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요일 오후 늦게 광화문에 나갔습니다.

물론 새로 나온 신간도 살펴볼겸, 습관처럼 구매하는 미술도록도 알아볼겸

무엇보다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중 미술전을 보기 위해서 부랴부랴 서둘러 나가야 했습니다.

 

장 샤오강과 유에민준, 양샤오민과 지다춘의 작품들

무엇보다도 정연두의 신작 사진작품들을 볼수 있어서 아주 좋았고

예전부터 별렀던 김 준의 문신 시리즈 작품 2점을 아주 뚫어져라 보고 왔지요

 

 

오늘은 미술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구요

전시회를 보고나서 커피 생각이 간절해 제가 잘가는 성곡미술관 옆

커피스트로 발길을 옮깁니다. 영국에서 돌아온 조윤정 사장님은 열심히 커피를 내시느라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말도 못 걸었고요.

 

사실 어제는 일기예보상 한차례 비가 온다는 말만 무성하게 돌아서 그런지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자그마한 손엔 작은 우산들이 하나씩 얹혀 있었죠

물론 저는 그까짓거 비오면 그냥 맞지하는 마음에 그냥 갔었구요

 

원래 비 오는 날 시큼한 향의 이디오피아산 모카 요가체프가 제격인지라

저는 그걸 시켰고, 싱글인 후배를 위해서는 혼자임을 행복하게 만끽하라고 인도네시아

만데링 커피를 시켜주었습니다. 흙냄새가 강하고 스파이시한 향이 좋아서

혼자 있을지라도 그 신산함에 반해 혼자 있음을 사랑하게 된다더군요.

 

 

사진출처-중앙 M&B

 

커피를 마시다 보니 옆 자리에 왠지 얼굴이 익숙한 분이 커피를 드시며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자세히 보니 피아니스트 임동창의 사모님이자

홍기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살림 예술가 이효재씨였습니다.

<효재처럼>이란 책에 보면 이분의 살림 기술이 잘 나와 있지요

한복 디자이너 였던 것도 사실 제게 점수를 많이 따게 한 요소였고

무엇보다도 천연염색한 식탁보며, 다양한 규방소품들을 가지고 꾸며놓은

용인집과 삼청동 가게의 모습이 저를 사로잡았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살림의 기술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게 우리엄마의 살림은 단순히 집을 지키고 가꾸는 기술을 의미하지 않았습니다.

죽임의 원리, 효율성과 속도에 지친 가족의 구성원을

<살림>으로써 또 다시 한번 시작되는 나의 하루를 버티고 지속해보라고

격려하고 힘을 내어주는 영혼의 원리였습니다.

 

 

사진출처-중앙 M&B

 

타샤 튜더의 정원과 그녀의 살림법에 대해서 소개했었고

캐나다에서 유학할 때는 마샤 스튜어트의 살림법에 심취해있었죠.

뉴질랜드에서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할머니에게 호박파이를 굽는 걸 배웠고

또 다른 잉글랜드 할머니에겐 영국식 정원을 가꾸는 걸 배웠습니다.

야단도 많이 맞아야 했고, 모종삽 쓰는 것에서 부터 비료를 쓰는 것, 풀을 깍는 법까지

참 많은 걸 서른이 넘은 나이에 혼나면서 배웠지만, 그렇게 하나하나 가꾸어 가는 재미가 남달랐지요.

 

가보진 않았지만, 이효재씨의 용인 집은 철저하게 자연친화적인

구성으로 이루어졌다더군요. 많은 거리를 걸어 다녀야 하고 소풍오듯 삼청동에 오신다는데

2시간이 넘게 걸리신다고 해요. 거피스트에서 만난 효재님은 뭐랄까

 키도 크시고 늘씬하셨어요. 처음에 모델인줄 알았답니다.

 

재즈 피아니스트 임동창 선생님이 굉장히 부러워졌습니다.

복도 많으시지.....어쩜 저렇게 멋진 정경부인 같은 분을 아내로 맞으시다니......

 

 

연잎으로 밥을 하고 천연염색한 삼베로

식탁과 식기를 감싸 안고, 천연목면 하얀 색 이불을 덮고

성근 왕골 바구니에 갖가지 곱단하게 담아놓은 골무며 실뭉치며 규방문화의

아름다운 아이콘들이 소품으로, 생활을 빛내는 배경으로 그렇게 우리앞에 펼쳐집니다.

 

서점에가서 이분이 쓴 <효재처럼>을 사서 읽은지 꽤 오래전인데

볼때마다 감탄하게 되요. 마사 스튜어트식의 살림법만이 다는 아니구나

어느 누구나, 어느 나라든지, 그 풍토와 흙의 빛깔, 하늘빛을 닮은 살림의 기술은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하는가에 따라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날따라 이디오피아산 요가체프 커피가

왜 그렇게도 달콤하게 느껴지든지.....후배랑 이야기 하면서 힐끗 힐끗

이효재님 자꾸 쳐다보게 되더라구요. 책에서 몇가지 배운 살림법들이 있었는데

그건 다음에 한번 기회를 내어 한꺼번에 올려볼께요. 연잎을 이용한

밥짓기는 예전에 해보았는데, 이걸 올려볼까 아니면 자수를 해서 만든 조그만

부엌소품들을 올려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결론은 에....살림을 잘하는 남편이 되고 싶다 뭐 이거죠....이런 남자

어떠세요?

 

 

음악은 표시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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