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가 익어 갈 때

 

  구름 한 덩이 흘러가는

  산문 초입에 앉아

  노오랗게 익어가는 살구를 보니

  저녁별 지듯 

  먼 길 떠난 형이 떠오른다

  

  별이 살고

  달이 살고

  은하가 흐르는 곳으로 떠난

  형에 대한 슬픔과 아픔과 그리움이

  산바람처럼 불어와 내 가슴을 데운다

 

  40여 년 전,

  아름다운 가을이 시들고

  문 밖에 어둠이 스러질 때

  지병 깊은 형도 말없이 떠났다

    

  나보다 다섯 살 위인 형은 ()띠 였으며 

  어린시절마을 어르신들이 이르시길  

  머리 좋고손재주가 남 다르다 했다

  나는 그런 형의 세계엔 늘 미치지 못했다

 

  이맘 때면 형은 새총을 만들었다

  대칭이 정확한 새총가지는 늘 윤기가 흘러서

  어린 나를 탄복하게 했다

  조종술과 사격술도 능해서

  허공을 겨냥하면 살구는 우박처럼 쏟아졌다

  코 흘리며 발발거리던 나는

  담장 넘어 정독대 밑을 뒤져

  두 주머니 가득 채우며

  형의 그늘 아래서 기쁨과 희열을 노래했다

 

  산자락의 이름 없는 풀들도

  꽃을 피우며 그 향기를 품건만,

  한없는 절망의 바람꽃을 헤치던 형은 말없이 떠났다     

 

  구름 한 덩이 흘러가는

  산문 초입에 앉아

  노오랗게 익어가는 살구를 보니

  저녁별 지듯

  먼 길 떠난 형이 떠오른다

 

  별이 살고

  달이 살고

  은하가 흐르는 곳으로 떠난

  형에 대한 슬픔과 아픔과 그리움이

  산바람처럼 불어와 내 가슴을 데운다

 

 

  제천 미인봉, 학봉 산행길에서._ 2019. 06._ 북을._ 







 




  제천 미인봉, 학봉 산행길에서._ 2019. 06._ 북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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