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고 떠난 꽃한송이

[부산 온천장 맛집] 정치인에게 50%할증 받는 간큰 술집,<늑대전 여우전>

작성일 작성자 김작가

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강건너 남의 집 얘기다.

춘래 불사춘(春來不似春),

그래서 해 떨어지면 겨울처럼 옆구리 시리고 당 떨어지면 하염없이 배고프다.

 

 

오랜 친구를 만난다.

부산 동래 온천장.

 

서로간에 전혀 연고도 없는 생소한 거리에서 뜬금없이 번개처럼 만난다.

하긴 우리가 언제 치밀한 계획과 일정으로 만난 적이 있기나 했던가.

당연히 예정된 만남의 공간도 없다.

그리고 여기는 애시당초 나의 관할 구역이 아니다. 낯선 곳이라는 말이다.

이럴 때는 황당하거나 당황스럽다,

 

어디로 가야하나, 어디서 이 허기진 내부를 채워야하나.

무책임하게 고향을 지킨다는 친구에게 주먹을 휘둘러 보지만 소용없는 일.

이때,담배하고는 전혀 연관이 없는 친구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라이터 한개,

 

지하철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정체불명의 뭔가가 있단다.

일단은 허하고 시린 내장을 채울 수 있는 곳이란다.

 

그리 길지 않은 두다리를 혹사한다.

남이 볼 때는 걷는 것 같지만 우리는 분명 달렸다.

 

 

 

우리는 때려 죽여도 두가지는 못 참는다.

 

나는 배고픈 것을 못 참고 친구는 궁금한 것을 못 참는다.

나는 달리고 친구는 대놓고 주변인들에게 수소문을 한다.

 

 

 

그리하여 골목길 길섶에서 쉽사리 찾았다.

 

이름하여 '늑대전 여우전'

간판 이름한번 얄궂다.

 

고전 인문학을 하는 곳인가? 심청전, 흥부전 처럼...

 

 

 

일단 들어 오라고?

들어가면 뭐 특별한 거라도 있니?

 

웬 낯선 자신감?

 

 

첫 인상은 별 거 없어 보이는데?

 

하지만 벽면을 장식한 빈 막걸리 병은 참신하군...

돈 전혀 안들이고 빈 벽을 채웠군...

어쨌건 딱 요 것만 내 스타일이야~

 

 

게다가 간판 크기와는 달리 실내는 비좁기만 한데?

테이블도 몇 개 안되고...

4인용 테이블이 촘촘히 붙어서 고작 대여섯 개...

 

 

 헐~내 마음을 읽은 게야...

 

좁은 실내가 옆의 여자를 내 여자로 만든다고?

얼마전에 우리네 62년 된 고유의 윤리법 하나가 폐지되더니...

 

하긴 남녀가 가까우면 소유권이 넘어갈 수도...

 

 

좁은 실내를 두리번 거리며 스캔하고 있는 나그네에게

맞은 편 벽면에서 한 방을 날린다.

 

뭐주꼬...

못생긴 일본 여자의 이름이 아니다.

 

자랑스러운 신라 표준말이다.

통일 신라가 멸망하지 않았더라면 당연히 이나라의 표준어가 되었을...

 

오늘은 뭐먹지?

그렇게 주변을 살피는데...

 

 

허어~

옆 테이블의 남의 음식 훔쳐 보는 것도 안된단다.

 

고약한 고향 인심같으니라구...

그럼 그 흔한 메뉴판이라도 냉큼 갖다주든지!

 

 

근데...

메뉴판의 제목이...

성냥팔이 소녀...

 

동화책 표지를 재활용한 거 였으니...

간판같은 메뉴판에도 돈 안들였다...

 

  

재활용 표지판을 넘겼더니...

그 속에 이런 먹거리 아이템들이...

 

그런데...

필체가...

 

발로 쓴거니?

 

 

주문할 때는 '오빠'라고 불러달랜다.

'오빠'소리에 한이 맺혔나보다.

나야 뭐 세금 붙는 것도 아니고 새파란 너희들에게

닭살 풍부하게도 오빠라고 불러 줄 수 있다만.

 

남자들은?

술 한 잔 먹기위해 커밍 아웃이라도 해야 하는겨?

 

 

술집에서는 하느님 말씀과 동의어들이 계명처럼 달렸다.

 

안주 언제 나오느냐고 묻지 말란다.

끽 소리하지말고 기다려라, 혹은 주방장 멋대로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홀짝홀짝 마시다 훅 간단다.

술에 팔자 고치는 약을 탔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여자 말을 잘 듣자?

여기는 엄마도 없고 내비양도 없는데 웬 여자말?

여자 손님을 현혹시키기 위한 교묘한 립서비스가 분명하다~!

 

 

매번 다른 이성을 대동하고 와도 모른체 하시겠다?

 

그런 능력남, 능력녀들이 많이 온다는 말인데...

 

그리고 직원일동(?)에 해당하시는 분들이

그렇게 기억력이 좋아보이지 않는데요?

 

 

이윽고 급기야 바야흐로 드디어 나왔다.

 

곁접시의 참으로 군더더기 없이(?) 조촐한 내용물들...

하긴 술맛으로 술먹지 안주 맛으로 술 먹는 시기는 지났으니...

 

 

오늘의 메인 접시, 명태전...

두어 번 베어 먹을 수 있는 크기의 명태살 전과 제법 푸짐한 초록 겉저리...

 

그리고...

취향따라 찍어 먹건 묻혀 먹건 그냥 먹건 니맘대로 골라 먹으라고...

고추냉이, 초고추장, 초간장, 양파 피클을...

 

담백했다.

두어 사람 먹기에 양도 적당했다.

의외로 제대로의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젓가락 세번 이상 떨어뜨리지 마라...?

