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네 식구들이 식탁에 죽 둘러앉아 아침밥을 먹고있다.

큰아들과 며느리, 두 손녀딸이 오손도손 모여앉아 아침밥을 먹고있다.

식구(食口)란 밥을 같이 먹는 사람, 즉 가족(家族)을 일음이다.

 

어젯밤 열시가 넘어서 아홉살 초등학교2학년짜리, 막둥이손녀딸이 배고프다며 부치게 구어달라는 걸,

집사람은 피곤해서 구어주지 못했단다.

아이들은 밥을 먹는데, 집사람은 부치게 굽느라고 여념이 없다.

며느리가 손님이 된지는 이미 오래다.

그것은 늬집 내집이고 마찬가지다. 시대의 흐름이다.

가치도 문화도 그렇게 시대따라 흐른다.


아침밥 먹고 아이들은 대구를 거쳐 저네들이 사는 경기도 의왕으로 올라간다며

집을 나섰다.

아이들이, 두손녀딸이 빠져나간 집은 쥐죽은 듯 조용하다.

썰물 빠져나간 갯펄처럼 고요하기만 하다.

아니다.

썰물이 빠져나간 갯펄은 고요한 것 같지만 그게 아니다.

생명들의 숨소리가 들리는 갯펄은 절대로 고요하지가 않다.

구멈에 숨어있던 게가 기어나오고, 파도소리 대신, 바람소리 들리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빠져나간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귀기우리면,

"할아버지!" 하고 부르는 큰손녀딸 어리광소리 들려오고,

"할머니이, 부치게 구어져요." 라고 소근대는 막둥이 손녀딸 달콤한 소리,

들려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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