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개 불알이 머에요~?"

 

부지불식간에 입춘이 훌쩍 지나갔다.

아마도 그 말은 이미 봄의 들머리에 섰다는 말일 게다.

 

달력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Calendar'는 '소리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에서 파생됐다.

로마인들은 해와 달을 관찰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날과 달의 바뀜을 큰 소리로 알려주었기에

고함치다라는 말이 새로이 진화하여 오늘날 '달력'이라는 의미로 정착했다.

 

지금 우리는 무엇으로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는가,

이제는 어느 누가 소리쳐주지 않아도 모든 이들이 계절의 바뀜을 안다.

달력으로, 각종 미디어의 뉴스로, 베란다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결의 체감온도로,

너무나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는 계절의 변화를 차질없이 숙지하고 생활한다.

참으로 아름답고 좋은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매양 그럴 수는 없는 일,

발품으로, 코 끝으로, 눈썰미로 직접 현장에서 발견하고 느끼는 것도 참계절을 보는 방법.

그러기 위해서는 그 어떤 틈이라도 보이는 날에는 대문 밖으로 나가야만 한다.

 

그래서 습관처럼 밖으로 나갔다.

 

 

아래 위로 햇살 고운 날, 하지만 머릿결을 파고드는 삭풍은 아예 아리다.

 

모처럼 제법 긴 여정으로 국토의 남쪽 땅 부산을 두리번 거리다 찾은 곳,

여기는 항도 부산을 대표하는 40년 역사의 어린이 대공원의 진산 백양산.

 

100년(식수원 저수지댐으로는 국내 최초인 1908년 완공)의 역사를 가진 산중 호수,

한국 100대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부산의 보물인 곳.

두개의 태양이 맹렬히 입춘녘의 봄을 재촉하고 있다.

 

 

고즈넉한 호반의 양지 바른 곳,

 

잃어버린 조국을 위해 온 몸으로 산화한 20대 청춘의 영령(박재혁의사,1895~1921)아래,

해묵은 풀틈 사이로 낯익은 보라색 실루엣 하나가 가물거리는데...

 

지금 이 계절에 보라색으로 나풀거릴 수 있는 이는...

 

 

역시, 그 분이었다.

해마다 때맞춰 처음으로 봄을 모시고 오시는 그 분,

 

작년에는 정확히 2월 20일에 바로 이곳에 강림하셨는데...

올 해에는 성질 급하시게도 무려 14일이나 앞 당겨 봉오리를 맺으셨다.

 

 

어느 시인은 그 분을 보고 이렇게 노래했는데...

 

"바둑이는 좋겠다,

거시기에도 꽃이 다 피고..."

 

해마다 호적상 이름 바꿔 달라고 목청을 높였는데도

아직까지 모든 사전상, 도감상, 표준어로는 예전의 이름 그대로인 그 분,

 

크다고 하지만 전혀 크지 않고 많이 민망한 이름을 지녔지만 전혀 민망하지 않은 외모,

너무나도 앙증맞게 작고 너무나도 부지런히 달려와 봄을 알리는 꽃.

그 이름은 황공하옵게도,

 

"큰개불알꽃"

 

 

겨우 이만한데도 크다니요~?

 

있는 듯 없는 듯 허리를 최대한 숙이고 눈을 최대치로 확대해야 겨우 보일 정도인데,

사실은 큰 개불알꽃이 아니라, 큰 개 불알꽃이랍니다.

 

꽃이 지고 열매가 맺으면 그 모습이 큰 개의 거시기를 닮았다는 발상에서...

 

유럽에서는 이 꽃을 일러 '베로니카의 복숭아(Veronica Persica;학명)'라고 불렀다는데,

베로니카가 어떤 사람인가요,

예수가 처형을 당하기 위하여 고난의 길을 오를 때 땀을 닦으라고 예수에게 손수건을

건네준 성서 속의 여인이 아니던가요?

 

그래서 유럽의 학자는 이 꽃에서 베로니카의 손수건(땀을 닦은 예수의 얼굴 모습이 새겨진)

이 연상되었고 그리고 열매는 복숭아를 닮았다고 하여 베로니키의 복숭아가 되고.

 

심지어 영어로는 새의 작고 귀여운 눈을 닮았다고하여

'새의 눈(Bird-eye)'이라 불렀는데.

 

일본인 학자는 전혀 성스럽거나 예쁘지도 않았는지,

아니면 개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일본인 학자의 눈에는 개의 거시기로 보이고

서양 사람들의 눈에는 복숭아로, 혹은 새의 눈으로 보였으니.

 

하긴 그 이름 그대로 여과없이 그대로 갖다 쓰는 우리가 더 문제.

도찐개찐~!

 

 

어디 그런 이름이 이 땅에 한 두개일까,

 

이름만 들어도 눈물 나도록 서러운 이름 '며느리 밥풀꽃',

그 의미만 생각해도 온 몸에 소름이 끼치는 '며느리 밑씻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이름 '소경 불알꽃',

큰개불알꽃 보다는 훨씬 크지만 전혀 다른 꽃인'개불알꽃',

그 외에도 주로 이 방면으로 특화된'선개불알꽃', '눈개불알꽃'...

 

그리고도 수없이 많다.

더 나열하면 꽃들에 대한 모욕이고 입 더러워진다.

 

 

이 꽃은 작다, 귀엽다, 앙증맞다,

 

봄의 처음을 알리는 대표 봄꽃, 이미 많은 이들이 새 이름을 붙였다. 

이 꽃의 꽃말은 <기쁜소식>이다,

그래서 새소식을 전하는 우리네 까치를 불러내어 '봄까치꽃',

꽃잎이 별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봄별꽃'

지금 피기 시작하면 늦 봄까지 가지만 꽃 하나하나는 하루살이, 그래서 '하루살이꽃'

 

다양하게 많은 이름이 필요한 게 아니다.

우리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비로소 그는 우리에게 다가와 꽃이 될 것이다. 

아이가 다가와서 묻는다.

"이 작고 예쁜 꽃의 이름이 뭐에요?"

 

나는 결코 아이에게 답을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곧 뒤따라올 아이의 질문을 예상하기 때문에...

 

"큰개불알이 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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