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자동차는?

작성일 작성자 진흙속의연꽃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자동차는?

 

 

팔고중에 애별리고(愛別離苦)’가 있다. 사랑하는 것과의 헤어짐에 따른 괴로움이다. 사랑하는 것은 반드시 사람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물이 될 수도 있다. 애착이 되는 모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어제 자동차를 폐차시켰다. 15년 탄 소형차 리오(Rio)이다. 중고차를 샀기 때문에 17년 된 차이다. 상태가 급속하게 나빠져서 더 이상 탈 수 없게 되었다. 보험 만기일을 하루 앞두고 폐차업체에 연락했다.

 

자동차 내부를 청소했다. 마치 이사 갈 때 집정리 하는 기분이 들었다. 깨끗이 해서 보내고 싶었다. 이곳저곳에서 필요 없는 물건이 한박스 가득 나왔다. 자동차 안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처음 왔을 때도 비어 있었다.

 

자동차 외형은 처음과 차이가 없다. 그러나 15년 사용한 차는 몹시 낡아 있다. 이곳저곳 부식되어서 흉한 모습이다. 주차할 때 비바람과 눈보라에 그대로 노출 된 이유가 큰 것이라고 생각된다. 관리 잘못도 있다. 움푹 들어 간 곳도 있고 긁힌 자국도 많다. 만신창이가 된 모습이다. 마치 사람이 늙고 병들어 죽을 때가 된 것 같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도시에서 십년은 급격하게 변한다.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인하여 스카이라인의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15년 탄 자동차에 대한 추억이 없지 않을 수 없다. 마치 몸의 일부분처럼 늘 함께 했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했다. 가족의 성장사가 담겨 있기도 하다.

 

손 때가 묻은 것은 버리지 않는다. 책이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경전이다. 손때가 묻은 것으로 노트도 빼 놓을 수 없다. 사원시절부터 모은 업무노트가 100권 가까이 된다. 회사 다니면서 개발한 것도 보관 되어 있다. 셋톱박스(Setop-Box)는 시간과 노력의 결정체이기 때문에 애지중지하고 있다. 핸드폰이나 디카도 버리지 않고 모아 두었다. 그 외 손이 별로 가지 않은 것은 버린다. 그렇다고 자동차를 보관할 수 없다. 수명이 다 된 자동차는 보내 주어야 한다. 폐차업체 사장에게 자동차 키와 등록증을 넘겨 주었다. 사장은 렉커차 위에 싣고 떠났다. 15년 추억이 떠 난 것 같다.

 

가는 사람도 있으면 오는 사람도 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번에는 모닝(Morning)을 샀다. 역시 중고차이다. 이제까지 한번도 새 차를 산적이 없다. 그것도 소형차 이하이다. 이제까지 한번도 중형차 이상을 산 적이 없다. 이번에는 소형차보다 더 작은 경차(輕車)이다. 1000cc에서 2cc 부족한 998cc 초소형차이다. 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 차의 사이즈도 작아지고 있다.

 




폐차 업체 사장에게 물어 보았다. 경차를 타는 것에 대해 말한 것이다. 놀랍게도 경차가 최고라고 말했다. 사장에 따르면 가장 좋은 차가 모닝이고, 그 다음이 아반떼 이고, 그 다음이 쏘나타, 그랜저, 제네시스 순이라고 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적 이유를 들 수 있다. 연비가 좋고 통행료가 반값이고 세금이 적고 주차하기에 편하다. 안전이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방어운전 하면 된다. 작기 때문에 피해가면 된다.

 

한국은 도로가 잘 발달되어 있다. 전국 어디를 가나 잘 포장되어 있다. 심지어 깊은 산중에 있는 가파른 절에도 도로가 잘 닦여 있다. 그럼에도 시내를 달리는 차를 보면 알브이(RV)차가 반 가량 되는 것 같다. 시골 흙길이나 오프로드(Off Road)를 달릴 일이 거의 없음에도 마치 장갑차처럼 큰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은 모순이자 낭비라 아니할 수 없다.

 




한때 고급차 타고 다닌 사람을 부럽게 생각했었다. 회장급이나 타고 다니는 커다란 차를 탄 사람을 보았을 때 그동안 나는 뭐 하고 있었나?”라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 체면이나 가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용적으로 사는 것이다. 경차면 어떤가? 나만 좋으면 되는 것이다. 폐차업체 사장말마따나 이 세상에서 최고로 좋은 차가 모닝아닐까?

 

 

2019-09-11

담마다사 이병욱

 




맨위로
통합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