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의 패션의 제국

왜 우리는 도트에 끌릴까-2011 데이비드 코마 F/W 컬렉션 리뷰

작성일 작성자 김홍기

 

 

이번 2011 F/W 컬렉션들을 살펴보면

현대미술과의 연관성들을 캐물을 수 있는 작품들이

정말 많이 등장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런던에서 활동하는

패션 디자이너 데이빗 코마의 작품은 유독 눈에 들어오지요.

 

조지아에서 출생한 디자이너 데이빗 코마는

런던 세인트 마틴 예술학교에서 패션을 공부했습니다.

요즘은 정말이지 세인트 마틴이 대세이긴 하네요. 이 학교 출신들이

많습니다. 교육방식이 남다르기 때문이겠지요.

 

 

옷 한 벌 한 벌이 건축적인 요소들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세인트 마틴 졸업 후, 그의 고객이 된

셀러브리티들은 가수 비욘세와 레이디 가가, 리하나 등이 있습니다.

그만큼 그의 초기 작들은 매우 미래주의적인 성향을 띄었죠.

하지만 최근들어 작품 성향은 실루엣과 색상 전개가

많이 차분해진 느낌입니다.

 

 

이번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코마가 영감을 얻었던 곳은

바로 일본의 아티스트 쿠사마 야요이의 폴카 도트 작품들입니다.

도트는 우리에겐 너무나도 익숙한 무늬지만, 그는 이것을 현대적이면서도

여성적인 느낌이 물씬 나도록 변형하고 싶었습니다. 결국 엄정하게

질서감을 갖고 배열된 폴카 도트가 각인된 드레스들이

탄생합니다. 현대미술의 힘을 빌려 전통적인

무늬들을 새롭게 탄생시켰습니다.  

 

 

폴카 도트를 다양하게 변주하기 위해

저지 소재 위에 가죽으로 만든 원반을 자수로 처리하거나

최상급 네이퍼 가죽(Napa Leather : 동물의 털 표면을 겉으로 하여 다듬은 가죽)

위에 펠트로 원반형태를 만들어 붙이거나, 레이저를 이용해 정교하게 자른 가죽 소재 아래

울로 도트를 만들어서 처리했고, 러시아 출신의 현대 사진작가인 올렉 도우와의

협업을 통해 사진 프린트 작업을 해서 처리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세계를 단적으로

설명하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녀의 작업은 흔히

개념미술이라 불리는 현대미술의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고

페미니즘과 미니멀리즘, 초현실주의, 팝 아트, 추상 표현주의 등 다양한 요소들을

결합하고 비틀고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죠. 작업의 영역이 넓은 만큼

해석의 범주도 넓습니다. 그녀의 모든 작업은 자서전적인 성격

이 강하게 드러납니다. 어린시절 어머니로 부터 받았던

성적인 신체 학대로 인해 얻었던 트라우마는

오랜 동안 싸워야 했던 적이었지요.

 

 

일종의 강박증적인 도트의 배열은

작가의 정신적 상태를 드러내는 일면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왜 질서감을 갖고 배열된 무늬들을 볼 때, 심리적인

안정감과 더불어, 불안감을 동시에 느낄까요? 그것은 바로 무늬에 각인된

이중성 때문입니다. 작가의 노트를 읽어봤습니다. 작가는 자신에게 있어 폴카 도트는

태양의 형상을 빚어낸 것이라고 말합니다. 태양은 에너지의 원천이자 삶을

꾸려가는 가장 주요한 힘이지요. 또한 달의 형상이기도 합니다.

둥그런 달은 태양의 힘과 대칭적 관계에 놓여있는

또 다른 힘입니다. 부드럽고 컬러풀하지요.

 

쿠사마 야요이는 작품 초기부터 호안 미로를 떠올리게 하는

초현실주의적인 추상작업에서 시작하여 점차 시간이 지나며 그물 모양의

패턴이 화면 전체를 뒤덮는 <무한한 그물망(Infinity Nets)> 시리즈와 물방울 도트를

표현한 회화로 자신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며, 세계 미술계에 자신을 알립니다.

그녀의 도트 페인팅은 캔버스의 경계를 넘어 오브제로 확대되는

작업으로 전개되었고, 이후 설치미술로 발전하지요.

 

 

결국 도트는 두 개의 상반된 힘 사이에서

힘겹게 균형을 잡으며 살아가고 있는 작가의 분신이자

유년시절 상처로 얼룩져 평생을 정신적 장애와 싸워내야 했던

작가에게 힘을 주고 달래주는 상징이었습니다.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은

이제 한국의 미술 교과서에도 실릴만큼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동그란 점들에서 또 다른 환상의 세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녀의 평면작업은 눈이 어지러워 질 정도로

명도대비와 착시효과를 강조하고 있어, 오래 보고 있으면

관람자는 현미경으로 본 세포 속에 자신이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와 같은 시각적 효과는 그림을 통해 지각되는 심리적 공간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지요. 일종의 마음 속에 그려지는

심상의 캔버스를 넓힌다고 할까요?

 

 

이번 컬렉션 작품들을 가만히 보면 모피를 약간씩 사용해서

장식을 한게 보이더군요. 영국 보수당수의 아내인 사만다 캐머런의

시그너처 패션 스타일을 모방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현대 사회는 항상 점 처럼 퍼지고 모이고

산개하는 인간군상들의 집합니다. 2000년 초 시작된

블로그의 열풍이 그랬고, 지금은 트위터를 넘어, 페이스 북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요. 어디에 있건 자신의 흔적이 남고, 디지털 시대의

아카이브 속에 저장되는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일수록, 질서감있게 배열된 무늬를 보면

일종의 안도감을 느낍니다. 저는 적어도 그렇더군요. 여러분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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