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에선가 이런 말을 본 적이 있다.
"여행자는 시간의 흐름을 공간으로 표시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일상 속에서는 늘 같은 장소를 오가지만
여행을 떠나면 내가 장소를 이동하는 자체가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
충분히 공감되는 말이다.
여행을 갔을 때 낯선 곳을 하나라도 더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드는 이유는
내 마음 속에서 여행의 시간이 쉼없이 흐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해가 지고 어두워졌음에도 우리는 가만히 숙소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일상속에서는 1시간도 허투루 보내기 십상인데,
여행지에선 1분 1초가 아깝다.
어둠을 뚫고 나온 강건너의 불빛들!
이 강은 메콩강...
메콩강은 세계에서 12번째로 긴 강이다/
총 길이 4020km, 유역 면적이 80만 ㎢에 달하는 이 강은
해발 4900m의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해
중국의 운남성을 거쳐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를 관통해 베트남에서 바다와 만난다.
무려 2억 5천만명이 이 강의 자원을 이용해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다고.
특히 바다가 없는 라오스에서는 메콩강이 더욱 특별하다.
놀랍게도 강 건너 저 불빛의 정체는 태국이란다.
비엔티엔은 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데 그 국경 역할을 하는 것이 이 메콩강이라고.
건기라 강 수위는 많이 내려가 있었는데,
그래서 강 너머의 태국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저녁시간인데도 강변으로는 오토바이들이 가득~
이곳은 메콩야시장의 주차장이다.
태국 사람들 보라고 오히려 더욱 환히 불밝힌다는
라오스에서는 이런 간판을 자주보는데,
라오스 국기 옆에 다른 나라 국가기 꼭 붙어 있다.
라오스에 시설을 놓는 공사 프로젝트에 참여해준 나라에 대한 감사함을 표시한 것이라고.
타국에서 만나는 태극기가 괜히 더 반갑다.
사뿐사뿐 산책하는 기분으로 메콩야시장 쇼핑에 나섰는데...
느림의 나라 라오스.
이 나라에서는 거리에서 뛰는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한국은 해가 진 이 시간에도 여전히 분주하고 바삐 돌아가고 있을텐데...
생각하니 오히려 상대적 여유로움이 더 크게 밀려온다.
어머 예쁘네~ 하고 손으로 한번 만져 보지만
내 여행 가방 속에 담겨 함께 한국으로 돌아갈 소품들은 딱히 없어 보인다.
차라리 이렇게 정말 라오스스러움을 담은 그림들이 더 탐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옛날 이야기가 되어 있는 것들이
이곳 라오스에선 현재진행형이다.
당장 오늘을 사는 것도 많이 느리지만
그들에겐 미래를 향한 발전도 더디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부시게 발전한 우리나라보다 불행한 걸까?
라는 질문엔 섣불이 답을 못 하겠다.
라오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색깔이 주황색인 이유는
스님들이 입고 다니는 가사가 주황색이기 때문인 듯.
아무리 라오스를 대표하는 색이라 하더라도
저 주황색 가사를 내 가방에 담아갈 수는 없잖아. ㅎㅎ
차라리 여행객들은 이런 옷 앞에서 기웃거리는게 맞다.
라오스나 비어라오가 적혀 있는 티셔츠들이 전면에 배치되어 있는 걸 보면
이곳 메콩 야시장도 관광객들을 위한 시장이 되어버린 듯...
6000킵과 8000킵의 각종 잡화들.
6000킵이면 800원 정도이니
우리네 1000원샵 같은 곳?
구두 가게 앞에서는 잠시 발길을 멈출 수 밖에 없었는데,
샤넬을 닮고 싶었던 어느 구두가 너무 슬퍼 보였기 때문이다.
그 이름은 샤네스. ㅎㅎㅎ
다소 촌스럽기도 하지만, 보고 있자니 얼굴엔 절로 미소가 번진다.
그 와중에 오호~ 예쁜데~ 하는 감탄사가 나오는 구두들도 꽤 있었는데...
더운 나라인만큼 확실히 구두보다는 샌들이 훨씬 다채롭고 예쁘다.
생필품만 있을 것 같은 시장에 이런 사치품도 있었는데...
그 와중에 우리 헬로키티님이 나를 유혹했지만
지갑을 열려던 손을 꾹꾹 참았다.
어느덧 이나라의 시장에까지 침투한 셀카봉!
여기에도 헬로키티가~
또다시 밀려오는 유혹에 차라리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이 나라에도 거리의 화가가 있구나.
이들은 초상화 하나 그려주고 얼마를 받을까...
궁금했지만 라오스 말을 못 하는 관계로 패스~
컬러풀한 선글라스들이 가득 있는 선글라스 샵!
모든 가격 흥정을 이 아이가 다 하고 있으니,
혹시 이 선글라스 샵 사장님?
사장님이 너무 젊은 거 아니얌?
젊은 사장님도 놀라웠지만,
그 옆에 적혀 있는 가격표에 더욱 놀랐다.
10000킵이 1400원이니 15000킵이면 2100원이잖아!!
선글라스 하나에 2000원?
그냥 몇번 쓰고 알이 쑥 빠지거나 다리가 뚝 부러진다고 해도
전혀 아깝지 않은 가격!
우리가 오늘 메콩야시장에서 지갑을 열어야 할 곳은 이곳임을 모두가 직감!
그 때부터 선글라스 고르기가 시작됐는데,
이것 좀~ 저것 좀~
누나들의 쏟아지는 요청에
젊은 사장님 정신 없는 듯.
이것 저것 다 써보는데...
뭐야, 다 너무 이쁘잖아.
기왕이면 평소에 사기 힘든 컬러풀한 색깔로 초이스~ ㅎㅎㅎ
킵이 없었던 관계로 달러로 계산을 해야했는데,
달러로는 하나당 2달러를 달란다.
1달러가 8000킵이니
2달러를 주면 우리가 손해잖아.
그럼 3개를 5달러에 해줘~ (영어로)
했더니, 이 어린 사장님, 절대 안 된단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각자 하나씩 3개를 사고 6달러를 냈는데,
1달러도 안 깎아준 어린 사장님이 더 대단한걸까
고작 6달러에 선글라스를 3개나 구입하면서 그마저도 깎으려고 든
이 누나들이 더 독한걸까...ㅎㅎ
아무튼 기분좋게 득템했는데,
안경집이 참 거시기하네~
그렇게 쇼핑을 마치고 호텔방에 돌아와 패션쇼~
이번 여행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머플러 두르고 인증샷도 한 컷!
막내 쏭의 재롱에 언니들은 배꼽 빠지게 웃고
다소 열악한 숙소에서도 우리는 유쾌 상쾌~
여행을 떠나온 이상 우린 "아무렴 어때~"라는 마인드를 가진
멋진 여행자들이니까!!
하지만 이 날 욕실에서 아예 둥지를 틀고 있는 바퀴벌레 군단만은
"아무렴 어때~"가 되지 않았다는...
어두워지면 슬금슬금 기어나오는 그들 때문에
우린 밤새 불을 켜놓고 자야 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이 바퀴벌레들과 동거한 밤마저 우리 라오스의 추억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