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집사람과 함께 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식당 '닭짱'에 점심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영주교회 뒤편에 있는 다산유통 앞을 지나 마당넓은 집을 돌아갈즈음이었다.

마당넓은 집 뜰앞엔 따사한 햇살이 숨을 죽이는 정오 무렵이었다.

등과 가슴은 까맣고 배는 하얀 고양이 한마리가 조선천지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드러누워 볕바라길 하고 있었다.

그냥 못본척 지나쳤으면 좋을 것을 집사람이, "저 고양이 팔자 한 번 좋네, 그야말로 상팔자네"라며 비아냥댔다.

그 소릴 듣자말자 고양이가 "야옹!"하고 응수를 해왔다.

남이야 볕바라길 하건말건 팔자가 좋든말든, 쓸데없이 참견말고 가는 길이나 가라는 뜻이었다.

내가 말했다.

"괜한소리 해서 본전도 못 찾았잖아."

집사람이 대답했다.

"그러게요."

 

구년 전 11월 늦가을이었다.

밤아홉시쯤이었다.

희뿌연 하늘에선 "투둑투둑!"

싸락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아파트경비원은 겨울철 눈이라도 띠깄다하면 보온덮게를 아파트 현관에 깐다 염화칼슘을 준비한다 하며 부산을 떨어댄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기 때문이다.

'띳기다'는 '눈이나 빗방울이 떨어지다'의 경상도사투리다.

그렇게 깔아놓은 보온덮게에 난데없이 고양이와 개 한마리가 찾아들었다. 늦게 온 개가 보온덮게에 앉으려하자 미리온 고양이가 텃세를 하기 시작했다.

개를 빤히올려다보며 "야옹!"하고 표독스럽게 앙알거렸다. 두녀석 모두 나그네인것은 마친가진데, 고양이는 조금 먼저왔다고 텃세를 해대고있었다.

누르스럼한 얼띠게 생겨먹은 개가 일어서더니 고양이를 상대하지 않으려는 둣 어딘가로 어슬릉 어슬릉 가버렸다.

고양이가 미웠다.

빗자루를 꼬나잡고 던져버렸다.

고양이가 맞을리가 없었다.

"야옹!"

울어대더니만 개처럼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싸락눈은 멎지않고 거세게 내려댔다.

퇴근은 이미 물건너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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