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건/문경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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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산다는 건/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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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7개월 동안 근무했던 아파트경비원 생활을 작년말에 그만두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빈둥빈둥 놀고 지냈다.

적당한 일자리가 없어서였다. 지난 9월, 시니어클럽을 찾아가서 일자리를 알아보았으나 당장은 없으니 기다리라고 했다.

근데 어제 연락이 왔다.

빈자리가 생겼다고.

내일 오전 땜방일이 생겼다고.

12월엔 본방이라고.

 

실버일자리란 다 그런 것이다.

횡단보도에 깃대 흔들며 교통정리 하는 일이거나 아님, 집게와 쌀 포대 들고 강변둑길이나 공원을 왔다 갔다 하며 떨어진 담배꽁초나 휴지 같은 쓰레기를 줍는 일이다.

 

집게와 쌀 포대를 자건거에 싣고 가흥교로 달려갔다.

둑방 아래 자전거를 세워놓고 오른손엔 집게를 거머쥐고 왼손엔 쌀 포대를 들고 담당구역이라는 가흥교에서 삼판서고택으로 치달았다.

삼판서고택까지 다가가 둑방계단을 타고 올라와 둑방길 따라 내려갔다.

쓰레기는 곳곳에 있었다.

담배꽁초가 가장 많았고 휴지와 우유펙도 꽤나 많았다.

제방을 오르내리자니 미끄러워 넘어질 것만 같았다. 담엔 맞춤한 등산화 신고 와야겠다.

아침이라 추웠다. 평상복을 입고 나온 게 잘못이었다.

뜨끈한 안방 아랫목이 생각났다.

오돌돌 떨며 일한 고귀하고 아름다운 대가, 일당 27,000 원을 벌어왔다.

 

 



산다는 건

        /문경아제

 

얼굴 맞대면

쌈하자고 덤벼드는

집사람 눈총 피하는 일이다

 

시 한줄 건지려고

짝다리 짚고 강가에 서있는

하얀 백로

하염없이 바라보며

그 옛날

울 어머니

무명저고리

떠올리는 일이다

 

일당, 2만 7천 원

벌려고

세 시간 동안

오돌돌 떨며

쓰레기 줏는 일이다

 

심장이 약한

아내가

한밤에

후유!

가쁜숨을 몰아쉬면

하느님,

아내의 고통을 내게 주소서!

기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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