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봉 류지원(曉峰 柳志遠 1934 ~ ) 충북 청원에서 출생하셨다. 부친 순걸(舜杰 1901~1978)께서는 서예를 잘 쓰셨으며, 조부 봉양 인호(鳳陽 寅鎬 1862~1933 )께서는 문행(文行)이 높아 지으신 글이 수없이 많고, 특히 동사(東史) 이십 권을 편수(編修)하셨고 유고(遺稿) 두 권이 있다.

 

 

  계보(系譜)로는 15寸 이고, 혈족(血族)으로는 9寸 인 삼종숙부(三從叔父)께서는 일찍이 독학으로 전매청(담배인삼공사)에 입사하여 30여 년간 몸담고 총무과장을 끝으로 정년 퇴임하시면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으셨다.

퇴임 후 문화류씨 대종회 사무총장 및 이사를 역임하시며 활발한 사회 활동과 시. 서(詩. 書)를 즐기시니, 서예대전(書藝大展)에 여러 번 입상하시고 자작시를 수 편 지으셨다.

 

  성품이 강직하셔서 위로는 사랑을 받으시고 아래로는 존경을 받으시니 복록(福祿)이라 할 수 있다.

근자(近者)에는 연세 많으시니 건강과 총기(聰氣)가 예전만 못하시니 심히 안타까워 자작 시문(詩文) 몇 편을 정리한다. 

 

 2014. 1. 18 

 族姪, 成鉉.

 

 

월[歲 月]                                                                       

 

 눈보라의  한파가  지나간

 겨울의  긑  자락에는

 어린  새  싹이   지구를  머리에 이고

 힘차게  오라오는 生命의  誕生

 

 긴  방학을  끝내고  聖典에  모인

 늙은  학생  들은

 감사의  기도를  하겠지

 

 덧  없는   세 월

 지나간  날은  후회가  많고

 오늘의  삶에  지친  모습은

 바람에  구름가듯  가네

 

 불확실한  未來에 

 苦惱의  꿈은

 허공  속에  맴돌다가

 긴  겨울  밤을  하얗게  새우다

 

 지는  해  잡을수  없는  八旬의   黃昏

 望九의  열차는

 먼  九十을  향해  달리고있다  

                         

 

 

그곳에 가고싶다 

 

그곳에 가고 싶다

숨이 찬 목소리로 멀리 산을 울리며

고개를 넘는 완행열차를 타고

검붉은 산머루를 따는

손이 거칠은 여인이 기다리는 곳

 

그곳에 가고 싶다

눈빛 착한 큰 눈을 가진

외로움을 아는 여인을 만나고 싶다

하얀 달빛을 밟으며

우수에 잠긴 여인이 기다리는 곳

 

그곳에 가고 싶다

부끄러워 발그래 귓불 붉히는

여인의 숨소리와 냄새를 맡으며

올 가을엔 속삭이고 싶다

단풍잎 지는 가을이 가기 전에

 

 

그해 겨울

 

교실 문을 찬바람이 세차게 때린다

통나무 난로에 나무는

제 몸 태우기 싫어 연기를 내뿜고

난로는 피우나 마나

애들은 추워서 웅크리고 있다

 

부채질을 하여 바람을 낸다

연기는 새깜한 독이 돠였다

독을 마시고 눈물을 짜며

더 세게 부채질을 한다

나무는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벌겋게 불이 돠여 화신火神으로 살아 났다

 

난로 위에 탑을 쌓은 도시락은

점심시간을 기다린다

반찬은 김치 고추장

밥은 노릇노릇 익어 갔지만

좀처럼 하교시 종은 울리지 안했다

 

 

빨 래 터

 

힘겨운 삶의 불만인가

시어미의 귀찮은 잔소리를 들었나

세차게 방망이로 빨래를 두드린다

빨래는 맑은 물을 흐리고 있다

 

즐거운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다

깔깔대고 웃는다

무엇이 그리 재미가 있는지

아낙네들 수다를 떨고 있다

 

맑은 물이 끊이지 않고 흐르는

긴 세월 속엣말 풀어 놓든 빨래터

오늘도 웃음과 푸념의 소리가

바람 따라 퍼져 나가고 있다

 

 

비 구 니

 

단풍잎 드문드문 물 드린

숲속의 하늘 아래 산사

물소리 새소리 찾아

구름 따라 입산 하였나

 

애지중지 고운머리 삭발하여

남자도 여자도 아닌 비구니 되였네

가사장삼 갈아입은 모습 고귀하네

다시 보지못할 어머니의 눈물을

잊을 수 없었나 얼마나 울었을까

 

속세의 번뇌와 시련을 벗어나고자

부천님전 염불삼매 하네

예불의 새벽종소리

산울림으로 멀리 퍼져 나가고

산사의 아침은 시작된다

 

불심 고행으로 얻은 깨달음

자비심으로 억겁에 쌓인

중생의 소원 빌었으면......

 

 

 

옛 길  

 

구불구불 험한 고개

터널 생겨 상전벽해 되고

울퉁불퉁 자갈길

아스팔트 길로 바뀌고

쌩 썡 달리는 자동차에

마을 발전 돠였네

 

고갯마루 쉼터에는

지난 나그네의 고된

한숨 소리 들리는 듯

덧없는 세월 지켜본

느티나무는 말이 없다

 

다시 밟아 보는 옛 길

지난날의 추억이 솔솔 살아나고

옛 친구 늙어 다 고인 되고

낯 설은 사람들 뿐

들에는 가을 거지에 바쁜 농부

파란 하늘엔 흰 구름 가고

철새 떼 남쪽으로 이사를 가네

 

 

 

 

주 막(酒幕)

 

동녘 하늘은 어둠을 삼키고

새볔을 맞이한다

 

5일장 가는 장사치

해장술에 장국밥 말아 먹고

밤을 하얗게 새운 노름꾼

무엇인가 투덜댄다

해장국에 술 한 잔 걸치고

 

늙은 주전자에 우윳빛 막걸리

노가리 구어놓고 노닥거리는 술꾼

술 한대접 마시고

손바닥으로 입을 쓰윽 훔친다

 

술취한 주정뱅이

주모의 치맛자락을 그리워했나

주모는 소 닭보듯 한다

한바탕 걸은 입을 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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