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그날...

댓글수99+ 다음블로그 이동

내생각

잊지 못할 그날...

노당 큰형부
댓글수118

 

 

오늘 옥수수를 따고 옥수숫대를 베어 내며

잘린 옥수수 밑 둥에서

흥건하게 베어 나오는 육즙을 보니

 

70년 전 6월 25일

북한 공산당의 침략을 받아 피난을 가던

그 다음 날 선친이 생사의 탈출을 하셨던 모습이 생각난다. 

노당의 拙書

"노을 앞에선 박문규의 여정"

제1장 6,25 한 서린 피난길.

 

"기다려라 아버지가 간다" p45~ p46을 발췌,

 

 

 

 

런데 잠시후 갑자기 창고가 아닌 창고 근처의 숲 속에서 총소리가 들려온다.

 

"따라라락~ ~~"

따발총과 구구식 장총 소리가 들린다.

한밤에 하늘을 가르는 따발총 소리였다. 바닷가라 그런지 총소리는 그렇게 크지는 않았으나

살겠다고 도주하는 우리에겐 따발총 소리는 공포 그 자체였다.

 

우리로 부터는 약 100 여 미터 거리였다.

이놈들이 저희들만 저녁을 먹고 근처 숲에서 잠을 자다가 이런 황당한 일을 당하고 놀랐을

것이었다.

 

나와 같은 방향으로 뛰는 몇 명에게 허리를 낮추고 뛰라고 하고 나도 앞서 나갔다.

총알이 어디로 날아 가는지 모르겠으나 총소리가 커졌다가 다시 작아졌다 한다.

생각해보니 우리를 향해 쏠 때는 소리가 컸고 반대 방향으로 쏠 때는 소리가 작은 것 같았다.

 

 

"딱콩,~딱콩,~, 따르르르륵~딱콩~"

 

헉헉 거리며 달려 나가기를 얼마 후 염전에서 빠져나와 낯에 보아 두었던 산 밑에 도착했다.

염전을 뒤로하고 일행 몇 명과 논둑에 기대어 다리를 펴고 앉아 숨을 고르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일행들이 거의 도주에 성공한 것 같았고 지금도 내가 보는 앞에서 산속으로 뛰어가는

사람도 보인다.

 

다리를 펴고 쉬고 있으니 피곤하고 졸음이 밀려온다,

그러나 일어나 다시 뛰어야 한다,

 

나에겐 나를 기다리는 내가 책임 저야 할 사랑하는 식구가 애타게 기다릴 것이니....

일어서며 내 옆에서 계속 나와 함께하고 있는 행동하는 옆사람의 어깨를 건들며

 

" 이제 그만 갑시다~"

하며 그의 다리를 보니 발목 부위에서 붉은 피가 흥건히 흐르고 있었다.

그의 발목에서 선혈이 흘러 논으로 들어가는 보는 순간 나의 몸에는 오싹한 전율이 흘렀다.

 

" 당신 총 맞았어요? 발목 안 아파요? "

" 총이요? 안 맞았어요 아까 뛸 때 어디에 부디첬는데 아무렇지도 안.. ? 피가 나네?"

하며 자기 발목을 보더니 갑자기 숨을 못 쉬고 입을 벌리고 눈을 뒤집어 뜬 채로 나에게로

쓸어졌다. 그리고 숨이 막혀 헉헉 하며 괴로워하더니 하더니 말 한마디 못하고 그대로 숨을 거두고

축 늘어지고 말았다.

 

다른 곳은 아무 데도 다치지 않았다..

빨갱이 해방군 놈들이 쏜 총알 하나가 그의 왼발 복숭아 뼈 위를 뚫고 나갔을 뿐인데,

아마 이런 죽음을 "" 이 꼈다고 하는가 보다..........

 

이일을 어쩐단 말인가?

전쟁이 싫어서 피난을 가던 사람이 이렇게 한 순간에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비명도 못 지르고

불귀에 객이 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전쟁을 한 군인도 아니고 가족들과 전쟁을 피하고자 하며 단지 남쪽으로 가던 길이 었는데...

 

~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긴단 말인가?...?...

 

어찌하였던 나는 이곳에서 더 지체할 수가 없었다.

지금 뒤에선 도주하는 우리를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총을 쏘며 쫓아오고 있는

해방군 놈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 앞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그를 논둑 밑에 반듯이 뉘어놓으며 미처 감지 못한 눈을 쓸어내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 나는 당신이 누군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가족이 누군지도 모릅니다.

단지 나중에라도 이렇게 억울하게 죽은 당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는 꼭 전해

드리겠습니다.

