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말 많은 세상이다.
글 잘하는 사람은 필화(筆禍)로 망하고,
말 잘하는 사람은 설화(舌禍)로 화상(禍傷)을 입는 세상에 산다.
하지만 집 나온 나그네는 말을 하고 싶어도 말을 몰라서 못한다.
물 건너 온 이방인은 글을 몰라서 의식주가 피곤하다.
객지에서 말과 글을 모르면 먹고 사는 것도 참 어렵다.
하지만 세계속의 200여개국이나 되는 나라에
8,000여 민족, 7,000여 종류나 되는 언어를 전부 배울 수는 없으니,
다소 불편함은 있더라도 무식한 채 그대로 여행은 계속할 작정이다.
바하사 인도네시아,
여기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사용하는 그들의 말,
여기 온 김에 줄기차게 나그네의 흥미를 이끌어내었던
그들의 재미있는 말들을 조금 맛보기로 하자.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빨리 배워서 가장 많이 듣고, 가장 흔히 썼던 말.
Terima Kasih
(뜨리마 까시)
우리 말로 "감사합니다."
Terima (뜨리마)는 '받다' 라는 말이고,
Kasih (까시)는 '주다'라는 의미.
인도네시아식 감사는
뭔가를 받았기에 말로나마 되갚는다는
이른바 give & take의 의미가
담겨있다는데...
비록 그 의미는 다분히 물질적이고 세속적이지만
나그네의 입에 달고 다니면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미소를 자연스레 만날 수 있으니
다른 말은 못 해도 이 말 한마디만은 확실히~
"Terima Kasih~♡"
때로는 Terima Kasih banyak~♡♡
(많이 감사합니다.)
인도네시아 말에서 명사의 복수형은 싱겁지만 재미있다.
복수라는 것은 적어도 '한개' 보다는 더 많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책 한권의 복수는 적어도 두권 이상이니
손쉽게도 책을 두번 써서 '책책'이라고 쓰면 복수가 된다는 식이다.
참으로 기발하고도 쉽다,
자고로 언어는 쉬워야 한다는 논리에 재대로 딱이다.
예를 들어,
Burung(부릉)은 새...Burung-Burung(부룽부룽)은 새 떼,
Buku(책)...Buku-Buku(부꾸부꾸)는 도서,
Guru(선생)...Guru-Guru(구루구루)는 교사들,
Bunga(꽃)...Bunga-Bunga(붕아붕아)는 꽃다발,
Teman(친구)...Teman-Teman(뜨만뜨만)은 친구들,
Nona(미혼여성)...Nona Nona(노나 노나)는 처녀 여러분,
Bapak(아저씨)...Bapak Bapak(바빡바빡)은 신사 여러분,
Oleh(올레)는 선물.
Oleh-Oleh(올레올레)는 선물들.
제주도에서 올레는 집앞에 이르는 좁은 골목길이라는 뜻인데,
우리나라 모 통신사의 이름도 올레이고,
선물도 골목길도 다 아름다운 뜻과 운율을 지녔다.
Hati(하티)는 마음.
Hati-Hati (하티하티)는 마음들...이 아니라
마음을 많이 써서 "조심하라"는 뜻.
인도네시아에서 남의 차를 얻어타거나 택시를 빌려 타면,
목숨 보전을 위해 기사에게 가장 많이 외치는 필수 불가결의 어휘이다.
난폭 운전에 길들여지지 않은 여행자라면 반드시 외워야할 단어,
심지어 문자로 쓸 때에는 똑같은 단어를 두번 쓰는 대신
"Hati 2" 이런 식으로 단어 옆에 제곱을 써서 표기하기도
한다.
언어의 경제성 원칙은 세계적인 추세.
이 분야의 가장 강력한 선구자는 아무래도 청소년을 대표로 하는
우리 나라의 네티즌일 터.
앙앙~ 빨리빨리~ 마구마구~처럼
두번씩
겹쳐쓸 때 리듬과 더불어 임팩트가 생기는
우리말과 닮아 더 정겹다.
좋아좋아~♡
인도네시아에서도 그 옛날 우리가 도시화를 만들어 갈 때 그랬던 것처럼
이른바 '촌놈'과 '도시인'을 강력하게 구분하고 차별한다.
구체적으로 촌놈을 색출하는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었으니...
인도네시아어는 알파벳을 쓰기 때문에
몇몇 자모음만 유의하면 뜻은 몰라도 읽을 수는 있다.
그 유의해야할 자음 중에서 알파벳 'C'는
예외없이 우리말 경음(硬音)에 해당하는 'ㅉ'으로 발음해야하는데...
그런데, 이 알파벳 'C'에 촌놈과 도시인의 구별법이 있다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랑우탄'의 '오랑'은
인도네시아 말로 '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Orang(사람)...Orang-Orang(오랑오랑)은 군중이라는 말이 된다.
하긴 한자어에도 일부 이런 식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있다.
人(인)-从(종←從)-众(중←衆),
木(목)-林(림)-森(삼)...처럼.
어쨌든 오랑코타(Orangkota)는 '도시에 사는 사람', 즉 '도시인'이고.
오랑깜풍(Orangkampng)은 '시골 벽촌에 사는 사람' 즉 '촌놈'이다.
kampung(깜풍)은 파푸아 지역에 위치한 시골 마을의 촌락단위.
인도네시아에선
오랑코타(도시인)와 오랑깜풍(촌놈)을 구분하는 방법 중 하나가
코카콜라(coca-cola)를 어떻게 읽는지 보는거란다.
인도네시아식으로 C를 쌍지읒으로 읽어
coca cola를 '쪼짜쫄라'라고 읽으면
무식한 오랑깜풍(촌놈).
도시의 문물을 접하고 그 맛을 일찌기 알고 있어서
코카콜라라고 원어음 그대로 읽으면 오랑코타(도시사람)라고
확인사살을 한단다.
다행히도 이곳에서 난 오랑깜풍이라 불리진 않는다.
Coca-Cola를 어떻게 읽느지를 알고 있으므로...
다만 '동초'라 불릴 뿐.
열대과일에 환장하고
이것저것 온통 처음보는 것처럼 사진찍는다고
우리의 인도네시아 지인께서 붙여준 '동초'...동남아 초보!
초보...
얼마나 좋은 말인가.
여백이 많으니 무엇이라도 채울 수 있고
남들은 이미 알고 있어서 지루하더라도 마냥 처음 본 것처럼 새롭고.
그리하여 이처럼 행복할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