여기 오는 사람들 수전증이 있나보다.

 

풍문에 의하면...

이 곳 주방 이모가 대단한 몸매와 미모의 소유자라는 설이...

그래서 주방 이모와의 면담을 위해

하루에도 열댓번씩 젓가락을 떨어드리는 남정네들이 즐비하다고...

믿거나 말거나...

 

  

솔직해서 좋다...

 

지나친 음주는 감사하고, 지나친 건강관리는 영업 방해...

아울러 현금 결제는 더욱 감사하시겠지...

팁은 안주면 당연히 안받을테고... 

 

 

사연도 많다.

 

논술 시간에 원고지 반 장도 제대로 못채우는 사람들이

이런데서는 술김에 기를 쓰고 졸필을 남긴다니까...

  

 

다들 치열한 세월을 살고있다.

 

백수탈출, 극빈탈출에 이젠 솔로탈출까지...

전국의 '여자만'성함을 가지신 분들 연락 하세요오~

 

 

벽면에는 지나간 사연...

벽면 아래에서는 현재 진행형 사연들...

 

사연도 좋지만 여기는 술집,

한 잔들 하시고 매상도 고려해 주세요~

 

 

아예 손님들에게 악담을 하세요~

오늘은 많이 힘들었으니 내일은 죽을 만큼 힘들거라고?

 

에라이~ 

 

 

실내 인테리어...

 

큰 돈 들이지 않았다, 크게 머리 굴리지도 않았다.

인근 공사판에 발품 몇번 팔면 데리고 올 수 있는 소품들,

갖고 오다 들키면 따귀 한 대 맞으면 될만한 부피와 질량,

그 위에 500원 짜리 뽑기에서 당첨된 아이들...

 

낯설지 않고 또한 누추하지도 않다.

아이디어의 주인공이 누군지 노동계를 좀 아는 사람이다.

  

 

천장 조명도 소박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막걸리에 파전을 늘어 놓고 그 위에

요란한 샹들리에를 거는 것은 비키니에 어그부츠 꼴이다.

 

 

천장을 밝히는 등불은 일회용 종이컵.

소주잔을 천장높이로 무한정 던져올려도 깨어질 염려도 없다.

때가 묻으면 먹다 남은 소주 두어잔 부어 흔들면 그 뿐이다.

조명도 술맛을 방해하지 않는다.

 

돈은 크게 안 썼는데 머리는 좀 썼다.

  


텅 빈 허공에는 철 지나 버릴 곳 없는 산타를 매달았다.

흡사 외줄을 타는 요즘 도시인들이 그렇듯 가련하고 애처롭다.

부디 명줄같은 그 줄 놓지말아요~

 


사업해서 망한 사람보다 술먹고 세치 혓바닥 놀리다 망한 사람이 천배는 많다.

그렇다고 나중에 진땀을 흘린다고해서 지금 앞에 남은 피같은 술 안비울껴?

 

친구야, 잔 비었다아~



아니, 이게 왜 술집에 걸렸지?

알콜 중독자가 한 말인데...

 

To the world you may be one person,

but to one person you may be the world.

<세상에서 당신은 그저 한 사람일 뿐이지만,

어느 한 사람에게는 당신이 세상일 수 있다.>

 

*자신이 과다한 음주로 알콜 중독자가 되고 급기야 알콜 중독자들을 치유하기 위해

스스로 알콜 중독자 모임을 결성한 Bill Wilson의 말.*

 

 

술을 계속 마시라는 얘기야, 뭐야~?

매상을 올리겠다는 얘기야, 뭐야~?

 


연예인과 같이 오면 50% 할인,

정치인과 같이 오면 50% 할증.

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천사와 동급이다.

 

내가 술집 주인 같으면 대문에 대문짝 보다 더 크게 내 건다.

 

'정치인및 정치인 비스무리한 사람들 죄다 출입금지~!!!'

 

 

설마 새벽 4시에 오픈해서

오후 2시에 문 닫는 것은 아니죠?

 


마시고 취했으면 술집에서 조신하게 떠나야 한다.

돈 내고...

 

뿜빠이?

 

분배(分配)의 일본말이라는 것은 잘 아시죠?

'각자내기'라고 국립 국어원에서 고쳐 놓았답니다.

 

현찰 줄 거냐고?

요즘 현금 들고 다니는 사람이 어딨니, 시골스럽게...

 

자, 여기 체크카드~!!

이거 안되면 공중전화카드 줄거야~!!

 


또 올 거냐고?

음~ 생각해봐서...

 

재미는 있다만 서울 사는 사람들에겐 좀 멀지 않니?

그렇다고 특별한 장거리 할인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근데...

너, 왜 아까부터 끝까지 반말이니?

잘라먹은 나머지 말 제자리에 안갖다 놓을래~?

확~!

 


술맛은 분위기의 집합체이다.

 

첫째 내 앞에서 술잔을 부딪는 사람이 좋아야한다.

아랑주가 되었건 금준미주가 되었건 술의 종류는  그 다음이다.

마주한 이가 사랑스럽고 술이 고아하며 거기다 안주까지

절묘하다면 그 날은 세상을 얻은 날이 확실하다.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그것은 술잔을 나누는 공간의 분위기가 될 터,

산자 수명한 누각에 올라 풍악을 누리지 못할 거라면

깨알같은 웃음이 있고 앉은자와 떠난자들이 서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술맛 나는 곳이다.

 

작고 평범한 소품, 저렴하고 익숙한 진열,

과하지 않은 부피와 질량, 속내를 감추고도 할 말은 다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옆에 스멀거리는 웃음소리가 배어 있어서

오늘,나는 이 곳을 감히 술맛나는 곳이라 이름 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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