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런 날이 올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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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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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런 날이 올 줄

 

 

내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오늘 점심 먹고 나서 문구점 한일상사에 가서 책 두 권을 찾았다. 두 권 책값이 57,400원이다. 한권에 553페이지이니 한페이지당 51원인 셈이다.

 

 

문구점에 인쇄와 제본을 의뢰했다. 블로그에 실려 있는 2009년 상반기에 대한 글을 모은 것이다. 모두 91개의 글이다. 이틀에 한번 꼴로 쓴 것이다.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파일화 작업을 해야 한다. 블로그에 들어가서 해당 글을 긁은 다음에 오른쪽 마우스버튼을 허용하여 붙이기 하는 것이다. 이때 콘트롤씨와 콘트롤브이 기법을 활용한다. 설계하다 보면 빈번하게 사용하는 방식이다.

 

블로그는 열어 놓았다. 누구든지 퍼갈 수 있도록 해 놓은 것이다. 이는 다름 아닌 오른쪽 마우스버튼를 허용한 것이다. 누구든지 긁어 갈 수 있다. 그래서 다 가져 가십시오. 당신 것입니다.”라고 말 할 수 있다.

 

두 권의 책은 삶의 결실이다. 마치 농부가 농산물을 수확한 것과 같다. 애써 지은 농산물을 거두어 들였을 때 수확의 기쁨이 일어날 것이다. 무게가 나가는 두 권의 책을 가졌을 때 뿌듯했다. 이때 생각 나는 말이 내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라는 말이다.

 

디가니까야를 보면 수행자의 삶의 결실에 대한 경(sāmaññaphalasutta)’(D2)이 있다. 수행자의 삶의 결실은 무엇일까? 당연히 도(msgga)와 과(phala)를 이루는 것이다. 도를 닦아서 과를 이루는 것이다. 마치 꽃이 피면 열매를 맺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블로거의 삶의 결실은 무엇일까?

 

궁극적 경지를 맛보아서 도와 과를 이루었을 때 수행자의 삶의 결실이라고 한다. 블로거에게 있어서 삶의 결실은 아마도 조회수와 관련 있을 것이다. 많이 보아주면 그만큼 영향력을 발휘한다. 인터넷시대에 자신의 글이 여기 저기에 깔려 있으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누군가 보게 될 것이다. 공감하면 영향을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블로그 누적조회수는 720만명에 달한다. 블로그 개설 15년만이다. 요즘 유튜브시대라고 하지만 블로그에는 매일 1,500명에서 2,000명 가량 찾는다. 2005년 처음 블로그 개설이래 2006년 이후 거의 매일 쓰다시피 하고 있다. 그동안 쓴 것은 5,300여개 된다.

 

인터넷의 바다에는 수많은 글이 깔려 있다. 십년전의 글도 검색이 된다. 오류는 없을까? 오류가 없지 않을 수 없다. 오자나 탈자 등이 종종 발견되고 맞춤법 틀린 것은 많다. 그러나 결정적인 오류는 없다고 본다. 경전을 근거로 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11년전인 2009년 상반기에 쓴 글을 한데 모아 책으로 만들었다. 이것으로 14번째 책이 된다. 블로그로서 삶의 결실이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책으로 내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문구점에 인쇄하고 제본하여 만든 것일지라도 책은 책이다.

 

 

책으로서 형태를 갖추기 위하여 서론을 썼다. 이것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썼다. 2009년 상반기때 있었던 것 몇 가지를 소개하여 현재 시점에서 쓴 것이다. 그러나 무어니 해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은 목차이다.

 

목차를 만들었다. 사실 책의 목차 만드는데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린다. 일일이 넘버링을 하고 글의 제목을 축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차만 보아도 글의 성격을 알 수 있게 해 놓았다. 2009년 상반기 삶의 결실에 대한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쇼와 오락 일색의 보신각 타종현장

2. 보신각타종식과 촛불집회

3. 조선일보가 MBC, 중앙일보가 KBS2 접수한다면

4. 월급쟁이로 살기자영업자로 살기

5. 제로베이스의 미국불교

6. 이스라엘의 하마스 학살

7. 불자로서 가장 자부심을 느낄 때

8. 니코틴과 사행성 게임 중독

9. 미네르바와 필업(筆業)

10. 진흙속의연꽃을 알고 있는 사람은

11. 팔리어와 산스크리트 음악

12. 단순미의 극치 국립중앙박물관

13. 조영남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시대

14. 블로그 키워드 검색 통제

15. 조영남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시대

16. SUV차량을 보면 한숨이 절로

17. 중년에 마음공부 하는 이유는

18. 용산철거민 사망자 라디오 뉴스속보

19. 독선적인 진리와 무유정법(無有定法)

20. 동네마다 수행센터를 하나씩

21. 블로그와 조회수

22. 화재불인(火災不仁)

24. 동안거기간에 보는 위의(威儀)없는 탁발스님

25. 살인의 추억을 간직한 범죄자

26. 거짓말하는 사람의 신체적 특징

27. 덕수궁 석조전에서 발견한 특이한 문양

28. 범죄와 죄의식

29. 싸이코패스,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

30. 남해안 외딴 섬에서 본 부처님 진신사리탑

31. 부디스트크리스찬 부디스트가톨릭

32. 창조론 vs 연기법(緣起法)

33. 개신교인 천만명시대

34. 너무 많이 무너진 노숙자

35. 열반(니르바나)과 해탈(모크샤)

