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고 떠난 꽃한송이

<인도네시아여행-16> 이슬람의 한가운데서 돼지 삼겹살과 막걸리를!!

작성일 작성자 김작가

인도네시아로 여행지를 결정해두고

내가 공부했던 내용 중에서 가장 비중을 많이 둔 분야가

그들의 주된 종교인 이슬람에 대한 것이었다.


3년 전 실크로드를 여행할 때도 나의 관심 분야는

그곳의 주 종교인 이슬람.


'그 곳'을 알려면 '그 곳'의 정신을 먼저 알아야 하고

그들의 정신은 대부분 그들의 종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해서는 안 되고...


할랄(Halal-무슬림에게 허용되는 모든 것)과

하람(Haram-무슬림에게 금지되는 모든 것)


무슬림에게 금지된 대표적인 식재료가 돼지고기임은 이제 세상 사람들이 다 안다.

그 곳에 가면 무엇을 참아야 하고 무엇을 삼가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느끼고 경청해야 하는지 할랄과 하람에 다 있다.


돼지고기는 하람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는 금지 음식이다.

그렇다면 그 나라에 가면 절대 돼지고기를 구경할 수 없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못 볼 거라 생각했던 금단의 음식을 보고야 말았다. 삼겹살집!

끝내 먹고야 말았다. 돼지고기!



지인의 주거 지역인 땅그랑(Tangerang)에 있는 대형 쇼핑 몰.

리뽀 까라와찌 몰 (Lippo Karawaci Mall).


그 안에 자리잡고 있는 한국 식당의 메인 메뉴로

삼겹살이 당당히 똬리를 틀고 앉아 있었으니

덥고 땀 많이 흘리는 이 시국에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너무나 한국적인, 너무나 토속적인,

그래서 너무나 이색적인 실내 풍경.


테이블 위의 모든 열기와 연기를 다 빨아낼 듯 즐비한 환기구와

세계적인 원목 생산국답게 온통 원목으로 단장한 소품들.

서울의 어느 대형 고깃집 같은 모습.

아니, 그렇게 착각을 유도하여 향수병을 달래도록 만든 듯 하다.




회교 국가인 인도네이사에서 이렇게 당당히 도야지 향을 피워도 되는 것일까?


그러자 인도네시아 여행 내내 언제 어디서나 

나를 오랑깜풍(촌놈)으로 만드는 신공을 발휘하시던 인도네시아 지인 왈.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돼지고기 냄새를 잘 몰라서 괜찮단다.

게다가 할랄마크가 안 붙어 있는 식당은 잘 안 들어가니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이 이 식당에 들어올 일은 결코 없단다.




돼지고기를 파는 식당이 쇼핑몰 중앙에 딱 자리잡고 있어도 

주위의 반발이 없다는 것도 신기하고,

인도네시아에서 삼겹살집을 오픈하는 이 식당의 사장님의 배짱도 대단하고!!


사실 머나먼 회교국가에 와서까지

삼겹살을 구워야 직성이 풀리는 내가 더 대단해~


더 놀라운 것은 의외로 시내 곳곳에 돼지 고기를 취급하는 식당이 많다는 것.

특히 200개 이상으로 추산되는 한국 식당은 대부분 삼겹살을 판다는 사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한다.

배운 사람은 우물에서도 숭늉을 마실 수 있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모처럼 반가운 우리말 앞에서는 망설일 필요가 없다.

오리고기 1인분, 목등심 1인분, 삼겹살 1인분

그렇게 빛의 속도로 고루고루 주문~


나름대로 보람 차고 내실있게 시킨다고 시켰는데, 뭔가 허전하잖아.

자태 곱고 때깔 선명한 육지 고기 앞에 당연히 진설되어야 할 반주!


그래서 메뉴판을 한 장 더 넘겨 탐색했더니,

역시 있다!

술!!!!


이슬람에서는 술도 하람 품목에 들어가 절대 금지이다.

최근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전국에 주류 판매를 금지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우리의 생명수이며 감로수인 쏘주!!


그런데 내가 다니면서 몸으로 느낀 인도네시아 물가를 생각하면

소주 값은 턱없이 비싸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냥 소주가 아니다.

여기 이역만리에서는 엄연히 물 건너온 양주(洋酒)라 불러야 한다.


그런데 이슬이보다 처음이가 다소 비싸다.

