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의 명소 중 하나인
크리스티안보그성에서 뜻하지 않은 감동을 느꼈다.
크리스티안보그성은 18세기 말까지는 왕궁이었더누 곳인데,
1794년 화재가 나면서 왕실은 다른 곳으로 옮겨 가게 되고
새로운 궁전을 지었지만, 그 후 또 화재가 발생해
20세기초에 다시 지은 건물이다.
지금은 국회의사당, 총리실, 대법원, 왕실 접견실 용도로 쓰이고 있는데,
세계 유일, 국가의 입법, 행정, 사법 기관이 한공간이 집결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어느 소박한 건물 앞...
이곳이 국회의사당일 거라곤 꿈에도 몰랐다.
화려하진 않더라도
그 흔한 경비원 조차 없다니!!
정말 놀라웠던 건 국회의사당 주차장.
그곳엔 '자전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이 '자전차'들은 다름 아닌 이곳 국회의원들의 '차'란다.
국회의원들마저도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나라...
그럼 보좌관이나 기사는?
그런건 없단다.
뇌물? 청탁? 비리?
그런건 뭐예요? 분위기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있다니~
수많은 사람들이 물에 빠져 허우적 대면
그 물이 오염될까봐 국회의원부터 제일 먼저 건져야한다는
가슴 아픈 우스갯 얘기를 품고 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덴마크라는 나라는 여간 부러운 게 아니다.
국회의사당 출입구 위엔 '네가지 고통'이라는 조각상이 붙어 있는데,
이통(耳痛). 두통(頭痛), 복통(腹痛), 치통(齒통)을 표현하고 있는 이 조각상들은
국민들에게 고통 없는 정치를 하겠다는 다짐이라고 한다.
이 나라에선 국회의원이 적은 월급에 엄청 많은 일을 하는 봉사직이라
국민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다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고 있는
백발 할머니들이 이곳에 서서 느끼는 자부심을 알 것 같다.
우리 나라 국회의사당 앞을 지나면서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특별한 감정이
덴마크 국회의사당 앞에서 솟아 오르고 있다니...
어쩌면...
이런 게 당연한 건데...
우린 왜 못하고 있는 걸까...
국회의원이 되면 마치 특권을 부여받은 듯,
법을 어기고, 부정부패를 일삼는 것이 관례가 되어 버린 것 같은 우리나라...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걸까...
씁쓸하다.
옛왕궁 앞 광장에는 아주 특별한 동상이 하나 서 있다,
덴마크인들이 진정 존경한다는 왕!
프레드릭 7세!
1849년,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절대왕정을 무너뜨린 왕.
입헌군주제를 도입해 덴마크 민주주의의 초석을 다진 왕!
그 수식어만으로도 그가 왜 존경을 받는지 알만하다.
군주 외에 국민의 선거에 의하여 구성된 의회가 독립된 국가기관으로 존재함으로써
군주가 입헌적 제약을 받으며
의회의 의결 없이는 군주가 독단적인 헌법개정 · 법률제정 등
기타 중요한 국무처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정치체제를
왕이 앞장서서 받아들였다니...
진정 국민의 존경을 한몸에 받을 만하지 않은가!!
그가 죽을 때 남긴 한마디는 지금도 유명한데...
"내 힘의 근원은 민중들의 사랑이었다."
아~ 뭉클.
남의 나라 국회 앞에서 자꾸만 감동하게 된다.
일상을 벗어나 나를 돌아보는 것도 여행의 의미 중 하나이지만,
우리나라를 떠나 즐기는 여행은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렇게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니,
우리나라가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어쩌면 이 나라가 대단한 게 아니라,
이 나라가 지극히 평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지극히 비정상...
세계에서 제일 살기좋은 나라
국가청렴도가 제일 높은 나라
그런 수식어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닌 듯!
아~ 정녕 부러운 나라~~~~!!
그들은 할 수 있는 걸,
우리는 못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 답을 찾아 고민 또 고민!
명쾌한 해답은 없이,
즐겁게 떠나온 여행지에서
아~ 두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