36. 21세기 불교의 희망은

30. 노숙자와 식도락가

37. 추기경 선종과 매스컴

38. 12연기와 위빠사나, 보석 같은 인터넷 법문

39. 김수환 신드롬과 기적

40. 담배를 끊는 또 하나의 방법

41. 탁발 스님과 노방 전도사

42. 팔리어 불교음악과 남방불교 열풍

43. 들쥐와 같이 몰래한 미디어법

44. 성질이 급한것도 자랑일까

45. 전여옥과 나경원의 구업(口業)

46. 곰배령사람들, 필요한 만큼 자연에서

47. 몸과 마음으로 생긴 문제는

48. 점보러 갔을 때

49. 여자가 여성으로 태어난 이유는

50. 나이는 숫자에 불과 하다

51. 녹색(綠色), 평화와 긴장의 양면적 이미지

52. 연예인 자살

53. 짜장면 한 그릇에 4000

54. 알권리와 댓글통제

55. 감각적 욕망의 극복에 대하여

56. 거리엔 벌써 연등이

57. 블로그 사망

58.유명하다고 다 훌륭할까

59. 훼손되는 관악산 그린벨트

60. 정치인 정동영의 외뿔과 숫타니파타

61. 학의천 생태하천, 그 사계절의 변화

62. 동네 야시장과 밤 벗꽃축제

63. 서울대공원 벚꽃축제

64. 식물원 서양란 전시회

65. 키워드 광고와 게릴라 전법

66. 오늘도 귀인(貴人)을 기다리며

67. 어떻게 해야 시주를 많이

68. 연등축제를 국민축제로

69. 연등축제와 관제축제의 차이는

70. 나라마다 다른 부처님오신날

71. 강남대로 제등행렬

72. 색소폰 길거리 연주회를 보며

73. “예수 믿으세요" 하면 “네, 성불 하세요" 라고

74. 디지털 뉴스 아카이브로 본 제등행렬

75. 늘 가슴 속에 간직하던 꽃 불두화

76. 산중의 확성기 독경소리

77. 재가불자에게 최고의 스승은

78. 미륵존불과 바위덩어리

79. 야생화 대칭의 아름다움

80.어떻게 부부인연이 되었을까?

81. 야채 쌈밥집이 고기집 보다 좋아

82. 2의 아나타삔디까는 어디에

83. 노무현대통령 안양역 분향소에서

84. 불일불이(不一不二) 노무현의 생사관

85. 김진홍 목사의 노무현 대통령 서거 폄하발언

86. 안양천 A+ 페스티벌

87. 노무현의 살신성인 투신공양

88. 군포산본 노무현분향소에서

90. 안양 평촌 분향소에서

91. 깨치고 나가 끝내 이기리라

92. 노무현 노제

93. 마일리지 현황으로 본 불교의 위상

94. 장미원의 월드 댄스 퍼레이드

95. 경찰의 가공할 방패내려찍기

96. 방패로 머리를 내려 찍는 그리스도교 정권

97. 잘못 전달된 청법가의 가사

88. 굴러 온 돌의 알박기

89. 중도실용주의와 불교의 중도

90. 필업(筆業)을 짖고 있는 진흙속의연꽃

91. 멍텅구리와 엉터리의 차이는

 

 

 

목차에서 페이지는 매겨 놓지 않았다. 책을 대량으로 찍어 낼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판매할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무실에 한권, 집에 한권 보관할 것이다.

 

책의 형식으로 만든 것은 사무실을 찾는 이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있다. 또 집에 온 사람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나는 이렇게 살았노라.”라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어떻게 보면 자만이라고도 볼 수 있다.

 

책의 제목은 진흙속의연꽃 2009 I’이다. 진흙속의연꽃은 필명이다. 지금은 쓰지 않는다. 재작년 빠알리법명 담마다사를 수계하고 나서부터는 쓰지 않고 있다. 그러나 흔적만은 남았다.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을 쓴 것이다.

 

고미숙선생의 유튜브강연에서 들은 것이 있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 18년 동안 모두 48권의 책을 남겼다고 한다. 그 중에는 유배생활 말년에 지은 목민심서도 있다. 다산은 왜 그렇게 많은 책을 남겼을까? 이에 대하여 다산의 편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다산은 후대 사람들의 기억을 바꾸고자 했다. 다산이 자신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따르면 학문을 하여 책을 내지 않으면 죄를 지은 역적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유배가면 억울한 심정이 되어 술로 보내기 쉽다고 한다. 그런데 다산은 무한정 남는 시간에 글을 썼다는 것이다. 오로지 학문에만 매진한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 다산은 조선후기 대표적인 실학자로 기억되고 있다. 이는 기록을 남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전자공학도 출신의 기록도 역사적 산물이 될 수 있을까? 발칙하고 얼토당토 않은 꿈이다. 그럼에도 그런 꿈을 꾸었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언젠가는 책을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글을 쓸 때는 형식을 갖추고자 했다.

 

글을 쓸 때는 의미있는 글을 쓰고자 했다. 자신에게도 이익이 되고 타인에게도 이익이 되는 글을 쓰고자 한 것이다. 주로 경전을 근거로 하여 썼다. 글을 쓰고 나면 반드시 서명했다. 날자와 이름을 쓴 것이다. 이는 글에 대한 무한책임을 의미한다. 언젠가는 책으로 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2009년도 상반기에 쓴 것이 책으로 나왔다. 블로거로서 삶의 결실이다. 동시에 하나의 직업을 가진 생업종사자로서 삶의 결실이다. 책을 낼 것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기 때문에 글을 묶기만 하면 된다. 내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2020-10-15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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