를 생업으로 했던 우리네 조상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계절상의 규칙성이 필요했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다면 윤달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책정할까?
윤달의 선정 원리를 알려면 일단 절기(節氣)를 알아야 한다.
한자어에서 보듯 절기(節氣)는 계절을 구분하는 기간<節期>이 아니다.
24절기는 절기와 중기(中氣)를 합친 말이다.
대략 15일 간격으로 이웃하는 절기와 중기는
음력이 아닌 양력을 기준으로 정해지는데,
절기는 양력 기준으로 초순에 위치하는 절후이고
중기는 양력으로 중순 이후에 자리하는 절후이다.
24절기를 입춘부터 나열했을 때 홀수 순위에 있는 게 절기이고
짝수 순위에 있는 것은 중기의 명칭이다.
24절기는 태양이 움직이는 길(황도)을 24등분하여
태양의 위치에 따라 각각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렇게 명명된 이름들을 네 계절로 망라해 보면...
절기...입춘 경칩 청명 * 입하 망종 소서 * 입추 백로 한로 * 입동 대설 소한
중기...우수 춘분 곡우 * 소만 하지 대서 * 처서 추분 상강 * 소설 동지 대한
달의 공전 주기(29.53059일)를 고려하여 음력은 29일과 30일을 달마다 번갈아 사용하는데,
양력 달력과 같이 놓고 봤을 때 음력의 어느 달은 절기와 중기가 다 들어가는가 하면
또 어떤 달은 2절기 혹은 2중기가 들어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달이든 절기와 관계없이 중기는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중기가 들어가지 않는 달,
그 달이 바로 윤달이다.
<무중치윤법(無中置閏法)으로 규정>
윤 9월이 시작되는 10월 24일 부터 윤 9월이 끝나는 11월 21일까지
달력을 살펴보면 절기에 해당하는 입동(11월7일)은 있지만
중기에 해당하는 소설, 동지, 대한은 음력 달력에 없다.
그래서 윤9월은 귀하디 귀한 달인 것이다.
대체로 윤달은 봄 여름 계절에 집중적으로 들어 있고 가을 겨울 계절에는 귀하다.
그 까닭은 양력과 음력의 편차는 이른 계절에 일찌기 해소되고
이처럼 뒤로는 잘 밀리지 않는 까닭이다.
가장 최근의 윤 9월은 지금으로부터 182년 전인 1832년에 있었고
다음 번 윤9월은 살아서 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만
95년 이후인 2109년에야 다시 돌아 온다.
그때까지 악착같이 살아서 윤9월을 꼭 다시 보고 싶다.
"윤동짓날 초하루"라는 속담이 있다.
"빌린 돈, 윤동짓날 초하룻날 갚겠다."
옛날에 우리 선조들은 돈을 빌려갈 때 으레 이런 말을 했다고.
그 말 뜻은 빌린 돈을 갚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만큼 윤동지나 윤시월 윤구월 등은 귀하게 오는 윤달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말한다면 낭패를 당할 수도 있겠다.
다가오는 2033년에는 도저히 올 수 없다는 윤동지가 도사리고 있으니...
지상을 관장하는 모든 신들이 하늘로 올라가버리는 달,
그래서 인간이 하는 모든 불경한 일들에도 심판을 하지않는 면죄부의 달,
그래서 조상 묘를 손질해도, 이장(移葬)을 해도, 이사를 해도, 집을 고쳐도
해악을 끼칠 신이 없기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윤달,
장의 업체와 이삿짐 센터, 수의(壽衣)업체는 대박 터지는 달,
예식 업체와 연회 업체는 쪽박 차는 달,
윤달이다.
그 귀하다는 윤 9월이다.
아무튼
대박을 터뜨리건 쪽박을 차건 그건 그들 사업자들의 발복이고
이토록 수려한 가을이나 더 길었으면 좋겠다.
윤달의 다른 이름 덤달처럼 덤으로의 가을,
공달처럼 공짜 술 같은 맛있는 가을,
여벌달처럼 여벌로 주어진 여유로운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