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을, 시 간 의 흔 적 들 ~

비단으로 수놓은 산, 금수산 큰 바위 앞에서

작성일 작성자 북을


제천 금수산錦繡山으로 길을 나선다.

 

비단으로 수놓은 그곳에서

하늘의 계시를 받은 천년의 세월, 무상의 경지에 든 큰 바위를 만나러 가는 것이다.

그 바위는 사풍 떠도는 난세를 다스리는 신비한 능력을 지녔다 했다.

350여 리 길, 유월의 푸른 차창 너머로 삶의 고뇌 어린 하중을 날리며 한줄기 푸른 바람을 타고 간다.

청풍호 도상에 몸이 흐르자 웅부한 태산준령 사이를 휘돌아 흐르는 푸른 물줄기가 가슴에 청수처럼 젖어 든다.

푸른 물길이 몸을 슬몃 감추자 범상치 않은 품새의 신선봉, 중봉, 미인봉, 망덕봉 등의 듬직듬직한 산세가 호장하게 펼쳐진다.

그 산세를 거느린 푸른 비단 넘실대는 수려한 품새의 금수산 초입에 이르자, 눈부신 사광斜光이 쏟아진다.

쏟아지는 사광을 온 몸으로 받는 황금빛 금계국이 화려한 주단을 깔고 행려의 객을 맞이한다.


지상 최고의 호사로운 환대에 내 가슴은 설레였다.





* 삶의 귀감과 감동을 주는 소나무*


강인한 생명력의 소나무 한 그루를 만난다.


밑동을 가만히 둘러보니 바위를 뚫고 뿌리를 뻗고 있다.

저 척박한 바위에 한평생 홀로 서서 지나가는 지푸라기를 붙들고 흘러내리는 사토를 움켜쥐고

빗물로 목을 축이며 목마른 삶을 버텨내고 있었다.  

저 숙명의 생존 공간에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순명順命함에 감동의 파문이 인다

 

오늘도 한 그루 나무의 강인한 생명력 앞에서 세상살이의 지난함을 잊는다.





*큰 바위(독수리 바위) 모습*


     

     큰 바위 앞에서

 

     금수산錦繡山으로 길을 나선다 

     350 리 길,

     천 년 세월 비단 품에 안겨

     무상무념의 경지에 든

     큰 바위를 만나러 푸른 바람을 타고 간다

  

     가슴에 청수처럼 젖어드는

     청풍호의 푸른 물길 휘돌아

     자모로 피는 황홀한 큰 산 앞에 서니,

     오늘도 가슴 설렌다

   

     깊은 계곡 유장한 뻐꾸기 소리 들으며

     세상을 등진 채

     비탈진 그 품을 개미처럼 오른다

     발아래 풍화된 돌들이 쉼 없이 구른다

     푸른 비로드는 골골이 넘실대고

     등 뒤로 태양은 불덩어리를 퍼붓는다

  

     목이 타서 숨을 돌리자

     저 멀리 꿈처럼 떠가는 청풍호의 유람선이 

     땀으로 범벅된 산 걸음을 흔든다

 

     이윽고 무상무념의 무량無量 세월,

     일순一瞬의 큰 바위 앞에 선다

     바위는 허공을 뚫어 하늘을 물고 있었다

     나는 목구멍에 걸린 가시를 뽑고 고했다 

      

     큰 바위여!

      

     천 년을 일어나라

     천 년을 벽력처럼 일어나서

     도그마의 빗장을 치는 세상을,

     사지 눌러 고환을 볼가내는 경악할 세상을,

     천둥 불칼 빼어 들어

     세상 요절夭折을 내야 하느니,    

 

     큰 바위여!

     천 년을 일어나라

     천 년을 벽력처럼 일어나라.   

 

     하늘 문 두드리듯 나는 가슴을 쳤다

     눈도 귀도 입도 없이

     천 년을 침묵하던 큰 바위는

     치를 떨듯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큰  바위 앞에서._ 북을,_ 





  *선녀탕과 용담폭포*    


저 폭포와 선녀탕에 관한 주나라 욍의 전설이 전해져 온다.

옛날 주나라 왕이 세수를 하다가 대야에 비친 폭포를 보고 신하들에게 동쪽으로 가서 이 폭포를 찾아오라했다.

그 폭포가 이곳 제천의 용담폭포와 선녀탕이 었다고 한다.

주나라 왕의 등장은 억겁으로 깍아내리는 소와 폭포가 보기 드문 절경이란 뜻이 아닐까.


상탕, 중탕, 하탕 중 상탕은 수림에 가려 있다. 





    

                                                      *금수산 만장절애絕崖*





*좌측 쪽두리 바위, 우측 큰 바위(독수리 바위)*






저 멀리 월악산 영봉이 보이고, 그 뒤로 소백산 연화봉이 아스라하다.

겹겹이 솟은 태산준령 사이로 청풍호의 마르지 않는 푸른 물길이 산 그림자의 목을 축이며 유유히 흐른다.





*망덕봉望德峰, 926m*





*금수산 정상으로 이어진 철계단*





*금수산 정상석*


2006년에 3월에 지역의 한 산악회를 이끌고 이곳에서 축관 축시를 보며 산신제山神祭를 모셨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했던가.

산길 곳곳에 철계단과 데크가 설치되어 옛 산 길은 대부분 사라지고 수림이 우거졌다.   





*정상석에서 뒤돌아 본 망덕봉*





*하산길 철계단*





*하산길에서 만난 잎새 하나*






온 몸이 땀에 절은 채 나른한 발걸음로 보문정사 길목의 날머리에 도착한다.

그 시각이 오후 4시를 지나고 있었다. 무려 6시간 이상 산의 품에 안겼다.

 

그곳 상천리 주차장으로 터벅터벅 걷는데 두향이란 고담한 이름의 하산 주막집이 눈에 들었다.

두향은 조선시대 거문고와 시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던 단양의 관기였는데, 그 여인이 떠올랐다.

마당 안을 조심스럽게 보니 중년 여인이 대청마루에서 무엇을 다듬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보니 들녘과 냇가에는 풀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제철 따라 싹을 틔워 그 꽃을 피우고, 그윽한 향기를 피우다가 씨방을 맺고, 늦가을이면 하얀 서리를 이고 스러질 풀꽃들이다.

모든 것은 잠시 왔다가, 인연이 다하면 그렇게 표연히 사라져 갈 뿐이 아니던가.

 

언젠가 나도 이런 곳에 터를 잡고, 저 들꽃의 일생처럼 소리 없이 살고 픈 생각이 꿈처럼 든다.

그 꿈을 안고, 비스듬이 기우는 햇살을 받으며 발길을 돌린다.



제천 금수산 산길에서._2019.06월._ 북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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