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의 패션의 제국

몰락의 길 위에 선 십자가-죽은 기독교를 바라보며

작성일 작성자 김홍기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지은 물의 교회 예전 그곳에 가서 예배를 드린 적이 있다. 적요의 세계, 그 작은 균열의 틈을 메우는 십자가의 빛을 나는 기억한다. 그 속에서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던 일, 비상하는 비둘기의 순수를 보았던 새벽아침의 여명은 십자가의 속살을 꿰뚫고 내 머리 위로 살포시 내려않는다. 난 무엇을 위해 손을 모으고 기도했을까. 머리에 송알송알 땀이 맺혔다.

 

이 땅의 개신교를 바라본다. 최근 이제철 목사의 이단시비를 보며, 절대교권을 휘두르며 자신과 신념이 다른 형태의 믿음을 함부로 '이단'이란 굴레를 씌워 괴롭히는 교권의 허구를 본다. 난 이재철 목사님이 시무하는 교회를 다니는 건 아니다. 이번 사안을 보면서 그저 헛웃음이 나는 건, 평소 이재철 목사가 이 땅의 썩은 기독교 사회를 향해 품었던 비전과 날카롭고 신산한 말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권이 하나님의 권력을 세상에 팔아넘기고, 정치와 결탁하고 대통령의 조찬 기도회에 참석하는 걸 기뻐하는 자들에겐 이재철 목사의 눈물어린 참회와 설교가 딱히 마뜩찮을 수 밖에 없었을 터.

 

최근 개신교의 사회적 입장을 살펴보면, 한 마디로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의 면모만 넘친다. 선교사들을 통해 배운 근본주의 신학의 폐해는 여전해서, 본인을 제외한 모든 타자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억누르지 못해 안달한다. 본인들이 가진 정치역 야욕에 대해서는 회개하지 못하고 오로지 그것이 신국을 건설하는 길이라 가르칠까 두렵다. 연간 30만명의 크리스천들이 개신교를 떠나는 이 상황. 이미 내면은 썩고 후패하였으나, 원인을 바깥으로 돌리기에 바쁘다. 이들이야 말로 신성모독의 죄를 범하는 자들이 아닐까 싶다.

 

오늘 아침 존경했던 사상가이자 신학자였던 우찌무라 간조의 <목회자의 길>을 읽었다. "전도는 정신이지 기술이 아니다. 신학의 중심은 마음에 있어야 한다. 목사의 설교는 배우의 연극이 아니다. 하늘의 부르심을 받지 않은 사람도, 특별한 하늘의 계시와 영감이 없이도, 그리스도에 대한 순결한 사랑을 맛보지 못한 사람도 신학생이 될 수 있다. 그러한 신학생들에게 하나님의 복음 사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는 것이 현대 신학교가 가지고 있는 맹점이다. 설교는 제조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의 말씀과 바울의 글은 문법적으로 분석하고 해부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울이 되어야 비로소 바울의 사상과 경험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목사의 양성은 신학교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직접 하신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훌륭한 종교가 중에는 신학교 출신이 많지 않은 것이다. 하나님의 사람 엘리야는 길르앗의 야인이었으며, 그의 사업과 정신을 물려주려고 선택한 후계자 역시 소를 모는 사밧의 아들 엘리사였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그의 아들을 보내사 세상을 구하려고 계획하셨을 때에도, 당신의 아들을 히렐이나 가말리엘의 문하에서 배우게 하지 않으시고 나사렛 벽촌에 두셔서 천연계를 통하여 아들을 친히 가르치셨다. 신학교가 만들어 낸 목사야말로 그리스도 교회의 가장 위험한 원수이다. 신학자와 목사가 만들어 놓은 거짓 평안, 죄가 죄 됨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은혜가 은혜 됨을 알 수가 없다. 자기 죄의 무서움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은혜에 대한 절실한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사람들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서 말은 하지만 그 마음속에 절실한 감사와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다"


이 땅의 개신교회엔 은혜를 말하나 은혜를 절실히 믿는 목자는 없고, 그저 모여라 헌금 걷어라, 교회짓자를 외치는 마케터만 있다. 이제 역사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들은 여전히 어둠 속을 걷고 있다. 참 절망적인 상황이다. 어쩌다 우리의 십자가가 이렇게 썩어가게 되었는지.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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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쓸랍니다. 글도 무르익을 때를 기다려 피는 꽃과 같은 것입니다. 집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동안 집필에 혼을 쏟을 생각입니다. 내년에 출간될 책을 위해 힘을 비축해야 할 때고, 선을 그어야 할 때가 온듯 합니다. 5개월 정도 걸릴겁니다. 그동안 이 공간엔 더 이상의 업데이트도 없을 겁니다. 이 친구가 좋은 이야기 거리를 찾아 꽤 긴 여행을 떠났다 그렇게 생각해 주세요.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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