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톳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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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에

황톳길

아미고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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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황톳길

안양천의 목동교 아래에는 약 500m 정도의 황톳길이 있는데,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는 산책로이다.

 

나도 종종 걸어봤던 길인데, 근래에는 코로나 때문에 운동이나 산책을 하면서도 가급적 밀접접촉을 피하기 위해 용왕산이나 봉제산을 포기하고 안양천에서 산책과 가벼운 조깅을 한다.

 

둔치에 있는 산책로는 너무 좁아서 밀접접촉을 피할 수가 없고, 둔치와 둑 사이의 중간에 있는 산책로와 둑길은 폭이 3m 이상은 돼서 좌.우측통행만 제대로 지키면 굳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러나 세상엔 언제 어디서나 잘난 사람들이 있고, 그 잘난 사람들은 사회적 약속이나 규범 따위는 알 바 아니고,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시한폭탄이자 지뢰 같다.

 

그러나 나는 그런 폭탄과 지뢰의 위험을 피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호흡조절의 문제다.

 

 

 

 

 

나는 아침에는 나 혼자 두 시간 남짓 걷고 또 가볍게 조깅하며, 석양에는 아내와 함께 세 시간 정도를 걸으면서 작은 세상 속을 들여다본다.

 

첫 번째, 커플이 함께 걷는 경우는 대체로 말없이 조용히 걷고, 대화를 해도 조용한 대화를 한다.

 

두 번째, 싱글인 경우는 두 부류로 대별된다.

하나는 두 귀를 이어폰으로 꽉 틀어막고 음악 삼매경에 빠진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연인과 전화 통화하는 경우인데, 10분 정도는 보통이고, 30여 분을 통화하는 경우도 간혹 보이는데, 즐거운 일상사를 얘기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더러는 바가지를 긁거나 그걸 당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내게 자문을 구하면 유용한 솔루션을 줄 수도 있을 텐데, 내가 먼저 나설수야 없는 노릇 아닌가.....

 

세 번째, 친구들 서너명이 단체로 걷는 사람들이다.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다.

입에 메가폰이 장착되어 있는지 쉴새 없이 비말을 방출하면서 무척 시끄럽다.

그나마 드물게 생각이 있는 그룹은 교행할 때 일렬종대의 매너를 갖추지만, 대개는 나란히 일렬횡대로 지나간다.

 

지나고 나면 그들의 뒤꼭지를 살펴본다.

사람이라면 머리가 달렸을 것이고, 짐승이라면 대가리가 달렸을 테니.....

 

 

 

 

 

한강과 한강으로 흘러드는 지천을 통틀어 이런 맨발 황톳길이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한 것 같고, 양천구청이 야심차게 조성한 길이기는 한데, 황토가 땡볕에 바짝 마르면 마치 돌덩이처럼 단단해서 지압에 별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비가 오면 미끄럽고 질퍽해서 걸을 수가 없다.

차라리 모래를 깔아두었더라면 훨씬 더 유용한 산책로가 되었을 것 같다.

 

 

 

 

 

인라인 스케이트장

황톳길 옆에 있는 이것도 한강과 주변 지천 중에서 유일한 스케이트장으로, 나도 인라인-스케이트를 아들 녀석으로부터 여기서 배웠다.

 

로드-런닝을 하기에는 아직 한참이나 부족한 실력인데도 불구하고 삼성동 사무실까지 인라인을 타고 출근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얼마나 힘이 들었던지 밖으로 나가서 택시를 타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이거 하나 못해내면 내가 다른 무엇을 이루어낼 수 있겠나 하는 생각으로 쉬고 또 쉬면서 한밤중에 집에 와서 퍼져버렸다.

 

운동하려고 배웠던 건 아니고, 당시에 중학생이었던 아들 녀석이 사춘기여서 대화하기가 매끄럽지 않아서 함께 스케이팅 하면서 편하게 대화하려고 배웠던 것인데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아마도 초.중.고 그룹별로 스케이팅을 하는 거 같은데, 코치가 있어서 코치와 관리를 하는 거 같고, 소형 낙하산 같은 장비로 바람의 저항을 이용하여 파워와 지구력 등을 키우는 훈련도 한다.

 

 

 

 

 

화장실 & 세족장

신목동역에서 목동교 사이에는 공중화장실이 3개 있는데, 모두 다 에어컨 시설과 전기 드라이어로 손을 말리는 시설 그리고 동파 방지용 히터가 설치되어있다.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이렇게 우아해졌고 이래도 되는 건지 의문이 든다.

나는 화장실에 갈 때마다 문을 열어버리고 에어컨과 드라이어 전원을 꺼버린다.

이유인즉, 지나친 낭비일 뿐만 아니라, 요즈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난리인데 문을 꽉 닫아둔 채 에어컨을 가동하는 것이 전염병 예방과 역행하는 거라 생각해서다.

 

 

 

 

방아깨비

여기 풀밭에는 방아깨비가 산다.

방아깨비가 살고 민달팽이가 살고 맹꽁이가 사는 것을 보면, 이 지역의 토질과 자연환경이 청정하다는 얘기 같다.

 

 

 

 

 

 

 

계절 따라 많은 야생화들이 피고 진다.

 

안양천 산책을 하다가 새로운 친구를 만났다.

젊은 나이에 맨주먹으로 미국에 가서 불법체류자로 온갖 고초를 다 겪으면서 기반을 다져 사업에 성공하였고, 영주권과 시민권을 받아 워싱턴과 뉴욕 사이에 있는 뉴저지주에 사는 분이다.

 

얼마 전에 한국에 들어와서 지금은 목동 팰리스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입국하면서 자가격리 2주를 지나면서 심리적 공황상태 같이 멍하고 답답하고 우울해서 병원 치료도 받고 있지만, 함께 얘기하고 공감할 수 있는 친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나더러 친구가 돼줄 수 있겠냐고 해서 친구가 된 것이다.

 

함께 산책도 하고 식사도 하고 또 교외로 나들이도 간다.

 

그런데 이 친구는 내가 지갑을 만지지 못하게 한다.

월급쟁이 하다가 은퇴한 사람이 무슨 돈이 있겠냐면서 돈은 자기가 많으니 돈 쓰는 일은 자기가 담당하겠다며, 지금까지는 열심히 돈만 벌었는데, 망칠(望七)에 이른 지금부터는 돈을 쓰기만 하면서 살 것이며, 그만한 돈은 충분히 벌어놨다고 한다.

 

친구를 줄여가는 나이에 새로운 친구를 얻었는데, 내가 좋은 친구인가 자꾸만 자문하게 된다.

친구란 우선 평등해야 하고, 서로가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에 도움이 되어야 할 텐데, 내가 그런 자질과 준비가 되어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미국 참 재미있는 나라다.

우리하고 범죄인 인도협약이 체결되어 있지만 돈 많은 범죄인은 거소만 추적할 뿐 체포하지 않는다.

많은 돈 부지런히 쓰시라고.....

 

근간에 미국 경제가 어렵고 코로나는 창궐하니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은 교포들이 있지만 경제적 계산이 맞지 않아서 못 오고 있는데, 세간에서는 이를 풍자하여 한국으로 돌아올 비행기표 살 돈이 없어서 못 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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