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고 떠난 꽃한송이

<미래에서 온 전설> 인간을 향한 동물들의 냉엄한 경고!

작성일 작성자 김작가

 

 

 

 

  "인간 같은 년!"

  "인간보다 못한 년!"

 

  이야기의 초입부에 등장하는 섬뜩한 욕이다. 인간 같은 년이라는 말은 그들에겐 사실상 사형선고와 다름 없다. 그만큼 인간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해 있는 이들은 다름 아닌 동물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수봉산에 살고 있는 동물들인데, 무차별적인 사냥으로 동물수가 줄어들고, 무분별한 농약사용과 자연파괴로 먹을 것이 없어진 동물들은 인간에 맞서 싸울 것을 결의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소설을 읽다보면 나 자신이 인간임에도 동물의 눈으로 보는 인간의 만행에 치를 떨게 되고, 인간을 공격할 계획을 세우는 그들을 어느 순간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 자연의 소중함을 모르고 무분별한 파괴를 일삼는 인간이라는 종속들은 언젠가 반드시 신의 저주를 받을 거라는 그들의 예언이 그저 소설속에만 머무를 것 같진 않아서 더 두려워진다.

 

  책을 읽기 전엔 이 소설의 제목 <미래에서 온 전설>이 다소 모순적으로 느껴졌다. 전설이란 과거로부터 전해지는 것인데, 미래에서 온 전설이라니...그러나 책을 다 읽고서야 깨달았다. 이대로라면 미래의 세상은 불 보듯 뻔 한 것이고, 그 때에 일어날 일을 지금 예상해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렇다면 <미래에서 온 전설>이라는 제목은 충분히 말이 된다. '미래에서 온 경고', '전설이 될 인간의 만행', 이런 직접적인 제목보다 완곡하지만 그 느낌은 훨씬 세다.

 

  이 책 서두에 "밥하고 빨래하고 이불 팔며 그렇게 평생을 살아왔다." 라는 저자 소개가 있다. 소백산 아래에서 평범한 주부로 살고 있다고 해서 평범한 주부의 평범한 소설일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다방면으로 전문가급 지식을 갖고 있는 저자의 역량에 깜짝 놀라게 된다. 그 부분은 이 책이 독자에게 주는 최고의 반전인 듯. 풍경 묘사에 있어서는 시적인 표현들이 많았는데...

 

  "달은 부모를 그리워하는 수많은 고아들의 눈물 그릇이야."

  "과수원마다 새끼 배와 사과들이 월경을 시작한 소녀의 젖가슴만 한 크기로 달려 있었다."

  "(사망자 소식을 다룬 신문의 기사 제목을 보고) 굵은 고딕체의 검은 글씨가 마치 시체가 들어 있는 검은 관처럼 느껴졌다."

  "주민들의 계속되는 구호 소리가 유리창을 아프게 찔러댔다."

  "작열하는 태양을 혈관에 찔러 넣고 허공을 짚어대던 나무가 두 사람을 위해 그늘을 짓는다."

  "머릿속이 항아리에 가라앉혀 놓은 녹말가루를 휘저어 놓은 듯 하다."

  "나무들이 내뿜는 자연의 생기가 하늘에 닿아 양떼구름이 찬란하게 피어났다."

 

  이렇듯 예쁘게 표현되었지만 그 내용은 강렬하게 와 닿는 문장들이 많아 정신없이 밑줄을 그으며 읽어야 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 "벼룩도 낯짝이 있지.", "모기 보고 칼 빼기" 등 우리 속담에 동물들이 들어가는 것이 많은데, 정작 그 동물들이 이러한 속담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들의 입장에서 토로하는 얘기들은 깔깔깔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동안 자연 파괴를 일삼았던 인간에 대한 자연의 역습! 이제라도 자연과의 공생만이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임을 이 책은 강조하고 있는데,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음을 우리는 반성하고 자각을 해야 할 듯 하다.   최근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고작 3일 동안 열릴 활강스키경기를 위해 수백년된 가리왕산의 나무들을 베어낼 거라는 뉴스를 접하며 분노했었는데, 왜 위정자들은 자연을 인간의 편의를 위해 당연히 희생되어야 한다고 쉽게 생각하는지...그렇게 지금도 버젓이 자연파괴가 진행중이니 인간을 욕하는 동물들에게 변명조차 힘들 듯 하다. 4대강사업이 그랬듯, 자연 파괴는 반드시 인간에게 인과응보로 돌아올 것임을 나또한 의심하지 않는다.

 

  이 책의 동물들은 소리 높여 토로한다. 신이 빚어낸 작품 중 최고의 걸작은 자연이요, 최고의 졸작는 인간이라고. 그리고 그들은 말한다. 그들이 꿈꾸는 천국이 인간이 없는 곳이라고. 이를 소설 속 이야기라고 덮어둘 명분이 없는 게 사실이다. 다행인 것은 이 책에서도 인간을 모조리 몹쓸 취급을 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것. 인간의 모습이지만 인간의 냄새가 나지 않는, 영혼이 맑고 물빛 향기를 풍기는 인간도 있다고 그들은 말하니 나부터 그런 향기를 품은 인간이 되기 위해 애써봐야겠다.

 

  앞으로 동물들을 보면 그들이 하는 이야기가 들릴 것만 같은 느낌. 그 이야기가 언제까지나 인간에 대한 책망만은 아니길 간절히 바라며, 자연과 공생하겠다는 다짐을 미래로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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