무슨 말 못할 곡절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다면 굳이 더 비싼 양주를 먹을 이유가 있을까?

이슬이로 한병~!!


현지인 여종업원이 놓고 간 주문표.

이 아가씨, 한국말 제대로 알아듣긴 했나?



오...리...구...이

목...든...심

삼...굡...살


파전 1/2 공짜


하하하~!

주문 받으면서 서비스로 파전을 준다고 했던 것 같은데, 

서비스라고 1/2을 줄줄이야~


하지만 뭐든 공짜는 땡큐~!



기본 반찬이 세팅되는데...

정말 완벽한 한국식 상차림이다.


식당의 어느 곳에서도 인도네시아의 흔적이라고는 찾을 수가 없다.

단지 실내를 오가는 종업원들의 피부색만

대충 여기가 폴리네시아의 어느 나라일 거라고 추측케 하는데...



그리고 마주한 이슬이~

잠시동안이나마 많이 그리웠다 이슬아~!!



그런데 면세라는 딱지를 붙이고도 넘 비싼거 아니니?


그래. 면세 주류라는 명찰을 달고 이 자리에 온

말 못할 너의 내력에 대해서는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을게.



잠시후 서비스로 준다던 파전이 나왔는데...

문제가 생겼다.


파전을 먹다보니 이번엔 그의 필수 동반자인 막걸리가 땡기는 것!


사실 아까 소주 시킬 때 메뉴판에서 봐둔게 있었다.



막걸리 한사발!

그것도 소주보다 저렴한!!


소주는 유효기간이 없어 들여오기가 쉽지만

막걸리는 어떻게 들여오지?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막걸리는 여기서 직접 담그는 것이라고!

하긴 누룩만 해결하면 쌀 생산국인 여기서도 막걸리를 담그는게 어렵진 않을 터.


그래서 큰 소리로 외첬다.


"여기 막걸리 한사발 추가요~!"


내 아무리 막걸리 마니아라 하지만

5000km 멀리 떨어져 있는 인도네시아에 와서까지 

막걸리를 마시게 될 줄이야.



역시, 뜻이 있고 돈이 있으면

설령 로마가 아니라도 어디서든 다 통하는 법.


잠시 후 막걸리 한동이가 우리 앞에 놓였다.


저 뽀얀 속살, 후각세포를 진동시키는 체향,

그리고 일찌기 목젖을 불러내는 우렁찬 건배 소리.

다시 채워지는 우리의 일용할 막걸리의 향연.



넘치도록 사발에 부어 한모금~

음...한국에서 먹었던 막걸리보다 맛은 좀 떨어지지만 나쁘지 않다.


인도네시아에서 막걸리를 먹을 거라고 감히 상상이나 했던가!

예상 외의 음식은 언제나 나그네를 춤추게 한다.



고기는 구워서 갖고 왔다.

별도로 불판을 주문하지 않아서 그렇단다.

누가 구웠건 궁금하다.

인도네시아에서 만나는 삼겹살 맛~!



상큼한 양파 소스에 푹 담궜다가



소금 살짝 찍고, 콩가루 톡톡 묻혀




상추 위에 얹어 먹으니...


아~ 눈물나!!

이런 감격스러운 맛이라니!!


무엇보다 인도네시아에서 먹을 수 있을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먹거리였기에... 



이번엔 깻잎 위에 김치 얹고 마늘까지 얹어서 또 한 쌈.

또 한 쌈.

또 한 쌈.

또 한 쌈.

또 한 쌈.


그리고 쭈욱~!


앞에 앉은 우리의 지인은 일찌기 넋을 놓았으니,

정국 혼란한 고국에서 마음 고생으로 한 사흘 굶고 온 게야~??



뒤늦기 도착한 오리구이도 서둘러 쌈을 준비하는데...



김치에 싸먹고, 물김치에 싸먹고, 

마늘 넣어 먹고, 마늘 빼고 먹고...

수십 가지 조합도 모자라 수백 가지의 조합으로

또 먹고,

또 먹고,

또 먹고...


그리고 또 쭈욱~


참 아름다운 인도네시아의 밤이에요~!!!


회교국가에 와서 삼겹살을 먹고 보니,

문득 북극에 가서 냉장고를 팔고,

열대지방에 가서 전기장판을 파는 것도

어쩌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맨위로
통합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