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공식적으로 양의 해이다.

 

십간지(十干支)에서 갑(甲)과 을(乙)이 의미하는 색깔은 청색.

그래서 갑오년(甲午年)인 2014년 청말띠해에 이어 내년의 을미년(乙未年)도 청색의 해,

 

따라서 내년은 우리가 상상하는 대관령 양떼의 백색양이 아니라

푸른 양, 청양(靑羊)의 해에 해당한다.

 

수많은 이 땅의 동물들 중에 선택받은 동물 열 두 마리,

그 중에서 서열 여덟번 째인 양에게 말을 건넨다.

 

 

 

너~

너와 비슷한  염소에게 하고싶은 말 없니?

 

(그래픽 참조- 다음)

 

2014년의 주인공, 양(羊)을 옥편(玉篇)에서 찾아보자.

 

양은 남을 위해하지 않는다. 양은 대대로 착하다(선/善).

양은 상서로움의 동물이다. 그래서 양은 길하다(상/祥).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양을 신에 대한 제물로 썼다. 양은 희생의 상징이다(희/羲).

더욱 많은 고기와 가죽을 주는 큰 양은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하다(미/美).

언제 어디서나 지나치게 순응할 줄 아는 양은 정의롭다(의/義).

부끄러움도 알고(수/羞), 단결할 줄도 아는(군/群) 양.

열거하다시피 양(羊)이 들어간 대부분의 글자는 선하고 긍정의 의미를 내포한다.

 

  

성경에서는 양과 염소를 철저히 양분하여

양은 천사와 선(善)의 대명사로, 염소는 사탄과 악(惡)의 대명사로 차별했다.

 

기독교 5대 복음서인 마태복음 25장에서는 아예 철저히 명문화하여

"염소가 되지말고 양이 되어라"라고 후대의 어린 양들에게 선악의 못을 박았다.

그리하여 양은 언제나 사랑의 대상으로 그리스도의 오른편에 자리했으며

염소는 버림받아야 할 대상으로 저주받아

언제나 그리스도의 왼쪽에 방기하다시피 했을 뿐만 아니라

최후의 심판의 날에는 양과 염소로 선과 악을 가르듯 인간도 그렇게 구분할 것이라 했다.

 

 

그런데...

양은 그렇게 귀한 대접을 받아도 되고 염소는 극단적인 배척의 대상으로 치부해도 되는 것일까?

 

흔히 쓰는 희생양, 속죄양이라는 낱말은 번역어로 우리 땅에 들여온 말이다.

희생양(犧牲羊)은 영어 'scapegoat'의 번역어이다.

 

(e)scape<도망가다> + goat<염소>가 합친 말이다. 양이 아니라 염소라는 말이다.

비극을 의미하는 "tragedy의 어원도 '염소(tragos)'를 '바치는 노래'에서 왔다.

제물로 바쳐진 대상이 양이었다면 당연히 제 이름인 'sheep'가 되어야 옳다.

 

 

고대 유대인들은 희생일에 숫염소 두마리를 제물로 준비했다고 한다.

추첨을 통해 선택된 한 마리는

주민들이 행한 죄악과 질병을 대신하여 하느님에게 봉헌되고

급기야 그 양은 광야로 내쫓아<escape>

서서히 굶어 죽거나 아니면 짐승의 밥이 되도록 했다.

남겨진 한마리의 염소는 악마인 아지즈에게 바쳐 그들 유대교인들의 속죄 대상으로 삼았는데

여기서 비롯된 말이 속죄양이고 희생양이다.

 

엄밀히 말하면 속죄 염소라야 맞고 희생 염소라고 번역되어야 맞는 말이다.

최소한 그 무렵에는 염소가 대세였으며

양은 염소가 없을 때 비로소 대역으로 겨우 신의 밥상에 제물로 오를 수 있었을 뿐이다.

 

<사진 출처-다음>

 

어쩌다 이 땅에 와서 양과 염소의 역할이 뒤바뀐 참담한 일이 일어났을까.

주지하다시피 양은 'sheep'이며 염소는 'goat'로 전혀 다른 포유류인데.

 

언젠가 이 땅에 들어온 염소는 이름 그대로

수염(鬚髥)난 소<牛>라는 의미로 '염소'라고 불렀는데.

