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향기

거짓말의 진화 : 자기정당화의 심리학

작성일 작성자 방울새




책머리에 ...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인간이기에, 우리는 모두 자신을 정당화하고 해롭거나 부도덕하거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충동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틀렸다는 증거를 직면하면 자신의 견해나 행동 방침을 바꾸기보다는 훨씬 더 완강하게 정당화한다.


자기정당화를 하는 모습이 정치가들만큼 뚜렷이 보이는 경우도 없으며, 그 때문에 그들은 대단한 흥밋거리를 제공한다. 그들은 수동태로 말하는 기술을 고도로 발전시켰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리면 마지못해 실수는 인정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 기술이다.

“아, 그래. 잘못은 저질러졌지만 나에 의해서가 아니야.”


그들의 행동은 우리들 대다수가 일상생활에서 이따금 저지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가 불행하거나 무의미한 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그것을 이루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자기정당화는 거짓말이나 변명과는 다르다... 대중을 설득할 때는 자신이 위험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자신을 설득할 때는 자신 있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자기정당화가 공공연한 거짓말보다 강력하고 훨씬 더 위험하다. 자기정당화가 있으므로 해서 사람들은 자신이 한 일이 최선이었다고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게 된다.


자기정당화는 우리의 과오와 그른 결정을 과소평가하는 것만이 아니다. 자기정당화는 위선자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그의 행동에서 위선을 알아볼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기정당화의 작용 때문에 우리의 도덕적 과실과 다른 사람들의 과실을 구분하고, 우리의 행위와 도덕적 신념 사이의 불일치를 얼버무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각기 자기만의 한계선을 그어놓고 그것을 정당화한다.


남을 속이기 위한 의식적 거짓말과 자신을 속이기 위한 무의식적 자기정당화 사이에는 매혹적인 회색 영역이 존재한다. 이곳을 순찰하는 것은 미덥지 못하고 자기기준으로 판단하는 역사가, 곧 기억이다. 기억은 종종 과거 사건의 윤곽을 흐리게 하고, 범죄성을 호도(糊塗)하며, 진실을 왜곡하는 자기고양 편향(ego-enhancing bias)에 의해 재단되고 형성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의 자기위주 왜곡이 작용함에 따라 우리는 과거의 사건을 잊거나 왜곡하고, 그 결과 차츰 자신의 거짓말을 믿게 된다. 잘못을 저지른 것을 알면서도 점차 자신만의 허물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상황은 늘 복합적이기 마련이다. 자신의 책임을 저평가하다 보면 원래의 엄청난 실체는 흔적만 남게 된다. 오래지 않아 자신을 설득하여 우리가 공공연히 말했던 것을 믿게 된다.


닉슨과 마찬가지로 린든 존슨도 현재에 편리한 ‘진실’이 진실이며 그것과 상반되는 것은 무엇이든 적들의 속임수라고 자신을 설득하는 환상적인 능력을 갖고 있었다.


자신에게 진실이 있다고 믿고 자신의 행위를 자신에게 정당화하는 대통령은 자기교정이 불가능하다.


자기정당화의 내적 작동원리를 이해하면 이와 같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많은 행위를 일관성 있게 설명할 수 있게 된다. 무자비한 독재자, 탐욕스러운 기업가, 신의 이름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광신자, 아이들을 추행하는 성직자, 형제를 속여 유산을 가로채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이 어떻게 제정신으로 멀쩡하게 살아갈 수 있느냐고 묻는 수많은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 대답: 우리 모두가 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이다.


