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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산간오지 집배원 탐방, 일곱번째 이야기> 바람불이 언덕마을 집배원 김성대

작성일 작성자 우정사업본부

 

 

<강원도 산간오지 집배원 탐방, 일곱 번째 이야기>

  

바람불이 언덕마을 집배원 김성대

 

 

태백지역 480여 가구 산간 오지마을에 우편물을 배달하는 김성대 집배원을 소개한다.

 

 본격적인 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 소서(小暑).

절기상으로는 장마가 들어야 하지만 안개가 조금 낀 맑은 날씨에 산간오지 집배탐방

일곱 번째 태백우체국을 찾았다.

김성대(45) 집배원이 배달해야 할 지역은 태백시 황연동, 삼수동, 창죽동, 원동, ·하사미동 등

7개 동 480여 가구 500여명이 살고 있는 산간마을이다.

배달해야 할 우편물은 신문 등 일반우편물 350, 등기·소포 20개 등 총 370여 통.

 

 지금까지 방문했던 산간오지 집배구역 중 주행거리가 150km 이상으로 가장 길었다.

구역이 여러 동에 일부씩 걸쳐있고 20여개의 골자기를 넘나들어야 하는 곳이라

대부분 차량을 이용해 배달해야 한다는 그의 설명. 배달물량에 비해 거리가 멀어 출발준비를 서둘렀다.

 

 

 

 

 

 첫 번째 배달지역인 황연동 마을.

시작부터 덜컹덜컹. 20분 넘게 산 하나를 넘고 구불구불 비포장과 포장길을 반복하니

골짜기 끝에서 심상윤(80) 어르신을 만났다. 초여름 농사일에 잠시 집을 비웠다가 집배원의 인기척이 들리자

집 뒤편 저 멀리서 하던 밭일을 잠시 접고 올라왔다.

수취함에 넣으려던 신문 한 부와 공과금고지서 한 장을 직접 전해주는 집배원.

매일 같은 안부인사로 마을 어르신과의 대화를 시작했다.

아침은 드셨느냐?, 오늘은 무슨 일을 했느냐?, 그리고 주변 마을 아랫집에 아들이

법원에서 뽑는 공무원이 되었다는 등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집배원이 배달을 오지 않았다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초여름 땡볕아래 농사일로 지친 어르신에게 잠시의 휴식을 선물한 집배원의 인사와 이야기다.

사람이름만 적혀있는 주소불명의 우편물을 보여드리며 정확한 위치가 어디냐고 물어보는 집배원.

그 위치를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 것 같지도 않았지만 어르신은 위치뿐 아니라

집의 내력까지 긴 설명이 이어졌고 둘은 웃으며 이런저런 잠시나마 긴 얘기를 했다.

 

 

 

 

 

 대화를 마치고 황연동지역 골 끝 쪽으로 다음 배달은 이어졌다.

산간오지의 특성상 골자기 끝에 집들이 위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다음 마을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들어갔던 골짜기만큼 다시나왔다가 다음 골짜기로 들어가길 반복해야 했다.

때마침 그 주변에 있는 연탄공장. 그리고 배달한 신문 몇 부.

 

얼핏 잘 느낄 수 없지만 태백은 사실 석탄광산으로 유명했던 도시다.

지금은 관광과 고랭지농업도시로 변모해 그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아졌지만 70년대 산업화의 초석이 되었던

도시다.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경제발전은 어두운 막장에서 석탄먼지를 먹어가며 묵묵히 일했던

광부들에게서 시작했다는 태백지역민의 자부심도.

그 당시 지나가던 강아지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했던 일화가 이 지역 활황기를 대표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현재 이 도시에 남은 광산은 한두 개에 불과하고 12만 명에 이르던 인구는

현재 4만여 안팎으로 줄어들어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작은 시가 되었다.

물도 검고 산도 검고 사람들의 모습조차 검었던 온통 검은 도시의 흔적이 이제 별로 남아있지 않았다.

마을 어귀 작은 연탄공장에서 그 때의 모습을 유추해 보는 것 뿐.

요즘은 잘 보내지 않는 손 편지와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땔감 연탄과 도시의 모습이 조금은 닮았다고 해야 할까?

 

 

 

 

지금은 여름이고 마른장마가 계속되고 있어 길의 사정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산간오지 배달 길은 집배원들에겐 험난함의 연속이다.

장마철 비가 많이 올 땐 미끄러지는 진흙 때문에 차가 오르막을 잘 오르지 못하고

겨울의 눈길에는 미끄러짐이 심해 차를 두고 걸어서 배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겨울이 다가오면 미끄러운 산악 눈길을 달려 배달해야 어려움 때문에 무서울 때도 있다는 그.

하지만 긴장감은 그의 친구라며……. 그런 어려움에도 밝은 모습으로 배달은 계속 이어졌다.

 

 

 

 

창죽동 마을 끝자락 구불구불 포장과 비포장을 또다시 넘나들어 도착한 김명호(74)씨 댁이다.

주문했던 택배가 잘못되어 왔는지 집안에서 한 참 동안 집배원의 설명이 이어졌다.

