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산동 착한맛집 / 곱창 앤 공순대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이다.
모 TV 프로그램에서 먹거리에 대한 진실을 밝혀주는데,
그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믿고 먹을 게 아무것도 없구나~" 하는 회의에 빠지곤 한다.
그래서 요즘은
"맛있는 집" 보다는 "양심 있는 집"을,
"유명 맛집" 보다는 "착한 맛집"을
더 찾게 되는 게 사실이다.
부산 여행을 떠나기 전,
미리 소문으로 듣고 꼭 한번 가봐야했던 착한 맛집이 있었다.
부산 연산동에 있는 곱창 앤 공순대!
식당 이름에서 보듯, 이 집의 주 메뉴는 곱창과 순대이다.
입구에 들어가면서 본 현수막엔
경제가 안정될 때까지 순대국밥을 2000원 할인해 팔겠다는
주인장의 착한 마음이 담겨있다.
순대국밥이 공기밥 포함 4000원이라면...
흐뭇한 가격이다.
물론 국밥의 내용은 살펴봐야겠지만...
자리에 앉자마자 순대를 먹을까 곱창을 먹을까 일행들과 잠시 고민...
최근 먹거리 X 파일에서 "곱창집 곱창의 비밀"을 알게 된 이후 곱창을 끊었는데,
이 집 곱창은 연육제, 세척제, 방부제가 없는 3無 곱창이라고?
그러니 곱창을 안심하고 먹어도 좋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데...
그럼 곱창을 먹어봐??
모두들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일단 곱창 주문에 동의하는데...
주문을 하고 나니, 곱창과 함께 할 상큼한 겉절이가 놓인다.
한번 만들어놓고 몇일 동안 내놓고,
재활용 하는 게 아닐까 의심스러운 밑반찬이 아닌
이렇게 바로 무쳐 나오는 살아있는 반찬, 좋다!
무, 양파, 고추가 들어간 장아찌는 맛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상큼함이 일품.
그 중 다소 낯선 밑반찬이 등장~
먹어보니 가자미 식해이다.
매콤하면서도 새콤한 것이 입맛 제대로 돋우는데~
우연히 눈길이 간 곳에서 환히 웃고 있는 저 분은...
알고보니, 이집은 최불암씨가 진행하는 <한국인의 밥상>에도 출연한 집이라고!!
드디어 주문한 막창 소금구이 등장!
불판 위에 올려놓으니 더욱 먹음직스러운데...
연육제를 안 쓰는 대신 삶아서인지 막창의 첫 느낌은 깔끔하다.
손님 입장에선 유해 화학품 대신 삶아서 준다니 좋긴한데,
장사하는 입장에선 삶으면 부피가 1/3로 줄어들기 떄문에,
무게를 맞춰 내다보면 부담이 되는게 사실이라고 한다.
그래도 누군가 알아주는 사람이 있겠지...하는 마음으로 소신을 펼쳐오고 있다는 사장님.
자고로 음식이란
이렇듯 먹는 사람 입장에서 정성을 다해줘야 하는 것이거늘
워낙 음식 갖고 장난치는 식당들이 많다보니
그 당연함이 고마운 시대가 되어버렸다.
언젠가 먹거리 X파일에서 이런 착한 곱창집도 있더라~
하고 소개되는 날이 오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살짝 초벌구이가 되어 나오는 터라,
불판 위에 올려놓는 순간부터 입에 들어가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불판이 뜨거워질즈음 부추를 살짝 얹어 바로 먹으면 끄읕~
막창을 입에 넣는 순간 처음 튀어나온 감탄사는?
"우앙~ 부드럽다~~"
씹는 것 같지도 않게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어떻게 삶았기에 이렇게 연하지??
사실 막창을 먹을 때 정말 중요한 것이 바로 이 소스인데,
막창에 착 감기는 맛을 선사하는 이 소스도 예사롭지 않다.
막창의 부드러운 식감과
소스의 강렬한 맛이 잘 어우러져
정말 쉴틈없이 흡입되는데~
거기에 부산의 상징인 C1 소주 한잔 곁들이니 금상첨화~~!!
마침 옆테이블에선 막창 양념구이를 주문했는데
그 매콤한 냄새의 유혹에 후각이 옆테이블로 가출했다.
시각마저 가출할 것 같아, 옆 테이블 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사진만이라도 찍어두려고 하는데...
조리가 완성되자, 이 분들, "좀 드셔보세요~" 하며 나눠주신다.
