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고 떠난 꽃한송이

[이태원 데이트코스 추천] 스페이스신선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의 맛' 전시 어때요?

작성일 작성자 김작가

[이태원 데이트코스 추천] 스페이스 신선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의 맛' 전시 어때요?


오늘 만나서 뭐하지?

데이트를 앞둔 연인들의 깊은 고민.

영화보고 밥 먹고 차 마시고 술 마시고...

그런 일상을 반복하다보면 쉽게 질리기 마련.

때론 스페셜한 이벤트가 필요하다.

간혹 근사한 전시회 구경 같은...



'맛있다'는 감각은 오감 중 입이 느껴야 하는데,

무엄하게도 눈이 느끼고 있다.

심지어 나의 뇌도 이 음식 앞에서 풀가동 되고 있으니,

평소 쉽게 접하지 못했던 음식 이야기에 흥미 진진함을 느낀다.



6호선 한강진역에서 내려 300미터쯤 올라가면

외관이 멋들어진 건물이 나오는데,

여기가 이태원데이트코스로 추천할만한 전시관, <스페이스 신선>!



지금 이곳 스페이스신선에서는 <한국의 맛> 전이 열리고 있는데,

한국인이 좋아하는 식재료로 만든 58가지 음식들을

새롭게 재해석된 창작물로 선보이는 전시라는 정보에 끌려 찾아가봤다.



1층 로비에 들어가 입장료가 얼마예요? 했더니

스페이스 신선에서 하고 있는 10가지 나눔활동 모금함에

내가 내고 싶은만큼 넣으면 그게 입장료라고 한다.

이 입장료는 후원금이 필요한 이들에게 돌아간다고 하니,

들어서는 순간부터 마음이 훈훈해진다.



이태원에서 즐길 데이트비용 일부를 모금함에 넣는 순간

누구라도 따뜻함을 느끼게 될 듯.



전시관 내부는 고급 전시관 느낌.

한국의 맛을 대표하는 음식들이 전시되어 있는 가운데,

벽에는 각각의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

그 글들이 너무나 재미있고 유익해서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읽어보느라

돌아보는 발걸음은 저절로 '안단테'가 된다.



전시되어 있는 음식은

음식이라기 보다는 한폭의 그림에 가깝다.

딱 봐도 김치는 태양이고

양념 제육구이는 대지요,

구운 마늘은 돌을 표현했다는 느낌이 팍 온다.

그렇지 않아도 이 작품의 제목은

<밀이 익어가는 풍경>



시와 함께 어우러진 음식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시다.



봄 주꾸미, 가을 낙지!

춘곤증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되는 주꾸미와

영양부족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소에게 먹이면 그대로 벌떡 일으킬 수 있을 만큼 활력을 주는 낙지도

한 폭의 그림 속에서 시선을 끈다.



소나무의 후광을 등에 지고 특별히 전시되어 있는 작품이 있었으니...



조선시대 두남녀가 야심한 밤에 달빛 아래 담모퉁이에서 몰래 만나 애틋한 연정을 키우는 그림,

신윤복의 월하정인!

슈가파우더로 아예 접시 위에 그림을 그려넣은 것이 이색적인데,

떡갈비와 버섯이 언뜻 월하정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단원 김홍도의 '씨름'은 여름과일들과 어우러져 있다.

파인애플, 배, 사과, 용과, 오렌지, 키위 등의 과일칩들에서 여름 향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



이태원 데이트코스로 추천할만한 스페이스신선은 건물구조도 매우 멋스러웠는데,

3층, 2층, 지하 1층이 전시실로 되어 있어

3층에서부터 시작해 빙글빙글 나선형 계단을 돌아내려가면서 전시실을 구경하게 된다.



제일 맛있다는 버섯들도 죄다 모였다.

선인들이 꼽기를 첫째로 치는 버섯은 향과 맛이 매우 뛰어난 최고급 버섯인 능이요,

그 다음은 소나무 밑에서 자라 솔향기 그윽한 송이이며,

세번째는 맛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표고인데,

일능 이송 삼표가 한 자리에 모여 저마다의 맛과 향을 뽐내고 있다.



오곡밥에 각종 나물들과 귀밝이술에 부럼,

완벽한 정월대보름 4종세트~

방아 찧고 있는 토끼까지...

너무나 사랑스럽다.



새순처럼 돋은 봄나물들도,



꽃처럼 피어난 전들도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담았다.



