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고 떠난 꽃한송이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개막무대를 장식한 라벨라 오페라단의 <가면무도회>

작성일 작성자 김작가


오페라는 내가 생각하는 가장 완벽한 종합예술이다.

언어에 음악이 입혀지고, 거기에 시각적인 예술까지...

잘 만들어진 오페라 한 편을 보고 나면 그 벅찬 감동을 주체할 수가 없다.


오페라를 향한 갈증을 늘 품고 있는 가운데

촉촉한 단비같은 소식이 있었으니,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것!

올해로 9회째인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은

한국 오페라의 오늘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는 한국 오페라가 70주년을 맞는 해여서

더욱 의미있게 준비했다고 하는데...


해방된지 올해로 73년인데,

한국 오페라 역사가 벌써 70주년이나 되었다고?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봤더니

우리 나라 최초의 오페라가 조선오페라협회에서 1948년 1월 공연한 베르디의 오페라 <춘희 (La traviata)>였다고 한다.

최초의 창작 오페라는 1950년 현제명 선생이 창작한 <춘향전>이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오페라 역사가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되었다는 것에 살짝 놀랐다.



그렇게 의미있는 2018 제9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품은

개막작으로 공연된 베르디의 오페라 가면무도회였다.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가면무도회가 시작된다.

원제는 Un Ballo im Maschera (운 발로 인 마스케라)


<가면무도회>는 스웨덴 왕 구스타프 3세의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구스타프 3세는 스톡홀름의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가면무도회에서 절친이 쏜 총에 맞아 죽는데,

대본가 안토니오 솜마와 베르디는 이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왕의 죽음에 러브스토리를 넣어 이야기를 만들게 된다.



메트오페라 합창단의 합창으로 시작되는 웅장한 첫무대부터 눈길을 사로잡았다.

귀족들이 모여 주인공 리카르도의 덕성을 찬양한다.

하지만 그 안에는 그를 암살하려는 무리도 섞여 있다.



시동인 오스카가 다음 날 열릴 가면무도회의 초대손님 명단을 가져오자

리카르도는 사랑하는 아멜리아의 이름을 발견하고 기뻐한다.


충신 레나토가 등장해 리카르도 시해 음모를 귀띔해주며 리카르도에게 충성할 것을 맹세하는데...

리카르도가 사랑하는 여인인 아멜리아는 충신 레나토의 아내였던 것.



백성을 현혹시키는 올리카라는 점쟁이를 추방해야한다는 얘기가 있어

리카르도는 변장을 하고 점쟁이를 찾아간다.



그런데 리카르도의 손금을 본 울리카는 무서운 예언을 하는데...



전체 공연은 이탈리아어로 진행이 되지만

무대 위쪽으로 한글 자막이 나와 극의 흐름과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점쟁이 울리카는 이곳에 들어와서 리카르도의 손을 처음 잡는 사람에게 살해될거라고 예언했는데,

리카르도의 손을 처음 잡은 사람이 다름 아닌 그의 충신 레나토였던 것.



오페라에서 음악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시각예술인데,

그런 의미에서 라벨라오페라단의 가면무도회는

배우들의 실력 뿐 아니라 무대장치도 만점을 줄만했던 것 같다.



아멜리아는 리카르도에 대한 사랑을 잠재울 치료법을 점쟁이 울리카로부터 듣게 되는데

음산한 숲에서 약초를 캐며 '풀을 뜯어 내 사랑을 잊을 수만 있다면' 하는 아리아를 간절하게 부르는 모습은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아멜리아를 몰래 따라온 리카르도가 나타나자

두 사람은 서로 만나서는 안 될 관계라는 것과 만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 때 갑작스레 등장한 레나토.

리카르도를 시해하려는 무리가 오고 있음을 알려준다.

리카르도는 급히 피신시키고 베일을 쓴 여인은 자신이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하는데...



이들 앞에 나타난 암살자들은 여인의 정체를 밝히라고 하고

레나토가 죽은 위험에 처하자 아멜리아는 스스로 베일을 벗는다.

리카르도와 만나고 있었던 베일 쓴 여인이 자신의 아내임을 알게 된 레나토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극도의 배신감을 느낀다.



중간에 인터미션이 있어

무대 앞쪽으로 가서 프라임필하모닝오케스트라의 모습을 봤다.

자리에 앉아서는 이들 오케스트라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모든 연주가 실시간 라이브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는데,

눈으로 확인하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밖이 안 들었다.

그냥 연주도 힘든데 배우들과 함께 맞춰서 하는 건 얼마나 더 힘들까.

그것도 전체 런닝타임 170분 동안이나~



인터미션이 끝나고 배경은 레나토와 아멜리아의 집으로 바뀌어 있는데,

레나토는 아내 아멜리아에게 자결을 요구한다.

충성을 맹세했었던 리카르도를 향한 분노도 하늘끝까지 치솟는다.



결국 레나토는 반란을 꾀하는 무리들과 손을 잡고

리카르도의 암살을 계획하는데...



마침내 가면무도회날이 오고...



리카르도는 아멜리아에 대한 사랑을 단념하고 이들 부부를 그들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전출 임명장에 서명을 한다.

아멜리아는 가면무도회에 암살자들이 오느 무도회에 참석하지 말라는 편지를 리카르도에게 보내지만

리카르도는 말을 듣지 않고 마지막으로 아멜리아를 보기 위해 무도회장에 나온다.



모두들 가면을 쓰고 있어 누가 리카르도인지 알아볼 수 없는 상황.

레나토는 시동 오스카에게 리카르도에게 급히 전할 말이 있다고 오스카를 압박해

리카르도가 어떤 가면을 쓰고 있는지 알아낸다.



잠시 후 빵~ 하는 총성과 함께 쓰러지는 리카르도.



숨이 멎기 직전, 리카르도는 레나토에게 아멜리아는 순결하다는 것을 보증하며

레나토를 고향으로 보내주려 했다는 임명장을 보여주자

레나토는 그제서야 깊은 후회를 하고

그렇게 오페라 <가면무도회>는 막을 내린다.



오페라 <가면무도회>가 더욱 빛날 수 있었던 건

라벨라 오페라단의 뛰어난 실력이 큰 몫을 했던 것 같다.

2007년 창단된 라벨라오페라단은

2018 국가브랜드대상 문화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실력파라고 하는데,

라벨라 오페라단 멤버십에 가입하면 여러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오페라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관심을 가져봐도 좋을 듯.


예술 중에서도 고급 예술인 오페라를,

그것도 베르디의 명작 가면무도회를 감상할 기회가 있었던 건

내게 찾아 온 큰 행운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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