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기업 더 베이직하우스의 특강을 마쳤다. 3 일에 걸쳐 20세기 복식의 역사에 대해 강의했다. 한정된 시간에 광범위한 역사 이야기를 한다는 건 어차피 무리였고, 판에박은 이야기 보다는, 디자이너들과 기획자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강의를 하고 싶었던터라

이번 뉴욕에서 리서치 하면 보았던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 전시를 통해, 그의 옷을 하나씩 해부하며, 옷에 묻어나는 복식의 기원과 이야기를 역으로 추적하는 스타일을 택했다. 나는 성격상, 한번 사용한 프레젠테이션은 결고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 강의를 맡긴 기업의 맥락과 사정을 고려해, 항상 밤을 새워 다시 만든다.

 

3일 동안 거의 잠을 자지 못했지만, 패션과 인문학이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 상상력의 촉매작용을 위해 역사와 철학, 미학과 같은 학문의 관점들이 사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한정된 시간이라 아쉬운 점도 많다. 한번의 특강으로 모든 걸 말할 순 없었지만, 더 베이직하우스 측의 임직원 분들 모두 열정적으로 강의에 임한터라, 더욱 힘이 났다. 나는 한국의 패션회사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경쟁력을 갖고 해외 브랜드와 싸워주길 기대한다. 우리가 가진 것들이 많다는 것과 그걸 다시 사용하는 방식과 시선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이었다.

 

열정을 쏟은 만큼, 피곤보단 기쁜 마음이 더 크다. 옷을 만드는 이들을 상대로, 옷의 역사를 말하는 것. 언뜻 듣기엔 '굳이 강의가 필요한가'라고 물을지도 모르지만 원래 내부에 있을 수록, 더 모를 가능성이 큰 게 인간이다. 내부의 시스템을 넘어, 외부를 향해 확장되는 옷의 의미를, 그런 멋진 오브제를 만드는 일을 하는 이들의 어깨가 들썩여지도록, 열심히 뛰어야겠다. 나는 항상 고민한다. 내게 충분한 자본과 공간이 허락된다면, 디자이너들이 서로 워크샵을 자유자재로 열수 있는 아카이브와 도서관, 나가서 레지던시를 만들어주고 싶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원래는 문화관광부와 정부가 해야 하는데, 이 땅의 관련 조직들은 예산으로 뭘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자비를 털어 꼭 완성하고 싶다. 더 베이직 하우스는 첫번째 특강이지만 참 정이 간다. 직원들이 정말 열심으로 수업에 임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좋은 패션기업으로 한층 더 성장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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