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의 패션의 제국

돌체 앤 가바나, 바로크를 만나다-레트로 패션이란 무엇인가

작성일 작성자 김홍기


어제 아리랑 TV의 KOREA TODAY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2012년 시즌 유행의 코드로 등장한 레트로 패션에 대해 심도깊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오늘 업데이트한 이미지는 돌체 앤 가바나의

2012 기성복 라인에 등장한 옷들입니다. 하나같이 바로크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문양과

패턴, 소재, 실루엣이 오롯하게 남아있지요. 복식사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반복

되는 저 문양들의 세계가 그저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기만 합니다. 



레트로(Retro)란 단어에 대해 우리는 너무 협소한 개념정의를 

내려왔습니다. 기껏해야 Retrograde의 약자란 식의 해석이었죠. 중요한건 

복고풍이라 불리는 레트로 패션이 사회 전반의 어떤 정신적 단면을 읽어내고 있는가를

밝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없다면 우리는 더 이상 패션의 미학과 개념어들을 익힐 필요가 없다

란 생각이 들더군요. 사회현상으로서의 유행은 패션 뿐만이 아닌 다른 영역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맺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사회 각 분과의 양식적 발전이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유행분석은 옷이란 오브제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인류학과 역사가 필요한 이유겠지요. 



이번 돌체 앤 가바나의 2012 F/W 라인은 저 17세기 바로크 시대의

탐미적 소비와 정신을 이어받은, 라인들의 현현입니다. 바로크 시대에서

드디어 활황을 맞게 된 럭셔리 소비의 탄생은 당시 절대주의의 시작과 더불어 해외에서 

가져온 풍성한 물자들, 파노플리의 세계를 만들어냈습니다. 궁정에선 켜켜히 쌓인

적층된 물품을 이용해, 바로크 군주의 워크샵에서 다양한 물품을 만들었죠. 



바로크와 로코코가 패션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내년에 나오게 될 

단행본에서 철저하게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과거의 패션이

현재에 당당하게 패션의 코드로 등장하는 과정, 바로 레트로라 불리는 정신의 탄생이

어떻게 이뤄졌나 하는 것만 밝혀보도록 합니다. 레트로그레이드란 역추진 로켓을 말합니다. 

복고라 불리는 정신이, 앞을 향해 무한의 속도로 달려가던 60년대 우주시대의 산물인 것을 설명하는

이들은 드뭅니다. 그만큼 레트로란 현재에 대한 성찰, 지나친 속도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는

개념이었습니다. 자신이 살아왔던 과거, 안정된 과거의 시간 속에 머물며, 현재의 

불균형한 정신성을 새롭게 포장해내려는 인간의 심리인 셈입니다. 



수많은 팝 문화는 지속적으로 바로 자신들이 지나왔던 

과거를 끊임없이 반복을 통해 재생산 합니다. 이것은 무엇보다 

소비계층의 정신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합니다. 60년대를

살았던 이에게, 적어도 아동기에 그가 경험했던 세계는 그의 성장과정에서 마치 

철학자 라캉이 이야기하듯, 상상계의 세계일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키덜트가

등장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과 맞물려 있지요. 이번 돌체 앤 가바나의 바로크 풍의 패션을 사뭇 

바로크 시대의 화려한 궁정의 이미지나 모티브로 생각해서 현재로 소환한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이는 바로크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이겠지요.

바로크는 청년문화의 상징입니다. 르네상스를 이어, 절제와 균형의 세계

를 넘어 바로크로 가면 이성과 광기가 충돌하고, 풍성하게 넘치는

것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손을 놔버린 문화의 잔재란 것입니다.



돌체 앤 가바나의 바로크에는 바로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럭셔리의 성찬'이 표피적으로만 해석되는 세계에 대한 

반성이 묻어납니다. 어느 시대든 사람들은 자신이 지나온 과거를 황금시대라

착각합니다. 불온하고 불균질하며, 버거운 현재의 삶에 대한 불만족은 항상 과거라는 

시제를 통해 정신적 안정을 찾도록 유도해왔죠. 레트로가 등장하는 것은 바로 

그런 사회심리적 기반이 자리합니다. 현실에 대한 가득한 불만입니다. 



바로크와 로코코로 이어지는 200여년, 그 탐미의 시대에서

인간은 다른 인간을 정복하고 타자들의 문명을 빌려와 자신의 것으로 

삼으며 더더욱 화려함의 극치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사회 내부의 극과 극이 더욱 

균열을 내며 가치의 붕괴를 가져오는 요즘입니다. 바로크 문화에선 바로 이러한 정서적 

불안함이 느껴지는 걸 어찌할 수 없더군요. 물론 돌체 앤 가바나의 저 화려한 바로크식 자수와 

패턴, 실루엣에는 인간이 무너뜨리려 하는 왕조사회에 대한 향수가 녹아있습니다. 

아름답죠. 하지만 그 아름다움 이후가 더욱 중요한 요즘입니다. 정치적으로 

깨어있어야 할 시기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더욱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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