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니집

아버지 가슴에 시가 들어 있다

작성일 작성자 시크(chic)


내 기억속에 남아 있는 아버지상은 

겉으론 상당히 엄하셔서 자상하다는 생각을 못하고 결혼을 했더랬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버지는 가족들을 위해 많이 자상했었구나로 귀결된다

수많은 추억들이 하나둘 되살아 나서 아주 가끔은 글ㄴ시간이 좋더라


딸만 넷인 우리집은 아들을 낳기 위한 무한 노력을 통해서

울 어무이가 많이 힘들게 낳은 막내 아들이 하나 있다





살림만 하던 울 어무이는 얼마나 아끼고 부지런하신지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는게고

그에 반해 울 아부지는 집에 형제 자매들 뿐 아니라 주변에 친구와 후배들이

수없이 드나들면서 끊이지 않는 술상을 차리느라 고생한 어무이가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울아부지가 자상했었구나를 유추하기에는

휜칠한 키에 호리호리하면서도 강단 있는 어투가 진짜 남자상이시다

그속에 감춰 있던 마음을 알게된것은 내가 시집을 가면서 알게 되었다

 

꽃을 좋아하셔서 지인집에 다녀오시면 "이것은 치자나무 요건 천리향" 등등

이러면서 햇살이 가득한 창가에 올려 놓고 그 꽃에 대한 꽃에 향과 이력을 말해주곤 했었다






가을이면

추운 겨울을 대비해 문짝을 떼어서 창호지를 전부 다 뜯어 내어

새로이 깨끗한 창호를 바르기 위해 풀을 쒀서 곱게  바르는데

창호와 창살 사이에 국화잎 하나씩 모아서 이쁘게 덧칠을 하신다


우리는 그걸 도와가며 선선한 곳으로 창호문을 세워두고 마르라고 둔다

그거이 마르게 되면 아부지께 이야기를 한다

그럼 공구를 가지고 반듯하게 자리를 잡아서 걸어둔다 

상큼한 기운이 들게 탱탱한 한지가  산뜻해져서 새로운 문으로 그겨울을 난다

이런 세월을 해마다 보면서 자라왔다



돌아가시기 이태전 부터 아부지는 점점 힘이 빠지시는지

가슴속에 묻어둔 이야기를 하나씩 끄집어 내어 유독 내게 해주시는데 

아버지 가슴에 시가 분명 있다는 점이다 

다만 외형적으로 가족들에게 들어내지 않았을뿐 ...

한 집안에 가장이신 남자, 아버지는 그 무게감 때문에 여린 시어들을 늘 감추고 살았다는점이다


오늘 아침 잠결에 깨어나서 부시시 눈을 비비고 나니

꿈속에 아부지와 이미 이땅에 안계신 다른 식구들이 보여서 잠시 놀라며 잠에서 깨었다








이땅에 남자사람들!!

우리 여자사람 못지 않게 현실에서 살아 남기 위해 몸부림 치는 수많은 사람들중에 하나이다

그 무게감을 탈피하고자 담배와 술을 마시는데 있어 어느때는 이해가 가는 점도 있다


이 추운 겨울에 그 책임감으로 사회에 나서서 기운빠진 모습을 보게 되면 안쓰럽고 

마음속으로 동정이 갈때도 있다

하지만

열심히만 산다해서 세상이 다 내것이 되는것이 아니란것도 알게 되니

가끔은 오늘을 위해서 조금은 쉬어가라 권하고 싶다


아버지 가슴에 시가 들어있다는 것도 알게 된 내나이 올해로 육십이다


세상을 알만한 나이가 되니 아버지도 어무이도 내 곁에 아무도 안계신다

나이가 들어가도 보고싶고 그리운건 젊은이나 매한가지로 똑 같은 심정이다






살아 있을때 잘하지 못한것!!

그래 그때 알았다면 내 이렇게 지난 시간 추억을 하고 있겠는가!


철들면 안계신 어른들이 생각나는것은 진리이고 순리인가 보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생각한 것들을 토하는것이 나을지 싶어 또 끄적여 본다

우울하게 사는 것 보다 밝은게 좋기에 또다시 그 추억속에 잠시 들어갔다 나온다


자 힘찬 2월을 위해 화이팅하며 웃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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