쑥은 어디에서나 쑥쑥 잘 자란다고 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도

스페이스신선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의 맛' 전시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일본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 된 후

폐허 속에서 제일 먼저 자라난 것도 쑥이라니...

쑥의 생명력에 새삼 놀라게 되는데...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쑥의 이미지를 쑥튀김으로 표현한 것도 웃음을 자아낸다.



이태원 데이트코스에서 만나는 단군신화!

이 단군신화의 메인 요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고통을 참아낸 웅녀가 생각나게 하는 보양죽이다.

옛날 임금님이 드셨던 타락죽에

구운 마늘과 쑥떡을 올리고

쑥차와 야생 산마늘 장아찌.

거기다가 웅녀를 연상케 하는 곰그림은 화룡점정.

이렇게 음식으로도 단군신화를 표현할 수 있구나!



각 음식마다 붙어 있는 음식에 대한 설명은

스페이스 신선의 큐레이터분이 쓰셨다고 하는데,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 뿐만 아니라

풍성한 감성까지 담겨 있어

벽에 적혀 있는 빽빽한 글을 하나도 놓치지 싶지 않았다.



어떤 음식은 한 폭의 풍경화를 연출한다.

눈 내린 장독대 풍경.

그런데 장독대에 담긴 건 김치가 한 그릇의 묵사발.

눈으로 보기만 해도 음식의 맛이 느껴진다.



이 풍경은 추수철에 인기만점인 새참?

옥수수 감자 고구마 밤...

힘들게 일하는 중에 먹는 간식 맛은 진정 꿀맛이리라.

게다가 쌀로 빚은 막걸리 한 사발이 더해지면

크~~~~~



'김칫간' 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에서는

우리나라 5도의 김치가 모두 만날 수 있다.

멸치젓과 고추가 많이 들어간 전라도 고들빼기,

마늘과 고춧가루를 넉넉히 넣은 경상도 우엉김치,

채소와 소금을 사용하는 충청도 가지김치,

양념을 적게 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제주도 전복유채김치,

동해안의 생선과 고랭지 무와 배추를 사용하는 강원도 명태김치까지

각 지방의 독특한 김치문화가 한 프레임에 담겼다.



한국의 사계절을 담아낸 것은 다름 아닌 죽이다.

봄에 가장 맛있는 바지락을 넣은 된장죽,

여름에 푸근한 맛을 내는 아욱이 들어간 새우죽,

가을의 색깔인 샛노란 단호박죽,

겨울에 제맛을 내는 아삭한 식감의 연근죽.

음식을 눈으로만 먹으려 하니

배가 슬슬 고파온다.

스페이스 신선 바로 옆에 신선설농탕이 있던데,

얼른 그 곳으로 자리를 옮겨 고픈 배를 달래줘야 할 듯.



간장, 고추장, 된장, 소금, 식초 등에 절셔

채소가 귀한 겨울철에 먹었다는 장아찌.

원재료의 맛을 가장 잘 지키면서 익히지 않고 먹을 수 있는 편리한 음식인 장아찌는

장맛이 채소에 고루 배어들면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어 독특한 맛과 향이 생긴다고 하는데,

겨울철에 부족한 비타민을 공급해주는 장아찌는 그 종류가 200여 가지에 달한다고 한다.

그 중 산초열매, 매실, 취나무, 알타리무, 대추, 돼지감자, 갓, 초석잠, 산마늘 이렇게 아홉가지가

구절판에 담겨 보는 이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된장과 함께 한국의 대표 발효식품으로 널리 알려진 고추장!

고추장은 탄수화물의 가수분해로 생긴 단맛과

콩단백 아미노산의 감칠맛,

고추의 매운 맛,

소금의 짠 맛,

이 네가지가 조화를 이룬 복합 조미료이다.

고추장을 이용한 고추장떡은 눈으로 보기만 해도 태양초의 알싸한 매콤함이 전해지는 듯 하다.



자연색으로 물들이고 꽃잎으로 장식한 한과마저도 너무나 사랑스럽다.



스페이스 신선의 1층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가 있어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었는데,

이곳 스페이스신선은 여러모로 이태원 데이트코스로 추천할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시,화,담의 58가지 음식 작품은 정말 재미있고 유익하고 맛있는 전시였다.

1000원 이상의 자발적인 기부관람형식이니

질높은 전시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될 듯.


평소 입으로만 즐겼던 음식들이 우리의 눈과 감성까지 충족시켜주는 시간!

이런 전시는 정말이지 널리널리 소문내고 싶어진다.








맨위로
통합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