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이렇게 피 끓던 때가 있었었나? (사진정보 2012.3.12.13:41)



나 완전 애기때네~ (2012.3.12.14:59)



두번이나 파양을 당했던 난,널 처음 봤을때부터 자석의 극과극 처럼 너에게 끌렸었다.

너라면 다른 사람같이 날 버리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면 넌 믿을까? (사진정보 2010.10.18.20:34)



낮엔 직장 생활하고, (넌 야맹증이 있었고,그건 나에겐 다행이었어)

밤엔 일절 외출을 안 하고 항상 나랑 놀아주었지. (사진정보 2012.3.16.21:26)



할아버지,할머니가 내가 버릇이 없는 개라고 큰집 양구로 보냈을때, (사진정보 2010.7.17.19:07)



회사를 끝내고 온 넌,왜 두번이나 버림받은 개를 우리까지 버리느냐며 버선발로 양구까지 쫓아왔었지. (사진정보 2011.5.10.22:04)

그땐 진짜 고마왔었어.



할머니 아파~

할아버지 아파~

나도 늙어서 아파~


하나도 힘든데 나까지 속 썩여서 미안했다~ (사진정보 2017.11.10.19:12)



사실 뭐 나도 오래 살았지.


달인과 달인놈 식구들을 만난건 내 견생 최고의 축복이었어. (사진정보 2011.7.12.20:26)



늙어서 잘 걷지도 못하는 날 안고,항상 퇴근후에 바깥 바람 쐬어준것도 고마워. (사진정보 2017.12.4.18:44)



투덜투덜 대면서도 내가 짖으면 말 없이 다 들어준것도... (사진정보 2017.5.1.13:26)


이젠 다시 널 못 본다는게 나도 정말 아쉽지만,할아버지,할머니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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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리야~

너도 같이 봤으니 잘 알겠지만 할아버지 상태가 어떻든?

엄마를 요양원에 보냈으니,한시름 놓은 아버지가 난 좀 편할줄 알았어.

그러나 웬걸?

엄마 있을땐 새벽에 쪽잠이라도 잤는데,이건 뭐...


벌써 몇 끼니를 못 자시는지...

저러다 진짜 상 치를것 같아,토요일 퇴근길에 마트에 들렀었지. (5.25일)



집으로 들어 오는 날 보며 아버지는 죽을 끓여 달라고...



젓지 않으면 바닥에 다 눌어 붙으니까 계속 저으면서 사온 물건들을 냉장고에 넣으며 정리하고 있었지.

끓인 죽을 몇술 뜨는듯 마는듯 하더니,식탁에서 일어서던 아버지는 바지에 똥.오줌을 싸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어.

쇼큰지,오랜만에 곡기가 들어가 위장이 놀랐는지...

들쳐업고 막 병원으로 뛰었어야 했으나 격렬한 행동은 상태를 더 안 좋게 만들것 같아 쓰러진 자리에 그대로 뉘어 드렸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 조금 안정이 되었을때 침대로 옮겨 눕히고 옷을 갈아 입혔었지.



다음날 새벽. (5.26일) (나도 이미 시공간의 감각을 잃어버렸다)


뭐라도 만들어 놓으면 잡술까 싶어 이것저것 만들긴 하는데...













엄마는 잘 있는지도 궁금하고...

누나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아버지 보러 내일 집에 오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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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온 큰 누나는 아버질 병원에 입원 시켰고...


이때 부터 너의 고생도 시작 됐었나보다.


노인네들 늙어가는게 보이고,죽어 가는게 뻔히 보이지만 같이 생활하는 사람보다 어쩌다 한번 보는 사람 눈에는 이게 더 잘 보이는가 보다~


'연예인도 아닌데 나이는 뭐하러 깎는지...'



환자는 그냥 아프기만 하면 되는데 수발을 드는 보호자는 피가 마른 다는걸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



한시간 일찍 퇴근하고 병원으로 와 보니 밥때인가 본데 밥 꼬라지가...





링겔을 몇시간씩이나 맞았다고,

보상심리가 발동한건지 막걸리를 찾는 아버지.



혼자 있는 2인실 병실에 사람이 떨~렁 하난데,

냉장고에 아무것도 없는것이 당연하지,내 막걸리 어디 치웠냐고?

여기가 집인지 병원인지도 모르고 누워있었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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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새벽에 일어나 누나 먹을 찬들을 챙겨 아침 먹으라고 주고 회사로 출근했어.



