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안 내는 한국 목사들의 주장은 "근로자 아닌 영적 봉사직"<BR>세금 내야 한다는 쪽 주장은 "소득 투명해야 신뢰 얻는다"

[Cover Story] 종교인 과세 논란의 쟁점
과세 반대
'근로자 아니다' 대법 판례 교회 재정 공개되면 정부 간섭 받을 가능성
과세 찬성
판례는 노조관련 판정일뿐 조세평등주의 지켜져야 정부 직무유기탓 문제키워
한국일보 | 입력 2012.03.02 21:05 | 수정 2012.03.03 10:11

그동안 국내 종교인들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의 예외로 취급돼왔다.

종교인 비과세에 대해 뚜렷한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조세당국이 그저 관행적으로 면세 혜택을 유지해왔을 뿐이다. 사실상 직무유기인 셈이다. 그러나 이 관행이 워낙 오래 이어지다 보니 관습법의 지위를 얻은 듯 인식되기도 한다. 일각에선 '종교활동은 근로가 아니라 봉사다'라는 등을 비과세 근거로 주장하기도 한다. 종교인 과세 문제를 둘러싼 논란의 주요 쟁점을 짚어 보았다.

종교인 생활비, 사례비인가 월급인가

그동안 종교인 납세 논란은 주로 기독계 안팎에서 이뤄져 왔다. 종교인 납세에 반대하는 측은 "목사가 매월 받는 생활비는 (근로가 아니라)영적 봉사에 대한 예우금인만큼 근로소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성직자들의 사역을 '근로'로 보게 되면, 성직이 속되게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개신교단의 교회법에 '목사에게 주는 생활비가 월급이 아니라 목사들의 생계를 위해 주는 사례비'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종교인 납세 찬성 측은 "모든 국민은 납세 의무를 가지는데 유독 종교인만 소득세를 내지 않는 것은 납세의무를 저버린 탈루 행위"라고 주장한다. 조세의 기본원칙인 공평과세와 조세평등주의를 위반하게 된다는 것이다. 황호찬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교회에서 사례나 월급을 받는 목사는 모두 납세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목사는 "목회자들이 소득세 납부를 거부하는 이유가 실제로는 소득세를 내게 되면 자신들의 고소득 수입이 공개되는 게 싫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납세 반대 측은 세금을 이미 낸 신자들의 헌금으로 목사의 생활비가 지급되므로 이에 다시 과세하면 2중 과세에 해당한다는 항변도 한다. 그러나 이는 '특정인에게 귀속되는 동일한 소득에 대해 두 번 과세하지 않는다'는 2중 과세 방지 원칙을 잘못 해석한 것이며, 따라서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조세 전문가들의 견해다.

종교인, 근로자인가 영적 봉사자인가

종교인들은 스스로를 근로자로 생각하지 않고 영적 봉사를 하는 성직자로 여긴다. 그래서 종교인 납세 반대 측은 "특정인에게 고용돼 일할 때에만 근로자인데 종교인은 하나님에게 고용돼 있으므로 근로자가 아니라 성직자"라며 "따라서 근로자가 아닌 성직자가 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종교인은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판결한 2006년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든다. 한국교회언론회 사무국장 심만섭 목사는 "현행법상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목회자를 사회적 지탄의 대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항변한다.

반면 종교인 납세 찬성 측은 "소득세법에서 말하는 근로는 명칭이야 어떻든지 근로의 대가로 받기 위해 제공하는 행위를 뜻한다. 소득이 있으면 납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찬성 측은 특히 "종교인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는 종교인이 노동조합을 구성할 수 있는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냐 아니냐를 판정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최호윤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은 "성직자의 사역이 근로인가 아닌가는 신학적으로 별개로 논의할 부분이며, 세금에 관해서는 세법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종교인 납세를 찬성했다. 박득훈 새맘교회 목사도 "성직자의 행위를 근로가 아닌 다른 무엇으로 해석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종교인 과세, 정부의 간섭 받는다?

종교인 납세 반대측은 "종교인이 세금을 납부하면 교회의 재정이 공개되고 정부로부터 간섭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종교인이 세금을 내게 되면 교회는 매년도 별로 수령한 헌금총액과 교회의 고유활동에 대한 지출 비용 등을 정부에 보고하게 돼 예배와 선교, 구제, 교육 사업에 간섭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종교인 납세 찬성 측은 "세법상 비영리공익법인인 교회는 증여세 비과세, 양도소득세 비과세 등의 혜택을 받기 때문에 그에 부과되는 협조사항을 당연히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교회 재정을 공개한다고 해서 정부로부터 간섭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종교의 자유가 없는 상황에서나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들은 오히려 정부가 직무를 유기해 그동안 법적으로 징세하게 돼 있는 종교인들의 세금을 걷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신동식 빛과소금교회 목사는 "사실 종교인 납세 문제에 대해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표했다면 많은 논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원기 홍익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종교인 과세를 법으로 강제하기보다 자진해서 하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자"고 제안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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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내 종교인들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의 예외로 취급돼왔다.

