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나그네에게 해는 지는데

 



 

건강의 교만이 있다. 컨디션이 좋으면 남용하게 되어 있다. 술에 절어 사는 사람은 술을 찾는다. 술로 인하여 죽을 정도로 고통 받지만 건강이 회복하면 또다시 입에 술을 댄다.

 

힘이 넘친 사람이 있다. 가만 있으면 주먹이 근질근질해서 참을 수 없다. 힘을 행사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이다. 힘의 교만이라고 볼 수 있다.

 

교만한 자들의 세상이다. 개구리 올챙이였던 시절을 모른다. 먹고 살만하니까 바람피운다는 말이 있듯이, 형편이 좋으니까 즐기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결과는 항상 괴로움으로 귀결된다.

 

건강은 오래 가지 않는다. 넘치는 힘도 한계가 있다. 노는데 정신 팔리다 보면 청춘은 차츰 우리를 버린다. 중년도 우리를 버리고 마침내 노년에 이른다. 노년이 되면 힘이 없다.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그저 지난날을 회상하며 숨만 쉬고 있을 뿐이다.

 

조금이라도 나이가 젊을 때, 조금이라도 힘이 있을 때 수행하라고 한다. 남는 것은 수행공덕뿐이다. 세상의 이치를 알면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는 것이다.

 

 

잠 못 이루는 자에게 밤은 길고

피곤한 자에게 길은 멀다.

올바른 가르침을 모르는

어리석은 자에게 윤회는 아득하다.” (Dhp 60)

 

 

즐기는 삶을 사는 자에게 밤은 짧다. 희희낙낙(嬉嬉樂樂)하다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그러나 수행자에게 밤은 길다. 매순간 생멸을 관찰하다 보면 시간은 더디게 간다. 통증을 관찰하는 자는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이다.

 

건강의 교만, 힘의 교만으로 사는 자는 천년만년 살 것처럼 즐기며 살아간다. 그러나 수행자는 갈 길 먼 나그네와 같다. 해가 지기 전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부지런히 목적지까지 가야 한다.

 

인간의 백년은 천상의 하루이다. 하늘사람이 인간을 보면 하루살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천년만년 살 것처럼 시간을 헛되이 보낸다. 부처님 가르침을 모르는 자에게 윤회는 아득하게 전개된다.

 

 

2019-06-08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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