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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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속의연꽃

시간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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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

 

 

내일 회의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품질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럴 때는 두 말없이 들어 주어야 한다. 고객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 가는 것이다.

 

품질문제가 발생했을 때 갑갑하다. 문제가 생겼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해결해야 한다. 대개 손실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만들어 주거나 돈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다.

 

 

독일이 통일되기 1년전의 일이다. 아마 91년이었던 것 같다. 그때 독일 남부에 있는 로젠하임이라는 작은 도시에 있었다. 품질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입사하여 5년만에 밥값을 했다. 그동안 월급 받아먹기가 미안 했는데 방황하다 최초로 개발한 모델이 수출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터졌다. 처음 생산된 제품에서 품질사고가 난 것이다. 디코더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성 셋톱박스에 연결하여 암호화된 채널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디코더가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처음 팩스를 받았을 때 먹먹 했다. 실험실 조건과 필드조건이 달랐기 때문이다. 조건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개발했기 때문에 품질사고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럼에도 이런 일이 있으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어느 날 팩스 한장으로 발칵 뒤집힌 것이다. 방법은 현지에 개발자를 파견하여 문제를 필드에서 해결하는 것 외 달리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생애 최초로 유럽에 가게 되었다.

 

비행기 속에서나 현지에서나 머리 속에는 온통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에 대한 것이었다. 처음 가 본 독일의 아름다운 풍광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호텔에서 잠을 자다가 심야에 깨어 회로도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다음날 로젠하임 부근 작은 마을에 있는 AS센터에 도착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나이 든 엔지니어가 있었다. 거의 60 가까이 되는 것 같았다. 슬로베니아 출신이라고 했다. 독일어와 영어가 능통했다. 러시아어도 할 줄 안다고 했다. 엔지니어에게 잘 보일 필요가 있었다. 김포공항 면세점에서 산 선물을 주었다. 한국 전통품에 대한 것이다. 이렇게 한 것은 사전에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관계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는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슬로베니아출신 엔지니어와 함께 실험실에서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그래 보았자 콘덴서를 떼었다 붙였다 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디코더로 가는 신호선을 끊고 전해콘덴서를 연결해 보았다. 놀랍게도 화면이 나오는 것이었다!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신호선에 DC를 차단한 것이 주효한 것이다. 콘덴서가 커플링 역할을 하여 제로 볼트가 되었을 때 디코더가 작동된 것이다. 이런 사실을 본사에 알렸다. 이후 생산품 부터는 콘덴서를 부착하여 생산하게 되었다.

 

문제가 생기면 어떤 식으로든지 해결해야 한다. 최후의 방법은 돈으로 때우는 것이다. 다시 만들어 주거나 배상하는 것이다. 최악의 방법이다. 어쨋든 품질문제가 생기면 마음이 다급해지고 안절부절하게 된다.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람이 하는 일은 사람이 풀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런 문제는 문제도 아니다. 시간 지나면 해결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간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는 것이다. 생노병사 등 여덟 가지 괴로움에 대한 것이다. 특히 사랑하지 않는 것과의 만남에 대한 것이다.

 

품질문제는 조만간 해결될 것이다.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 쓰라리긴 하지만 시간 지나면 잊혀 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해결 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불교에서 답을 찾고자 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의 일이다. 일인사업자로서 삶을 살면서 가능하게 된 것이다.

 

불교에 해법이 있다. 실천만 하면 된다. 지금 당면한 품질사고는 문제도 아니다. 시간 지나면 깨끗이 잊혀 질 것이다. 시간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해야 진짜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오늘도 의무적 글쓰기를 하는 이유이다.

 

 

2020-05-20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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