蓼花白鷺(료화백로)李奎報(이규보)

 여뀌꽃 속의 해오라기


前灘富魚蝦 (전탄부어하) 앞 개울에 고기와 새우 많아
有意劈波入 (유의벽파입) 물결 가르고 들어가고 싶었지.

 
見人忽驚起 (견인홀경기) 사람 보고 풀쩍 날아 올랐다가
蓼岸還飛集 (료안환비집) 여뀌꽃 언덕에 돌아와 앉았네.


翹頸待人歸 (교경대인귀) 목 빼고 사람 가길 기다리느라
細雨毛衣濕 (세우모의습) 가랑비에 깃 젖는지도 모르네.


心猶在灘魚 (심유재탄어) 마음은 여전히 여울속 고기에 가 있는데
人道忘機立 (인도망기립) 사람들은  말하네 기심... 잊고 서 있노라고.


이규보,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권2 ‘蓼花白鷺’ 





이시는 제화시(題畵詩)로

이규보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시를 읊었지요.... ^^


지극히 우아하고 탈속적으로 보이는 이 그림의 이면에 담긴 진실은,
가랑비에 깃이 다 젖도록 미동도 않고 서서 사람이 돌아가기를 기다리는
백로의 '집요함'과 '탐욕'이란 것이 이규보의 해석 입니다....
즉, 탐심이 가득한 존재로 늘 시내 물고기 잡아먹을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어찌보면....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이 말한 ‘낯설게 하기’도 결국 ‘비밀의 폭로’란 뜻의 다른 표현이 아니겠습니까...^^

이규보는 막대한 자신의 죄에 대해 귀신의 입을 빌려...이렇게 꾸짖었습니다.

 “조화의 현묘함은 아득하고 기관의 오묘함은 자물쇠로 굳게 잠겼는데...
너는 생각 없이 영묘함을 염탐하고
비밀을 발설하니 당돌하기 그지없다. 이것이 너의 죄이다.”



수련에서는 앞 여울에 물고기가 아주 많아서,

해오라기가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하여 물결을 가르고 날아든다.^^

함련에서는 갑자기 사람을 보고 흠칫 놀라서...

여뀌꽃이 피어 있는 언덕에 도로 날아 모이고 있다.^^


경련에서는 목을 뺀 채 사람들 돌아가기를 기다리는데,

가랑비가 내려 깃털이 다 젖어 있다.^^


미련에서는 마음은 항상 시내 물고기 잡아먹을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데,

사람들은 ‘모두 잊고 서 있다’고 한다는 것이다.^^


여뀌는 물가에 흔히 자라는 잡초로 인식되지만,

오염된 물을 정화하기도 하고, 잎과 뿌리는 약용으로,

그리고, 꽃은 차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시골에서는 여뀌를 돌로 짓찧어서 물고기를 잡을 때... 이용하는 독초로...!


김종직이 ‘雅(청구풍아)’에서 평하였듯이,

탐욕스러운 자가 청렴한 듯이 사는 것을 풍자한 시입니다....ㅎ







백운(白雲) 이규보(李奎報, 1168~1241)

고려시대 명문 사학인 문헌공도(文憲公徒)에 적을 두고 공부하여 시인으로 이름이 났다. 그는 과거시험에 몇 번 응시했지만 합격하지 못하였고, 술을 마시며 방종한 생활을 하였다.

이후 그는 최충헌 등 무신정권의 권력자에게 관직을 요청하는 글을 지어서 32세 때 전주목(全州牧)에 서기 벼슬을 얻었지만 곧 '파직'을 당하였다.

 

그는 40세 때 한림원의 하급관리가 되면서 조정의 문서를 짓는 일을 맡으면서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하였다. 최우가 정권을 담당하자 더욱 중용되어 문하시랑평장사라는 고위직에 올랐다.

이규보는 자연과 사회에 대한 뛰어난 관찰력을 형상화한 시들을 많이 창작하였는데...

특히 영물시(詠物詩)를 잘 지었다.

영물시란 대상의 특징이나 생태를 면밀히 관찰하여 읊은 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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