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앉지 않는 자리에

 

 



언제 부턴가 빈자리가 보였다. 어는 날 자리가 비었길래 멋모르고 앉았다. 핀잔을 들었다. 거기에는 앉는 자리가 아니라고. 임산부 배려석이었다. 빨간 글씨로 쓰여 있다.

 

오늘도 빈자리를 보았다. 몸은 피곤하지만 앉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들 앉지 않는다. 앉으면 큰 일 나는 것처럼 생각하는 듯하다. 사람들로 붐비지만 아무도 앉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무도 앉지 않는 임산부배려석에는 빨간 글씨로 내일을 준비하는 핑크카펫이라 쓰여 있다. 출산율이 1이하로 곤두박질 치고 있는 최악의 상황에서 전륜성왕을 잉태한 것처럼 배려 하는 듯이 보인다.

 

어느 젊은 여인이 자리에 앉았다. 임산부 같지 않다. 한번 흘끔 쳐다보더니 주저 없이 앉는다. 임산부배려석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혼잡한 지하철 안에 자리가 모두 채워졌다.

 

젊은 여인이 일어섰다. 다시 빈자리가 되었다. 토요일 오후지만 전철안은 이미 만원이 되었다. 이번에는 초로의 여인이 앉았다. 계면쩍었는지 친구에게 만들면 될 것 아냐?”라고 말한다.

 

 

2019-09-20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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