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나의 해산물 마니아친구는 노래를 했다.
"제주에 왔으니, 성게 실컷 먹고 가자!"
"오늘 점심은 성게 어때?"
"아~ 성게 먹고 싶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먹는 황금빛 성게 한접시!
내 친구가 그토록 꿈꾸던 풍경이다.
그래서 찾아갔다!
성산 일출봉!
남들은 일출봉에 오르고자 찾는 이곳에
우리는 해녀들을 만나려고 왔다.
성산 일출봉 근처엔 해녀들의 보금자리가 있는데
이곳에 오면 해녀 할머니들이 갓 잡아온싱싱한 해산물을
다소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
다만, 시간을 잘 맞춰 가야 하는데...
아무 때나 간다고 그들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그들을 만났다고 해서 무조건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입고 계신 해녀복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바다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바로 파는 것이기 때문에,
언제 그들을 만날 수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잡아온 해산물을 다 팔면 바로 끝나기 때문에,
너무 늦게 가면 짠 바닷물 담긴 빈 통만 보며 쓸쓸히 발길을 돌려야 할 수도 있다.
우리가 간 시간은 오후 2시경이었는데,
3시 전에 파장 되는 분위기였다.
일단 친구가 그토록 노래했던 성게가 흥정 1순위였는데
15~6개 되는 성게를 15000원에 다 주시겠단다.
성게의 유일한 단점은 그 부피에 비해 먹을 수 있는 것은 극히 소량이라는 점인데,
바로 반으로 갈라 신선한 성게 살을 발라주시니,
해산물의 생명인 신선도 면에서는 울트라 급이라 할만하다.
먹기 좋게 발라주신 성게의 빛깔은
그야말로 맛깔나게 눈부신데...
마지막 떨이라며 참소라도 만원에 다 주시겠다고 먹고 가라고 하신다.
잠시 고민...
오늘 단백질 보충 제대로 해보자 싶어 "OK~ 주세요!"
10분쯤 지났을까...
갓 쪄서나온 뜨거운 소라를
해녀 할머니는 손 후후 불어가며 직접 살을 꺼내 손질해주시는데...
푸짐한 소라가 보기만해도 배부르다.
그렇게 흡족해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유혹의 한마디!
"싱싱한 문어, 만원에 들릴게, 드셔~!"
친구와 난 어떻게 할까 고민했지만,
먹는 걸 두고 고민할 때는 어찌 된 게 대부분 긍정적인 쪽으로 결론이 난다.
"그래, 먹자! 다른 것도 아니고, 그 귀하다는 문어님이신데!"
"아주머니, 그거 저희 주세요!!"
잠시 후 오동통한 문어숙회까지 우리 앞에 놓였다.
이곳은 제대로 된 식당이 아니라, 해녀들의 터전이기 때문에,
테이블? 없다!
의자? 그것도 없다!
그냥 소쿠리 엎어 테이블도 하고, 의자도 하고,
그렇게 먹는다.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가장 신선한 해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했으니,
그런 불평은 잠시 접어두기로~
성게는 입안에서 살살 녹고
소라는 쫄깃~
무엇보다 문어숙회의 아삭한 식감에 깜짝 놀랐다.
35000원에 가장 신선한 성게, 참소라, 문어를 섭렵~
양도 질도 매우 흡족한 해산물 성찬이어라~!
그나저나 성산일출봉까지 와서
성산일출봉엔 너무 눈길 한 번 안 줬나?
성산일출봉에겐 미안하지만,
다음에 또 오더라도,
난 성산일출봉과 눈 맞추기 전에 해녀 할머니를 먼저 찾아나설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