라고 중얼거리는 내 눈에서는 나도 모르게 굵은 눈물 방울이 맺혀 소리 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따라락,~~ 딱콩~~!!!

무서운 따발총 소리가 또 귓전에 들려온다.

인민 해방군 놈들의 추격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뛰어야 한다 계속 뛰고 또 뛰어야 산다......

정신을 가다듬고 산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 나갔다.

 

도대체 저놈들의 총탄에 몇 명이나 맞고 쓸어졌을까?

저놈들이 어디까지 따라 올것인가?

별별 생각을 다하며 잠시도 쉬지 않고 산속을 뚫고 계속 달리며 이리 넘어지고 저리 뒹굴고

엎어지며 미끄러지며 캄캄한 숲 속을 헤쳐 나갔다, 얼나마 그렇게 달렸을까?

 

이제는 총소리도 저 뒤 멀리서만 몇 발 들리더니 완전히 사라졌다..

어두운 숲을 두 시간 정도 헤매고 다닌 후에야 멀리 보이는 길을 찾았다.

어둡지만 신작로임을 알 수가 있었다.

 

다시 뒤를 돌아보니

나와 도주했던 사람처럼 보이는 남자들이 하나, 둘씩, 뒤에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 보다는 한참 앞에서 계속 뛰어가고 있었고 그들도 힘들게 아주 힘겹게 뒤에 따라오고 있다.

여기가 어디쯤일까? 사방을 둘러봐도 어디쯤인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림 노당 큰형부)

 

신작로를 올라탔다,, 탁 트인 신작로를 따라 마라 송(마라톤)하듯이 계속 달려 나갔다.

이미 앞에 가고 있는 내 가족이 기다리는 곳을 향하여 앞으로 앞으로...

 

배도 고프고 입과 목이 메말라 자꾸 숨이 걸리고 혀가 딱딱하게 느껴진다,

두 다리엔 감각이 없었다,

 

힘이 빠져서 달리고 있는지 걷고 있는지, 그냥 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메말라 붙어 혓바닥도 장작 토막처럼 뻣뻣하다,

 

입 안을 마실물로 축여야 할 텐데 그렇다고 길옆의 도랑에 앉아 허리를 구부리면 다시는

못 일어날 것 같아서 그렇게 할 수가 없다.

 

~ 무섭다...

이렇게 달리다 여기서 쓸어지면 다시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그냥 죽을 것 같아 무섭다.

~ 목말라 목말라...

하고 지껄여 보지만 말도 안 나오고 입속엔 맛없는 모래가 가득 들어 있는 것 같았고

뻣뻣한 혓바닥도 메마른 입속에서 움직이질 않는다.

 

얼마를 갔을까?

길옆에 검은 그림자들이 한 줄로 서서 나를 오라고 손짓을 한다.

 

바람이 살짝 불어오니까 그들은 팔도 흔들고 몸도 흔들며 나를 어서 오라고 하는 것 같았다.

도저히 더 이상 못 가고 쓸어질 것 같았다.

 

어느 틈엔가 나는 그들이 유혹하며 손짓 하는 곳으로 나도 모르게 한발 한발 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냥 체념하고 가까이 가서 천천히 그것들을 보았다.

 

그 들은 아이들 키보다는 조금 더 큰 옥수수가 나란히 서서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옥수수였다.

옥수수라는 것을 안순 간 얼른 대 한줄기를 꺾어 입으로 가져가 한 입 물고 어그적 어그적

씹어 대었다.

입안에 옥수숫대의 단물이 퍼진다. 참, 달고 맛있고 시원했다.

(옥수수를 베면서 그때 선친께서 피난길에 타는 목을 축이던 그 길가의 옥수수대공이 생각 난다)

 

한참을 서서 한줄기를 다 씹어 삼키고 한줄기를 더 꺾어 손에 들고 연거푸 씹어 먹으며

여명이 터오는 동쪽을 향하여 계속 뛰었다.

아니 사실 뛸힘은 벌써 없어졌기에 뛸 수가 없었다,

 

그냥 천천히 걸어서 가는 것도 다행이었다.

어제 아침에 주먹밥 하나 먹고 거의 하루를 물 한 모금도 제대로 못 마시고 지옥을 넘나들며

전력으로 뛰며 버텨 왔으니 내 몸 어느 곳에 뛸 힘이 남아 있겠는가?

 

얼마나 왔을까?

여기가 어딜까 하며 계속 가는 중에 앞에 천천히 가고 있는 한 무리의 피난 행렬이 보인다.

...

 

(이상 옥수수를 베어 내며 육즙이 촉촉한 옥수숫대를 보고 노당의 저서에서 발췌 한 내용입니다)

 

맨위로

http://blog.daum.net/bmkmotor/4137552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