자기정당화에도 유익한 점과 해로운 점이 있다... 자기정당화가 있기에 발 뻗고 편히 잘 수가 있다. 만약 자기정당화가 없다면 심한 번민에 시달릴 것이다. 가지 않은 길을 아쉬워하고 지나온 길을 후회하느라고 두고두고 자신을 괴롭힐 것이다. 또한 거의 모든 결정의 결과를 두고 괴로워할 것이다. 옳게 행동했는가, 나와 어울리는 사람과 결혼했는가, 집을 제대로 구입했는가, 제일 좋은 차를 샀는가, 적합한 직업을 택했는가 등등. 그렇지만 무심코 하는 자기정당화는 유사(流砂)와 같이 우리를 더 깊은 불행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것은 과오를 바로잡는 것은 물론 보는 것마저 방해한다.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를 하기 마련이지만 은폐할 것인지, 자백할 것인지를 선택할 능력은 있다. 그 선택은 다음 행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다음 장에서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즉 자기정당화를 진행하고 확신과 자기존중감, 민족 감정을 보호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다룰 것이다. 그 다음 장들에서는 자기정당화의 가장 해로운 결과들에 대해 설명할 것이다. 자기정당화가 어떻게 편견과 부정을 심화시키고 기억을 왜곡하는지, 어떻게 전문가로서의 확신을 오만으로 바꾸고 불의를 만들어 고착시키는지, 어떻게 사랑을 왜곡하여 불화와 반목을 조장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우리는 이 메커니즘의 작동 원리를 이해함으로써 자기정당화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멈출 수 있다. 따라서 마지막 장에서는 한 걸음 물러나 개인으로서의 자신, 관계, 사회를 위해 어떤 대안들이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이해는 변화와 구제를 위한 해결책을 찾는 첫걸음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이 책을 쓴 이유다.



- 책소개 -


우리는 왜 거짓말하고 정당화하는가?

< 거짓말의 진화>는 자기정당화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설명한 책이다. 심리학 분야의 연구 성과를 대중에서 알기 쉽게 소개해온 두 저자가 이번에는 '거짓말 시스템'에 대한 통쾌한 분석을 제공한다. 정치, 법, 의료, 가정, 국제관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속임수와 거짓말과 변명이 번성하는 사례와 그 이유, 그리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지만 대부분은 그 실수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실수를 저지른 현실과 자신의 자기존중감이 충돌할 때 인지부조화가 일어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자기정당화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책임을 면제해주는 허구의 이야기를 지어내어 자신이 옳다는 믿음을 되찾는다. 그리고 이러한 자기정당화는 거짓말이 진화하는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 뇌가 자기정당화를 위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저자들은 거짓말이 탄생하면서부터 거대한 의혹과 비리로 진화하기까지, 그 이면을 자기정당화가 조정한다고 주장한다. 자기정당화 메커니즘의 작동 원리를 살펴봄으로써, 자기정당화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엘리엇 애런슨 Elliot Aronson

저명한 사회심리학자로, 2002년 미국심리학협회가 선정한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 100인’의 한 사람이다.
미국예술과학원 회원인 그는 1959년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하버드 대학교 및 텍사스 주립대학교를 거쳐 현재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사회적 영향 및 태도 변화, 인지부조화, 연구방법론, 사람들간의 친화력 등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애런슨은 1994년 미국교육발전위원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교수상’을 수상했으며, 미국심리학회의 3대상인 저술상(Distinguished Writing, 1973), 교육상(Distinguished Teaching, 1980), 연구상(Distinguished Research, 1999)을 모두 수상한 유일한 사람이다. 2007년에는 윌리엄제임스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캘리포니아 주 샌타크루즈에 살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The Social Animal, The Jigsaw Classroom 등이 있다.
특히 애런슨의 The Social Animal은 미국심리학회에서 심리학 연구 성과를 대중에게 소개하는데 큰 공헌을 한 저작에게 주는 내셔널 미디어 어워드 수상작으로, 저자의 이름을 널리 알린 대표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심리학》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전국 대학에서 심리학 전공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



● 캐럴 태브리스 Carol Tavris

사회심리학자이자 강사로서 미국심리학회의 특별회원(Fellow)이다.
 미시건 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캘리포니아 대학교 등에서 심리학을 강의해왔다. Psychological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뉴욕 타임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를 비롯해 다양한 매체에 심리학 주제에 관해 글을 쓰고 있다. 현재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생물학적 환원주의에 반대하고 남녀평등주의에 입각해서 남녀의 차이를 설명한 《여성과 남성이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이유The Mismeasure of Woman》와, 《잘못 이해된 감정 - 분노Anger : The Misunderstood》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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