사실 뭐가 잘못되었다면 반송하면 그만이겠지만, 단 하나의 택배에도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최선의 책임을 다하는 집배원들. 주변에서 보게 되는 집배원들 대부분의 모습이다.

 

변 몇 가구를 더 배달하고 다시 만난 어르신은 당신의 건강이 염려되어 주문했던 약이라고 알려줬다.

산간오지까지 무게나 거리 때문에 깊은 산골까지 가지고 오기가 힘들다는 것을 어르신은 다 알고 있었다.

멋쩍은 웃음으로 그런 맘들을 표현해 주는 것인지도.

 

 

 

 

 

황연동을 지나 삼수령(피재)로 들어섰다.

삼척에서 태백으로 들어오는 관문인 이곳은 바닷가 주민들이 난리를 피해 넘었던 재라 하여

피재라 부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름은 삼수령(三水嶺)이다.

삼해(, , )로 물길이 뻗는 지리적 명소로 삼대강 꼭짓점을 이루는 곳이다.

이곳에 떨어진 물 한 방울이 서쪽으로 흘러가면 한강(漢江)이 되고 남쪽으로는 낙동강(洛東江)을 이루며

동해로는 오십천(五十川)이 되어 흐른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와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연못은 모두 태백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삼수령에 위치한 해발 1,330m 매봉산은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의 분기점을 이루는 산으로 유명한 곳이다. 백두에서 뻗어 내린 산맥이 금강, 설악, 오대, 두타를 거쳐 오다 이곳 매봉산에서

두 갈래로 갈라져 서쪽으로는 금대, 천의, 함백, 태백산을 거쳐 지리산에 이르는 백두대간을 이루고

동쪽으로는 백병, 면산, 일월을 거쳐 용두에까지 이르는 낙동정맥으로 분기하는 산이다.

매봉산의 또 다른 이름은 바람의 언덕이다.

백두대간을 넘나드는 강한 바람이 이곳을 풍력발전단지로 만들어 놓았다.

 

석탄 산업이 끝을 고한 이곳에 바람과 함께 지역을 대표하는 또 하나는 여름 고랭지배추다.

저온성 작물인 배추는 기온이 높은 여름철 다른 지역에서는 재배가 거의 불가능하고

1,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 위치한 덕분에 일교차가 커서 과실이 단단하여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7~8월의 이곳은 풍차와 배추밭이 어우러져 산위의 펼쳐진 바다 같은 장관을 연출한다.

 

 

 

어느덧 경력 20년차에 가까운 김성대집배원은 태백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그는 태백의 변화를 어느 정도 지켜본 사람이다.

탄광도시가 관광도시가 바뀌는 것도, 매봉산이 배추밭이 되는 것도 모두 봐왔다고 했다.

그런 변화 속에서도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예전에 비해 편지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손으로 쓴 편지를 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집배원이 배달해야 할 우편물은 현재 대부분 신문 또는 공과금 같은 고지서다.

물론 신문과 고지서도 배달하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하루의 소식을 전해주는 것으로 역할은 하겠지만

소셜미디어라는 큰 변화의 흐름에 마음 한편이 아쉽다는 그다.

사람들 간에 진정한 마음을 전해주는 것은 무엇인지…….

 

 

 

 

 

내리쪼이는 햇볕이 따가운 7월의 초여름,

30도가 넘나드는 다른 지역의 여름과는 달리 이곳의 한 낮 온도가 22도를 가르키고 있었다.

해발 600미터 이상의 고원지역에 위치한 도시.

여름이 되면 다른 고장과는 달리 없는 것이 여러 개 있지만 그중에서 두 가지만 꼽으라고 한다면

열대야가 없고, 모기가 없는 고장이다.

불쾌지수 높은 여름 한 철 열대야를 벗어나 모기 없는 쾌적함을 느껴보고 싶은 이라면 태백은 어떨까?

 

 

 

 

 

이쪽으로 갔다가, 어느덧 저쪽으로 가있는 그. 원동 마을을 지나는가 싶더니,

하사미 마을을 지나고 있는 그.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배달도 그 끝으로 향해 가고 있었다.

 

마지막 방문지. 귀내미마을, 원 명칭은 우이곡(牛耳谷)으로 소의 귀지역을 넘어간다는 표현에서

귀넘이골이 귀내미골이 되었다고 알려진 곳이다.

광동댐건설로 수몰된 삼척 하장지역의 주민들이 이주하여 고랭지채소를 경작하는 마을이다.

매봉산 바람의 언덕처럼 풍차가 있고, 배추밭이 산 너머까지 끝없이 펼쳐진 곳이기도 하다.

봄에는 곰취가 여름에는 배추가 생산되는 마을. 본격 농사철이어서 인지 대부분의 집들은 비어 있었다.

방문하는 가가호호 농사일에 지친 일부 마을 주민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며 건네는 편지들과

유쾌한 인사로 받아주는 주민들의 웃음 속에 집배원의 하루일과도 끝이 났다.

 

줄어드는 편지에 아쉬움은 있지만 배달해야 할 편지가 있는 한

매일같이 주민들 곁에 언제나 집배원들이 함께 할 것임을.

 

 

 

 

 

<2014년도 매월 한 곳씩 12곳의 강원지역 산간오지 집배원의 하루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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