우리도 냉큼 소금구이를 일부 덜어서 나눠드렸는데...
막창 양념구이...단순히 소스에 찍어먹는 소금구이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
곱창을 먹으면서 계속 벽에 걸린 글에 눈이 머물었는데,
거기엔 "착한 순대" 가 소개되어 있다.
이 집의 순대는 3대째 이어오고 있는 전통 이북식 순대로,
순대의 주재료가 되는 돼지소창은 당일 도축한 것으로만 구입하고
순대에 들어가는 20가지의 재료는 모두 국내산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순대는 고단백, 저지방의 완전식품에
철분, 리놀산, 비타민이 포함되어 있는 건강식품이라는...
곱창 앤 공순대에 와서 곱창만 먹고 가면 서운한건가?
그래서 추가 주문에 들어갔다.
"여기 모듬 순대 하나요~!!"
잠시 후 우리 앞에 놓인 순대는 비주얼부터 남다르다.
간을 중심으로 세가지 종류의 순대가 빙 둘러져 있는데...
요것이 이집의 간판! 막창순대이다.
막창은 구이에서 이미 맛본 바대로 부드러워
육즙 듬뿍 담긴 속과 함께 사르르 녹는다.
모듬 순대를 이루고 있는 또 하나의 멤버, 찹쌀 순대!
찹쌀 순대엔 흰 찰떡이 박혀 있는데,
이 떡의 쫄깃함이 순대의 식감을 높여준다.
그리고 신기한 건 원래 순대를 먹을 때 껍질은 질겨서 잘 안 먹는데,
곱창 앤 공순대의 순대는 껍질까지 부드러워서 그냥 술술 넘어가더라는...
마지막으로 야채순대!
이름 그대로 순대 속에 야채가 듬뿍 들었다.
순대는 먹다보면 아무래도 느끼함이 있는데,
야채순대는 상큼함이 있어 질릴 틈 없이 계속 먹게 된다는...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그 지역 토속 순대 맛을 꽤 많이 봤지만,
명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맛에 실망하곤 했는데,
곱창 앤 공순대의 모듬순대는 그야말로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은 느낌!!
우리 옆에서 막창 양념구이를 드셨던 분들은 순대전골을 주문하셨나보다.
그런데 순대 전골의 비주얼이 또 심상치 않다.
잠시 후 국물이 제 빛깔을 띠기 시작하며
보글 보글 음향효과까지 동원해 끓으니 이번엔 창각과 후각이 동시 가출을...
시각도 가출할 틈을 엿보는지 배가 부름에도 자꾸 곁눈질을 하고 있다.
으악~ 저건 내가 좋아하는 유부 보따리??
너무 대놓고 곁눈질을 했다?
맛 좀 보라며 이렇게 좀 덜어서 나눠주신다.
고마운 분들 같으니라구~
진한 국물에 부드러운 순대!
배가 불러도 맛있다.
막창구이도 먹고, 모듬 순대까지 먹었는데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입구에 들어오면서부터 찜했던
경제가 안정될 때까지 2000원 할인해준다는 4000원짜리 순대국밥 맛을 못 봤기 때문.
그래서 하나만 시켜 맛만 보자는 취지로 순대국밥도 하나 주문했는데...
4000원자리 순대국밥이라고 절대 무시할 게 아니었다.
제대로 한끼 식사가 세팅~
뽀얗게 우러난 국물은 그 자체로 매우 구수하다.
그대로 밥과 부추 투하!!
물론 순대국엔 고기도 듬뿍~
이 순대국 한그릇 먹고 이 나라의 경제가 안정 될 때까지 힘내서 열심히 일할 수 있을 듯~^^
이집 곱창 앤 공순대는 마지막 커피 한잔까지 감동이다.
커피 자판기에서 내놓는 커피가 바로 원두를 갈아 내리는 원두 커피라니...
이 커피처럼 이집도 인정이 물씬 느껴지는 향기로운 곳으로 기억될 듯~
맛집이 아니어도 착한식당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갔었는데,
맛, 정직한 재료, 착한 가격,
모두를 겸비하고 있는 집을 찾은 것 같은 뿌듯함!
다음에 오게 되면
오늘 옆 테이블에 앉은 분들이 맛있게 드시는 걸 보며 내내 군침 흘렸던
막창 양념구이와 순대전골을 꼭 먹어보리라~!!
다시 찾은 그 떄,
순대국밥은 경제안정으로 제값 6000원을 되찾았을까,
아님 여전히 경제불황으로 4000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