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광야 길손들에게 요긴한 비상식량 역할

여인들에게 붙이는 이름으로도 자주 쓰여
성경에도 다윗의 딸 등 세 명 타마르 등장
1960년경 마사다서 예수님 시대 씨앗 발견

 

 ▲ 종려나무에 달린 열매들. 성경에는 야자나무로도 나오며 열매는 대추야자라고 부른다. ‘타마르’는 히브리어다.
(출처 위키미디어)


이스라엘은 영토 절반이 광야다. 유다 광야와 네겝 광야 모두 메마른 관목이나 자랄 만큼 척박하지만, 종려나무는 의외로 자주 보인다. 건조한 기후와 뜨거운 태양에도 잘 견디는 내구력 덕분인데, 사백 년 가량을 사는 나무다. 성경에는 ‘야자나무’로도 나오며, 열매는 ‘대추야자’라고 부른다. 히브리어로는 ‘타마르’다. 야자열매지만 대추처럼 작고 맛도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만 대추보다 달고 연해서 예부터 대추야자의 당분을 농축시켜 만든 것을 꿀이라 했다(지금도 이스라엘에 가면 맛볼 수 있다).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 요한이 먹었다는 꿀(마르 1,6)도 대추야자 꿀이었을 것이다. 고대 라삐들은 가나안의 일곱 특산물에 속하는 꿀(신명 8,8)을 대추야자 꿀로 보았다.

종려나무는 특히 오아시스 주변으로 밀집해 자라므로, 유다 광야 오아시스인 예리코는 성경에 ‘야자나무 성읍’(신명 34,3)으로 나온다.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갓 탈출했을 때는, 샘이 열둘 있고 야자나무가 일흔 그루 자라는 엘림에 천막을 쳤다고 한다(탈출 15,27). 열두 샘은 이스라엘 열두 지파와 연결돼 상징적이고, 야자나무 일흔 그루는 모세가 백성의 지도자로 세운 원로 일흔 명(민수 11,16-17)과 수가 같다. 야자나무에 송이송이 열리는 타마르는 길손들에게 요긴한 식량이 되어 주었다. 긴 여행에 지친 이들에게 영양분을 빨리 공급해주고, 말리면 휴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말린 타마르는 쫄깃하고 달콤해서 식감이 꼭 곶감 같다. 생긴 것도 통통하고 탐스러워, 타마르는 예부터 여인들에게 자주 붙이던 이름이었다.

성경에는 타마르가 셋 나온다. 첫째는 유다의 며느리로서(창세 38장), 유다와 타마르 사이에서 태어난 페레츠가 다윗의 계보를 잇는다(룻 4,18-22 참조). 본디 타마르는 가나안 여인으로 유다의 맏아들과 혼인했다. 그가 자식 없이 죽자, 타마르는 수숙혼에 따라 둘째 아들과 재혼한다. 그러나 그는 제 자식이 형의 후손이 될까 봐 자식을 갖지 않고 죽었다. 그 뒤 타마르는 막내에게 주어져야 했으나, 유다는 그마저 죽을까 염려해 타마르를 친정으로 돌려보냈다. 그러자 졸지에 가족의 울타리를 잃게 된 타마르는 궁여지책으로, 창녀로 가장하고 시부와 동침해 자식을 얻는다.

물론 성경적으로는 옳지 않은 행동이지만(레위 18,15 참조), 히타이트 법전에는(기원전 14-13세기) 아들들이 모두 죽은 경우 시부가 며느리를 거두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그렇다면 타마르는 가나안 여인으로서 가족을 되찾을 방법을 모색한 셈이다. 더불어, 대가 끊길 위기에 처한 유다도 미래 왕실의 계보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 타마르는 다윗의 딸이다. 수려한 인물로 명성 높았던 압살롬의 친누이였다. 이 타마르도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였던 것 같다. 그러나 배다른 오빠 암논이 타마르를 강제로 범하고 버리자, 압살롬이 그를 죽여 복수한다(2사무 13장). 먼 지방으로 도망간 압살롬은 아버지의 용서를 받고 다시 돌아오지만, 끝끝내 반역의 길을 걸어 비극적인 종말을 맞았다(2사무 18장). 압살롬이 자기 딸에게도 타마르라는 이름을 붙인 걸로 보아(2사무 14,27) 누이를 얼마나 아꼈는지 짐작하게 한다. 압살롬의 딸은 성경에 나오는 마지막 타마르다. 그러고 보면, 타마르는 모두 다윗 왕실과 관련이 있었다.

타마르를 맺는 종려나무도 성경에 임금의 상징처럼 나온다. ‘임금이신 하느님’을 기념하는 초막절(즈카 14,16)에 이 나뭇가지가 쓰이고(레위 23,40), 성전에도 야자나무를 새겨(1열왕 6,29) ‘임금이신 하느님’을 기념했다. 그러니 예수님이 예루살렘 입성하실 때 군중이 종려 가지를 흔든 것은 임금으로 오시는 분을 맞이한다는 상징성을 띠었던 것이다(요한 12,13: “이스라엘의 임금님은 복되시어라” 참조).

안타깝게도 옛 종려나무들은 오래전에 멸종해, 지금은 모두 수입종이다. 하지만 1960년 초·중반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는데, ‘마사다’라는 유적지에서 타마르 씨앗을 몇 개 발견한 것이다. 예수님 시대로 판명된 이 씨앗들은 2005년 크투라 키부츠에 심겼고, 기적적으로 싹을 틔웠다. 2010년에는 가지를 열두 개 뻗고, 올해는 삼 미터까지 자랐다. 이 나무는 구백육십구 년을 살아 가장 장수한 ‘므투셀라’(창세 5,27)의 이름으로 불린다. 이천 년의 잠에서 깬 이 므투셀라가 곧 세월 속에 묻힌 옛 타마르를 재생할 예정이라 하니, 흥미롭고도 귀한 희망나무라 하겠다.

 ▲ 말린 종려나무 열매는 쫄깃하고 달콤해서 식감이 곶감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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