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의 패션의 제국

먹으로 그린 자동차 그림-어디론가 달리고 싶다

작성일 작성자 김홍기

 


장재록 Another Landscape_천에 먹_122×180cm_2009

 

남자의 로망이라 불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액세서리인 시계와 자신의 애마인 자동차, 여기서

조금 더 나가면 자동차와 관련된 하이엔드 A/V 시스템이 있지요.

물론 가정용 하이엔드 오디오도 포함입니다.

 

제가 아는 분 중엔 이 세가지에 편집증이 있어서

월급을 전액 여기에 쓰는 분이 있어요. 자신의 오디오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그때마다 생산된 소리의 질을 언어로 표현하는 일에

목숨을 걸고 있지요. 음도 영역이 있어서 흔히 고역과 중역 저역대가 있는데

각각의 영역에서 발산하는 소리의 특성을 묘사하는 단어들이 있거든요.

이런 단어를 이용해서 음을 듣는 인간과 음의 풍경 사이를

마치 그림을 그리듯 그려낸답니다.

 

동양화가 장재록이 먹으로 그린 자동차 그림을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먹'이라는 전통적 재료와

동양화 기법으로 자동차라는 현대적 소재를 그렸습니다.

 

 
장재록_Another_Landscape_천에 먹_122×180cm_2009

 

먹으로 그린 람보르기니 자동차가 매끈한 느낌으로 다가오지요.

자동차의 보닛 위에 투영된 하늘의 풍경도, 먹이란 단색으로 그려냈지만

매우 풍성한 질감을 토해내는 것이, 먹이 아닌 사진작업을 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답니다.

 

단색의 먹을 이용하되, 그 내면의 미묘한 농담을 조절하여

자동차라는 현대적 소품의 실재감을 강하게 드러내고, 광택표현에 주력하여

보는 이들의 시선을 강렬하게 끌어내고 있습니다.

 

장재록이 먹으로 그린 자동차 그림은
동양화의 기능적 확장이며, 또한 현대인의 삶을 구성하는
한 조각의 소품을 직시하며 생의 또 다른 풍경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이동 수단이기 전에, 자신의 사회적 성원권과 재력의 상징적 기호로서,
남성의 마지막 남은 표출욕구를 대변하는 은유이기도 하지요.



장재록_Another_Landscape_천에 먹_122×180cm_2009
 
자동차가 인간의 확장인 것은
그것을 운용하는 주체가 인간이기 때문일겁니다.
자동차의 속살은 인간이며, 비록 쇠의 옷을 입었을 뿐 피 흐름도
휘발유 대체 에너지로 바꾸어 하나에서 열까지
그 모두의 주인은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자동차가 오밀조밀 놓여있는 주차 공간을 물끄러미
쳐다볼 때가 있습니다. 구획된 선 안으로 미끄러지듯, 자신의 애마를
구속한채, 유리창에 성애가 하얗게 끼는 추운 겨울에도
차가운 금속의 홋 이블 한장 겨우 덥고 자는 자동차.



장재록_Another_Landscape_천에 먹_122×180cm_2009
 
주차장의 구획선 위에 바지런지 조열하고 있는
자가용을 보고 있으면, 마치 위계와 라인, 스테프와 같은
조직의 속성을 묘사하는 단어들을 떠올리게 될때가 있습니다.
조밀하고 촘촘하게 차렷자세로 그저 묵묵히 서 있는
내 생의 확장물, 마치 오줌이 마려도 꾹 참고
늦잠 자는 사람의 형상이 떠올랐답니다.
 
이거 어쩌죠? 그림 속 자동차를 타고
다시 한번 그 표피위로 환하게 투영되는 도시의 잔햇살
고이 담아내며 무한질주를 꿈꾸게 되니 말입니다. 어디론가
확 떠나고 싶은 하루입니다. 오늘 라디오 방송에서 <브레인룰스>란 책을
소개했었어요. 인간은 원래 하루 평균 20킬로미터 정도를 매일 걸으면서 진화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일까요? 내 삶의 피부를 팽팽하게 당기는 일이
자동차의 기어를 올리는 것처럼 느껴지는게 말입니다.
 
오늘 퇴근길엔 비가 한차례 쏟아질 것 같네요.
빗속에서 안전 운전해야겠습니다.

 

 

 

음악은 표시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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