퇴근후 병원에 들렀더니...


'환자식인데 밥이 왜 이러지?'



그래도 어제보단 낯색이 좋아진것도 같고 그렇더라.

목요일에 퇴원 시킨 후,누나가 사는 오산으로 아버질 모시고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갑작스레 바뀐 환경이 정신 나간 노인네에겐 좋게 작용할까? 더 나쁘게 나타날까? (아버지 상황이 더 안좋았는데 교묘히 엄마 앞 세우고 뒤에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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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40분경 퇴원수속 마치고 오산으로 가는중이라는 누나의 전화를 받았는데...


'늘 하던 사람도 힘든데 안 해본 누나가 괜찮을까?'


네가 쌩~쌩 날라 다닐땐 퇴근하는 내 차 소리만 들어도 단번에 알아차리고 앞 베란다에서 날 맞아줬지만,

기력이 쇠한 지금은 현관문 비번을 누르면 늘 문앞에서 날 쳐다보고 있었지.


새벽에 뒤척 거리는 사람이 없으니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있던 며칠간 밤에 한번도 안 깨고 꿀잠을 잤어.

나도!

너도!


비번을 누르고 네 이름을 부르며 들어선 현관문에서,


"쎄ㄹ..."



"새꺄!"


내가 됐던,할마이가 됐던,할아방이 됐던 주인을 기다리다...


"나이가 많아 죽는건 죽는건데 꼭 이렇게 해야했냐! 이러면 내가 미안해서 어떡하라고!"


정신나간 영감이라도 집에 있었다면 저번처럼,


"쎄리가 곧 죽을것 같다!"


라는 전화 한통이면 득달같이 달려와 널 혼자 이렇게 외롭게 보내진 않았을텐데...


'빈집에서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


우리와 19년을 살면서 집에 이렇게 사람이 없어 혼자 남겨진것도 너도 처음 겪어 보는 일일것이고,

뭔가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것쯤 너도 알고 있었겠지만...


"쎄리야 갔다 올께.집 잘보고 있어~~"


라며 아침에 머리를 쓰다듬고 나간 바로 그 후에 일이 벌어진건지 네 작은 몸은 이미 많이 식어 있더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고통을 가늠할수도 있었어.

오줌에 왼쪽 털은 다 젖어 있었고 게우기도 했고. (씨발~ 진짜 내가 나쁜 새끼였네.그깟 그지 같은 회사 뭐하러 다닌다고 쎄리 목숨과 바꾸나.)



"쎄리야 미안하다.내가 정말 미안해."



이제 봤으니,

이제 됐으니,

눈을 감으라고 감겨줘도 눈을 안 감는 너를 어쩔...


할머니의 상태를 본 요양보호사들은 자기들 힘들까봐 이유같지도 않은 이유를 대며 다 내빼는 상황에서,

요양보호사는 계속 바뀌었고,

누워서 똥싸지,아무데나 오줌싸지,냄새나는 늙은 개까지 있으니 널 발로 차고,가두고 학대했던것 알고 있어.

하지만 어째.

달리 방법이 없었는걸.

그이들 눈엔 지지리궁상~ 지지리 궁상~ 이런 지지리 궁상도 없어서 네가 동네북이 됐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은것 잘 알아.


"미안해 쎄리야.내가 정말 많이 미안해.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혼자 보내 미안해.문밖만 바라보며 주인만 기다리다 죽어갔을 너를 생각하니 내 가슴도 찢어져.내가! 어떻게 말을 못하겠어!"



이제 아픔없이,고통없이 편하게 푹 쉬렴. (사진정보 2012.1.16.23:38)


어디선가 갑자기 툭! 하고 튀어나올것만 같은 너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고 막 그러네?

나 지금도 책상 밑 내 발밑에 네가 있을것만 같아 자꾸 바닥만 바라봐.



이빨이 다 빠져 사료를 씹지 못해,참치와 로스팜을 함께 비벼 주는데 수요일 저녁 병원에 다녀온후 너 평소보다 많이 안 먹더라?

저녁 늦게 먹은 싸구려 저질 물만두가 너와 내가 마지막으로 나눠 먹은 음식으로 기억되겠네.

난 앞으로 이 물만두와,참치와 로스팜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내가 네 생각하면 많이 고맙고,많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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