종교인 비과세에 대해 뚜렷한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조세당국이 그저 관행적으로 면세 혜택을 유지해왔을 뿐이다. 사실상 직무유기인 셈이다. 그러나 이 관행이 워낙 오래 이어지다 보니 관습법의 지위를 얻은 듯 인식되기도 한다. 일각에선 '종교활동은 근로가 아니라 봉사다'라는 등을 비과세 근거로 주장하기도 한다. 종교인 과세 문제를 둘러싼 논란의 주요 쟁점을 짚어 보았다.

종교인 생활비, 사례비인가 월급인가

그동안 종교인 납세 논란은 주로 기독계 안팎에서 이뤄져 왔다. 종교인 납세에 반대하는 측은 "목사가 매월 받는 생활비는 (근로가 아니라)영적 봉사에 대한 예우금인만큼 근로소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성직자들의 사역을 '근로'로 보게 되면, 성직이 속되게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개신교단의 교회법에 '목사에게 주는 생활비가 월급이 아니라 목사들의 생계를 위해 주는 사례비'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종교인 납세 찬성 측은 "모든 국민은 납세 의무를 가지는데 유독 종교인만 소득세를 내지 않는 것은 납세의무를 저버린 탈루 행위"라고 주장한다. 조세의 기본원칙인 공평과세와 조세평등주의를 위반하게 된다는 것이다. 황호찬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교회에서 사례나 월급을 받는 목사는 모두 납세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목사는 "목회자들이 소득세 납부를 거부하는 이유가 실제로는 소득세를 내게 되면 자신들의 고소득 수입이 공개되는 게 싫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납세 반대 측은 세금을 이미 낸 신자들의 헌금으로 목사의 생활비가 지급되므로 이에 다시 과세하면 2중 과세에 해당한다는 항변도 한다. 그러나 이는 '특정인에게 귀속되는 동일한 소득에 대해 두 번 과세하지 않는다'는 2중 과세 방지 원칙을 잘못 해석한 것이며, 따라서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조세 전문가들의 견해다.

종교인, 근로자인가 영적 봉사자인가

종교인들은 스스로를 근로자로 생각하지 않고 영적 봉사를 하는 성직자로 여긴다. 그래서 종교인 납세 반대 측은 "특정인에게 고용돼 일할 때에만 근로자인데 종교인은 하나님에게 고용돼 있으므로 근로자가 아니라 성직자"라며 "따라서 근로자가 아닌 성직자가 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종교인은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판결한 2006년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든다. 한국교회언론회 사무국장 심만섭 목사는 "현행법상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목회자를 사회적 지탄의 대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항변한다.

반면 종교인 납세 찬성 측은 "소득세법에서 말하는 근로는 명칭이야 어떻든지 근로의 대가로 받기 위해 제공하는 행위를 뜻한다. 소득이 있으면 납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찬성 측은 특히 "종교인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는 종교인이 노동조합을 구성할 수 있는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냐 아니냐를 판정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최호윤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은 "성직자의 사역이 근로인가 아닌가는 신학적으로 별개로 논의할 부분이며, 세금에 관해서는 세법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종교인 납세를 찬성했다. 박득훈 새맘교회 목사도 "성직자의 행위를 근로가 아닌 다른 무엇으로 해석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종교인 과세, 정부의 간섭 받는다?

종교인 납세 반대측은 "종교인이 세금을 납부하면 교회의 재정이 공개되고 정부로부터 간섭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종교인이 세금을 내게 되면 교회는 매년도 별로 수령한 헌금총액과 교회의 고유활동에 대한 지출 비용 등을 정부에 보고하게 돼 예배와 선교, 구제, 교육 사업에 간섭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종교인 납세 찬성 측은 "세법상 비영리공익법인인 교회는 증여세 비과세, 양도소득세 비과세 등의 혜택을 받기 때문에 그에 부과되는 협조사항을 당연히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교회 재정을 공개한다고 해서 정부로부터 간섭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종교의 자유가 없는 상황에서나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들은 오히려 정부가 직무를 유기해 그동안 법적으로 징세하게 돼 있는 종교인들의 세금을 걷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신동식 빛과소금교회 목사는 "사실 종교인 납세 문제에 대해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표했다면 많은 논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원기 홍익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종교인 과세를 법으로 강제하기보다 자진해서 하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자"고 제안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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