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의 패션의 제국

책을 사랑하는 패션 디자이너-대구에는 코코 샤넬이 산다

작성일 작성자 김홍기


최근 대구의 수성구에 위치한 아트피아에서 패션의 인문학 강의를 

시작하묘, 이 지역의 섬유산업과 패션에 몸담고 계신 분들을 만나러 다녔습니다.

지난 번에는 청도에 가서 패션 디자이너 최복호 선생님을 뵈었고요. 이번 에는 코코 박동준

선생님의 매장에 들렀습니다. 이곳은 일종의 복합문화 공간입니다. 디자인 아카이브와

매장, 갤러리 분도에 이르기까지, 현대미술을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취향이 그대로

잘 드러난 곳이기도 하죠. 그곳에서의 만남이 그저 즐겁기만 했습니다



올해로 디자이너로서 40주년을 맞는 디자이너 박동준 선생님은

흔히 한강 이남에서 유일하게 활동하는 서울의 SFAA 멤버이기도 합니다. 



계명대 영문과 4학년 시절, 기자였던 가난한 아버지를 돕기 위해

생계를 꾸려갈 요량으로 원단소매업을 시작한 어머니가 덜컥 양장점 주인이

되면서 어머니를 돕기 위해 시작한 의상점 운영. 옷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던 

박동준은 당시 우리나라 최초의 남성 패션 디자이너였던 이종천 선생님을 찾아뵙고 그의

영향력 아래 디자이너로서 쌓아야 할 기초체력을 다졌습니다. 손님을 맞는 법에서 부터 재단기술에 

이르기까지. 당시 의상연구소를 설립해 제자들을 가르치던 이종천 선생님의 또 다른 날개로

태어나던 시점이었죠. 한국의 대법원 복장도 이종천 선생님의 작품입니다. 



영문과 출신답게, 영문 텍스트를 잘 읽어냈던 디자이너였던 지

P& B 아트센터의 패션 디자이너를 위한 아카이브에는 지금껏 모은 많은

책들이 산재합니다. 오트 쿠튀르에서 최근의 현대미술에 관련된 책까지 정말 많은

욕심을 갖고 수집하지 않으면 쉽지 않을 작업을 해오셨더라구요. 



매장에는 현대미술 컬렉터 답게 다양한 미술작품들이 있었습니다.

한켠의 유리문을 열고 나가면 청신한 작은 정원까지 있어서 정겨운 느낌입니다. 



사진작가 유현미의 작품이 걸려있더라구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지요.



작가 금중기 선생님의 작품은 물론이고 다양한 한국의 현대미술

작가들과의 교분을 자랑할만한 작품들이 메종 곳곳에 놓여있었습니다. 



현대미술이 자신의 삶 속에서 디자인의 원천이었다고 

설명할 만큼 미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디자이너는 마크 로스코에서

부터 김호득 선생의 필묵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많은 영감을 미술에서 빌려왔다고 하죠.

저 넥타이 중 하나를 선생님이 선물로 주셨습니다. 김호득 선생님의 작품을 

텍스타일에 적용한 작품이었는데요. 마음이 싱글벙글 합니다. 



디자인 아카이브에 들어가는 입구, 관련 서적들이 즐비하게 

놓여있는 공간입니다. 저도 이런 멋진 공간을 빨리 만들어서 디자인을

꿈꾸는 이들의 작은 스튜디오로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앞에서 말씀 드렸듯, 많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현대미술에 

열렬한 추종자로서, 혹은 후원자로서 일을 해왔습니다. 이는 패션이 

현대 미술의 당당한 한 영역으로 자리 잡은지가 오래되었고, 미술에서 배울 수 

있는 색채와 형상, 영감의 표면들을 패션은 속속 결합해서 시즌에 맞추어 내놓아왔다는 점.

그래서인지 칸딘스키와 고흐, 피카소, 마이클 케냐, 최근엔 프리다 칼로의 작업을 좋아

해서 관련 자료들을 계속 꾸준히 모으고 계시다고 하더라구요. 관련 작업도 

보여주셨는데요. 놀라운 건 서지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구지역의 현지 예술가들과도 교류하면서 다양한 패션 작업을 

선보이고, 자신이 지금껏 참조하며 모은 자료들을 후학들을 위해 아카이브를

지어서 볼 수 있도록 해주신 점,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아트 인 어메리가 매거진을 초기부터 쭈욱 모으고 계신다네요.

저는 <아트 포럼>과 <아트 인 어메리카>란 전문 미술 저널을 받아봅니다. 그만큼 

해외에서 발흥하는 미술사조와 분위기를 익히는 데는 가장 좋은 소스인데요. 선생님께서 

이런 자료들을 다 모으고, 그곳에서 발견되는 패션의 영감들을 작업하는 일은 본인의 말처럼 '구식'이 

아닌 가장 멋진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적어도 패션의 역사와 미학을 가르치는 제게는 그렇지요. 칼 라거펠트의 

자료실에 들렀던 적이 있습니다. 40년이 넘는 그의 디자인 작업의 원천들이 뭐냐고 사람들은 흔히 묻죠.

저는 따로 질문할 필요를 얻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아카이브에 오롯하게 다 묻어난다고 생각을

했으니 그렇지요. 우리는 여전히 디자인을 말로 하는 것인 줄 착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디자인 서울을 떠들다가, 서울을 빚더미에 앉게했던 전임시장 오세훈이 그랬고

그의 말에 동조해주었던 자칭 전문가들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디자인은 결국 시대의 표정을 읽어내고, 돌올하게 뭉쳐진 

당대의 코드를 재해석하는 일입니다. 코드는 세월 속에서 규격화되고

자연스런 것으로 자리잡지만, 이 디자인은 이러한 자연스러움을 때로는 부수고

포기하고, 맹렬하게 공격하며 앞으로 나가야 합니다. 패션 또한 이러한 논리를 그대로 

따라가지요. 그래서 디자이너는 텍스트를 사랑해야 합니다. 책 읽을 필요가 뭐 있냐. 그저 디자인만

잘하면, 이 따위 소리하는 사람들 생각보다 주변에 많습니다. 깊이없이 타인의 이미지를 

도용하고 재해석을 했네 어쩌네 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자신의 작업을 뒷받침해줄

생각과 배후 작업이 없이는, 결코 앞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마음의 자세지요. 어디 이것이 비단 디자인의 문제일까요?





맨위로
통합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