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에 바람이 인다.
서걱거리는 바람결에 붉은 꽃대가 흔들린다.
넓다란 푸른 잎사귀, 피가 끓는 듯한 격렬한 붉은 빛깔이
허름하게 나타난 한 사내의 넋을 뽑나니,
그 사내는 꽃대가 흔들릴 때마다 휘청거리듯 흔들린다.
허공에 가슴 걸어 스스로 불을 지피는 그대여!
피를 끓이며 뜨겁게 몸을 사르는 그대여!
세상 이목 간데없이 뭇 사내의 가슴을 뒤흔드는 그대여!
그대는 뉘신가.
고혹한 장미의 선홍빛 자태가 도발적인 뜨거운 유혹이라면,
양귀비의 붉은 자태는 뜨거운 욕망의 정념일진데,
하늘 향해 붉은 몸 사르며 관능적 도발의 잠행(潛行)을 꿈꾸는,
그대는 뉘신가.
여기 장년의 허름한 사내 하나는
그대 따라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불길에 넋이 뽑혀
꿈 같은 몽환의 나래를 훨훨 펼치나니…….
// 칸나를 보며._ 북을._ 양주 나리공원에서._
▲ 칸나
▲ 칸나
▲ 가우리(바늘꽃)
▲ 가우라(바늘꽃)
▲ 황색코스모스(yellow cosmos)
▲ 황색코스모스(yellow cosmos)
황색 코스모스가 눈부시다.
꽃들의 궁전에 드니 내 마음도 저 꽃밭이 된다.
하오의 햇살이 날개 없는 시간 위로 부채살처럼 펼쳐지는 꽃밭에서
꽃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이마를 맞대고 살가운 이야기를 속살거린다.
세상살이 그 모두가, 눈에 비치는 그 모두가,
속을 긁어대며 생채기를 내는 일일지도 모를진데,
고뇌의 하중을 스스로 견뎌야 하는 그 모두가 고통의 투성일 수 있는데,
가을 햇살이 비스듬이 드러눕는 꽃밭에 물드니
두고온 어지러운 세상, 그 잘난 세상마져 저 꽃밭이
곱게곱게 씻어주며 아름답게 수 놓아 준다.
가슴 우울한 세상도 그 세상살도 모두 꽃이 된다.
꽃밭에서 바람이 인다.
무시로 이는 바람 앞에 세상은 아름다운 물결로 일렁인다.
반백의 사내 하나 꽃들의 궁전 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진다.
// 꽃들의 궁전에서._
양주 나리공원에서._ 북을.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