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을, 시 간 의 흔 적 들 ~

덕유산, 영기靈氣 가득한 능선 길에서

작성일 작성자 북을



덕유산 설천봉에 발을 딛는다.


매년 계절별로 그 안부가 궁금하여 그 품을 찾는 한없이 넉넉한 품새의 산이다.

어느 날 가슴이 답답할 때나 그 삶이 의미없이 건조하게 느껴질 때, 어지러운 세사에 멀미가 날 때면, 먼 길 마다 않고 달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은 설천봉에서 향적봉을 거쳐 중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

이 능선길은 아고산지대에 속한다. 

중봉에 서면 가물가물 끊어질듯 이어지는 산봉우리들의 선형線型고즈넉하게 흐르고 흘러 아득한 그리움으로 굽이친다.

끊어질듯 말듯 아득히 이어지는 그 능선들은 삶의 가장 깊은 맛을 우러내며 그 상처들을 포근히 감싸준다.  


설천봉에 발을 딛으면 맨 먼저 반겨주는 친구가 바로 저 주목朱木이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그 주목이다.


주목은 영목靈木이다.

저 영목을 길러낸 터가 영지靈地이며, 저 영지를 이루는 터가 靈山이다.

고로 이곳 덕유산은 영기靈氣로 가득한 산이다.


인간의 명이 100년을 채우지 못한 채 제자리로 돌아가는데 반하여,
모든 것이 망각의 강물로 사라지는 천년의 세월 앞에, 죽어서도 다시 천년의 그 생을 이어가는 세월이라니.
이슬처럼 사라져갈 인간의 숙명 앞에 저 영목靈木은 아득한 세월의 무상無上과 무상無常을 온 몸으로 말하고 있다.


언제였던가.

용문산 천년 세월의 은행나무에 육신을 조아려 절을 한 적이 있었는데,

언제가 저 무상존無上尊 전에 자리를 펴고 술을 부어 경배의 절을 올려야 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반짝이는 이슬처럼 사라져갈 육신이 영목에 머리를 조아리고 허리를 굽혀 경배를 올린듯 어찌 꿈적이나 하겠나먀는   

하지만 그 누가 알겠는가. 모호한 이 삶을…….

 





덕유산 설천봉(1,520m)의 상제루다.


상제루는 옥황성제관玉皇上帝官이라는 깊은 뜻을 갖고 있다.

사람이 죽으면 반드시 옥황상제 앞에 가서 살아생전 죄의 심판을 받는다는 그 분이 머무르는 곳이다.

인간은 그 누구인들 그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겟는가. 

  

이곳 설천봉과 향적봉은 백두대간의 능선 길목상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으며, 풍수 지리학적으로 여성의 기가 매우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상제루를 지어 그 음기를 눌러 음양의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는 지관의 풍수에 따라,

지난 1997년에 3층 높이의 기와지붕과 한식 우물반자형태의 팔각 목조건물로 건축되었다.

그리하여 오늘날 설천봉의 상징적 건축물이 되었다






설천봉의 품에서 잠든 두 그루의 주목.







저 산마루 꼭지점이 설천봉에서 바라본 향적봉(1,615m)의 모습이다.

덕유산 향적봉은 한라산 백록담, 지리산 천황봉, 설악산 대천봉에 이어 남한 국립공원 중에서 4번째로 높은 산봉우리군에 속한다.

고도가 높은만큼 일기가 수시로 변하는 특징이 있다.






향적봉(1,615m)의 모습.







이윽고 중봉선다.

이곳 중봉에서 남덕유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장장 20여 킬로미터로 장쾌하게 이어진다.

덕유산 중봉은 7월이면 원추리 군락으로 노랑 물결을 이루고, 봄이면 철쭉이 덕유평전을 붉게 물들이며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이번 중봉 길엔 원추리는 제 자리로 돌아가고, 산오이풀이 한창이었다.  



중봉(1,594m) 산정의 모습.







장쾌하게 이어지는 덕유의 능선.

바라만 봐도 세상사 시름이 저 능선길에 숨을 죽이며 묻힌다. 이것이 산의 품이요, 산의 힘이 아닐까 싶다.  






저 넉넉한 덕유평전 위로 운무가 자욱이 밀려온다.






거족나들이로 오신 분들이 중봉에서 향적벙으로 향하고 있다.






중봉에서 향적봉을 바라보니 운무가 자욱하다.






중종 지천에 흐드러진 붉은색의 산오이풀이다.






중봉을 바라보고 있는 두 고사목(주목). 그 생전에 부부가 아니었을까 싶다.






고사목(구상나무)가 한생을 다한 채 육신을 드러낸 모습이다.






고사목(주목)






향적봉 대피소의 모습.






하산길에 들린 향적봉의 모습.





향적봉에서 바라본 중봉의 모습.





좌측 끝단이 향적봉 산정의 모습.





좌축 설천봉의 상제루와 우측 향적봉 산정의 모습.






향적봉과 설천봉 사이에서 바라본 무주구천동 마을.







바람과 구름도 그 넉넉한 품에 한 번쯤 몸을 쉬어가는 곳,덕유산.

향적봉에서 중봉을 돌아서 다시 설천봉에 선다.

 

그곳을 천천히 걷다보면 욕심 없는 풍경들이 마음을 가볍게 하고 삶의 무게를 깃털처럼 가법게 한다.

자연의 순수하고 청량함이란 행려의 객에게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고 그 활력을 준다.

알 수 없는 모호한 인생길에 저 푸른 산을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사면 어떨까.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그게 말처럼 그리 쉬운가 말이다.

아마, 그게 붉은 피를 가진 인간은 흠결과 오류 투성이의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터벅터벅 돌아서는 허름한 산객에게 저 무상한 세월의 영목이 포근한 품으로 배웅을 한다. 북을._



덕유산, 영기 가득한 능선길네서._ 2017.08..12일._북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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