<참고로 '수염'이라는 어휘는 턱수염을 의미하는 '수(鬚)'와

귀에서 턱까지 내려오는 이른바 구레나룻을 의미하는 '염(髥)'의 합성어>

 

당시 한문 이름이 필요했던 우리 선조들은 턱수염이 있는 염소를

염우(髥牛), 산양(山羊)등으로 부르다가 산양으로 정착되고

뒤이어 들어온 지금의 대관령 양떼 목장의 양은 면양(綿羊)으로 차별화 했는데

이 둘이 혼용되다가 염소(산양)와 양(면양)의 구분선이 모호하게 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면양(綿羊)도 양이 되고 산양(山羊)도 양이 되는 혼란 속에

역사 속에서 상당부분 염소가 담당했던 역할을 양(면양)이 가로채게 되는

이른바 오류의 정례 혹은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 진 것이다.

 

(출처-王廣原 著 한자자원입문.2013刊.p83. 윤창준 편역)

 

실제로 갑골문에 나타난 양의 고대어의 형태에도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민턱의 양보다는

염소의 특징인 턱수염의 모습을 간직한 산양의 형태에 훨씬 가깝다.

 

그 옛날 중국과 한반도를 활개치던 산양(염소)은 오늘날 멸종상태에 이르렀고

급기야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제 217호)로 지정되어

태백 준령의 일부에서만 그 존재를 희미하게나마 찾을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쉽게 식별하는 덩치 큰 흑염소의 종류는 이들보다 훨씬 이후인

일제 강점기에 이 땅에 상륙한 외래종이다.

 

 

 굳이 지구상의 수많은 양과 염소를 분별하기란 쉽지않지만,

일반적으로 구분짓는 방법으로는,

염소는 전거한대로 턱수염이 있고(수컷에 한해) 양은 수컷에도 턱수염이 없으며,

염소는 뿔의 단면이 원형이지만 양은 삼각형에 가깝다는 정도가 기준점.

 

최근에 들어서는 희귀할 정도로 드문 양과 염소의 교배종(goat+sheep=geep)

도 태어났다고 하니 앞으로는 그 구분 법이 더욱 힘들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픽 참조-구글)

 

별자리에 나타나는 염소는 신화속에서 약자의 모습으로 황망하게 도망가다

미처 제 모습을 찾지 못한 기막힌 모습으로 나타난다.

 

포유류인 염소의 상반신에 어류인 물고기의 하반신으로.

 

하지만 염소는 우리 인류에게 있어서 더없는 은혜의 동물이다.

중국 대륙과 한반도에는 낯선 가축으로 발을 디디면서

양과 염소의 경계에서 혼돈의 이름을 공유하고 있지만.

염소(산양)는 태고적 부터 살아서는 젖을 나누고

죽어서는 살과 가죽을 인류에게 남겼으며

(오늘날 세계인의 양모로 추앙받는 캐시미어는 산양 즉, 염소의 털)

심지어 인류의 허물을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신에게 나아가 인간의 죄업을 대신 감수하기까지 했다.

 

  

어디 그 뿐인가,

현존 인류의 최대 식음료를 발굴해서 인류에게 선물한 이도 염소였으니...

 

언제나 해만 지면 대책없이 숙면에 드는 가축이 염소들이었는데,

어느날 염소들이 잠을 잃고 불면의 광란을 일으키는 것을 본 양치기(염소치기)들이

그 원인을 규명해보니 어느 특정 식물의 열매를 먹은 염소들만이

잠을 못 이루고 흥분과 광란의 밤을 보낸다는 것을 알아 냈는데...

 

바로 그 열매가 오늘날의 커피 였다는 것.

그렇게 인류에게 일방적인 희생과 봉사만 강요당한 염소,

 

 

을미년.

 염소와 양을 선과 악의 획일선으로 굳이 구분지어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오히려 동료가 늑대에게 잡아 먹혀도 묵묵히 제 몫만의 풀을 뜯으며 무한정 체념하는 양보다는

일정 기간 묵묵히 인내를 감내하다가도 그 도를 넘어서면

과감히 뿔을 앞세우고 자신의 성정을 내세울 줄 아는 염소의 강인하고도 우직함이

새로이 다가오는 한반도의 을미년 백성들에게는 더욱 필요할 것이다.

 

 

무조건 순한 양이 되었건, 조건부 순한 염소가 되었건

그들에게 상대방을 위협할 수 있는 뿔이 있건 없건

제발 다가오는 을미년에는

 그들의 모습을 발끝만큼이라도 배우고 닮아서

적어도 남의 눈에 눈물 흘리는 일만은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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